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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Oct 22. 2024

변해버린 상황

연재소설 : 러브 코딩 22화 - 변해버린 상황

출근 시간의 조용한 사무실, 그러나 뭔가 달라져 있다.

민수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중만의 자리에 새로 설치된 PC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일섭의 자리에도 새 PC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팀에도 PC가 2대씩 추가로 설치되어 있다.

뒤이어 중만이 사무실에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중만은 인사하는 민수보다 새로 설치된 PC를 먼저 본다.

“응 안녕, 드디어 PC가 왔네.”

중만은 자리에 앉아 PC 스위치를 누르자 검은 모니터 화면에 흰 글자가 밑에서 위로 흘러간다.

민수는 중만과 함께 PC가 부팅되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PC의 부팅이 끝나고 로그온 화면이 켜진다.

중만이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하듯 말한다. 

“오, 엄청 빠른데, 켜지는 데 30초도 안 걸려.”

민수도 중만의 새 PC가 부러운 듯 말한다.

“지금 있는 것보다 엄청 빠른데요.”

중만은 새 PC가 신기한 듯 키보드를 두드리며 모니터 화면을 본다.



신계약팀 일행이  커피자판기 앞에서 차례대로 커피를 뽑는다.

“대리님, 새로 설치된 PC 어떠세요?”

중만이 새 PC에 대해 일섭에게 묻는다.

“아직은 모르겠어, DOS 시스템이라 것이 부팅이 빠르긴 빠르네.”

신규가 웃으며 일섭에게 말한다.

“지금 있는 단말기는 이제 제 것이네요?”

“그래, 너 가져. 민수씨도 이제 단말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겠어.”

민수는 일섭의 말에 빙그레 웃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중만이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데 대리님, 이번에 사고 난 것 이야기 들으셨어요?”

“가짜 계약 말이지?”

사고의 중대성으로 인해 이 소식이 이미 일섭의 귀에까지 들어와 있다.

“예, 허위 계약, 이번에 그것 때문에 영업관리부가 난리도 아니라는 돼요.”

일섭이 궁금한 듯 중만에게 묻는다.

“어떻게 그것이 밝혀졌대?”

“계약자가 입금 영수증 우편이 왜 안 오냐고 본사에 문의하면서 밝혀졌다나 봐요.”

처음 듣는 말이라 그냥 듣기만 하던 신규가 중만에게 묻는다.

“어떤 사고인데요?”

“설계사가 수금한 보험료를 회사에 입금시키지 않고, 그것으로 허위 계약을 만들어서 보험료로 입금했대.”

“설계사 실적 때문에요?”

“그렇지. 신계약 실적 때문에 무리하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

일섭이 걱정하듯 말한다.

“이것 때문에 일이 많이 바빠질 것 같은데….”


다른 일행이 커피자판기로 몰려오자 신계약팀은 그 자리를 뜬다.



계약서비스부 김상조가 사무실로 들어서서 중만에게 다가선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새로 설치된 PC로 일하던 중만이 상조를 맞는다.

“어서 와, 웬일이야?”

“데이터 리포팅 때문에 왔습니다.”

데이터 리포팅이라는 말에 중만을 옆에 있는 민수를 흘끗 보며 말한다.

“요즘 정신없이 바쁜데….”

“좀 급한 일이라서요.”

상조의 말투에서 중만이 감을 잡는다.

“허위 계약 사고?”

“어? 어떻게 아셨어요?”

“감이 딱 오잖아, 급한 일이라면 그것, 밖에 더 있겠어?” 

중만은 민수를 보며 말한다.

“민수씨도 회의 탁자로 같이 가지.”

민수는 중만을 따라 회의 탁자로 간다. 


 

회의 탁자에 앉은 상조가 요청하는 작업의 취지에 대해 중만에게 설명한다.

“이번 사고는 영업소에서 설계사들에게 무리하게 실적을 강요하다 보니  이런 사고가 생겼다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부장님이 전체 허위 계약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보라고 하셨어요.”

“허위 계약을 파악이라…. 쉽지 않은 작업인데.”

중만이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아무래도 대리님이 있어야 할 자리 같은데.”

중만이 신계약팀 자리에 있는 일섭을 향해 큰 소리로 말한다.

“대리님, 일이 좀 큰데요.”

일섭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면서 한마디 내뱉는다.

“지금 많이 바쁜 시기라 일을 벌이면 안 되는데….”

“계약건 중에 허위 계약 찾아내는 데이터 리포팅 의뢰인데요.”

중만의 말을 들은 일섭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상조에게 묻는다.

“그거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할 것인지 안은 있어?”

“아직 구체적인 안은 없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논의드리러 왔습니다.”

상조의 말에 일섭이 황당하다는 듯이 웃으며 묻는다.

“허위 계약을 계약부에서 관리한 적은 없어?”

“관리를 따로 하지는 않습니다. 설계사들이 실적 채우려고 임의로 계약을 만드는데, 그런 건이 한 두건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허위 계약을 어떻게 찾아내겠다는 것이지?”

일섭이 추궁하듯 묻자 상조가 사정을 말한다.

“그래서 지금 막막해요, 부장님이 지시했기 때문에 방법을 지금 찾고 있어요.”

“그 허위 계약은 어떻게 발견했지? 그 방법을 이용하면 안 되나?”

허위 계약이 발견된 과정을 중만으로부터 이미 들은 일섭, 짐짓 모른 척 상조를 넌지시 떠본다.

“계약자가 본사에 전화해서 입금한 보험료에 대한 영수증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확인해 보니 설계사가 수금한 계약자의 보험료가 그 고객의 보험 계좌로 입금되지 않았던 거죠, 결국 그 돈이 허위 계약을 만드는 것에 사용되었다는 것이 발각됐습니다.”

상조의 말을 들은 중만도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허위 계약을 데이터 리포팅 작업으로 찾아내기는 어려운데…, 허위로 의심되는 계약자에게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것 참 애매하네.”

“우선 생각하는 것은 신계약 계약자의 주소를 파악하려고요. 아무래도 설계사가 만든 허위 계약의 주소가 설계사와 관련된 주소가 아닐까 싶어서요.”

일섭은 상조 말에 동의한다.

“그렇지, 본사에서 보내는 보험 증권은 받아야 하니까.”

“그래서 계약 모든 건에 대한 데이터 검증을 할까 싶어서요.”

상조의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짓는 일섭.

“이거 큰 작업이 되겠는데… 문제는 우리가 시간이 없다는 거야. 신계약팀이 요즘 어떻다는 거 김상조씨도 잘 알잖아?”

“요즘 바쁘신 거 잘 압니다. 그러나 부장님께서 지시한 일이라서 안 할  수가 없어요.”

듣고만 있던 중만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며 말한다.

“글쎄…, 이렇게 큰 건은 정식 공문이 있어야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야 윗선에서 결정할 수 있으니까.”

“아시다시피 이 일은 일선 영업소의 설계사와 관련된 민감한 일이라서요, 설계사와 회사의 상호 신뢰에 대한 문제라 우리 부서로써는 드러내 놓고 할 일이 아니라서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일섭이 말한다.

“이렇게 큰일은 공문이 있어야 해.”

상조가 대안을 제시한다.

“그럼, 공문은 계약자 주소 현황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보내드려도 될까요?”

일섭이 추후 책임 소재를 감안하여 미리 못을 박는다.

“이번 일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큰일인데… 보내 줄 때 작업 시간도 감안해서 보내줘.”

그러자 상조는 윗선을 들이대며 은근히 일섭을 누른다.

“이번 일은 조용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서 우리 부장님이 정보시스템실 실장님께 별도로 부탁할 예정이랍니다.”


그때 회의 탁자 옆의 지급팀에서 말다툼이 일어나고 회의하던 일행이 그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강우는 일환을 바라보며 말한다.

“예정사업비 테이블에서 데이터를 먼저 가져와야 하는 것 아니야?”

“그러면 작업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니까요, 그것은 작업파일을 먼저 구성한 후에 예사비 데이터를 매치시켜야 한다니까요.”

강우는 자신이 책임지는 팀의 업무 실적이라는 관점에서 밀어붙인다.

“그렇게 하면 프로그램 짜는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

“시스템 리소스 효율도 생각해야지요. 이번만 작업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일환의 합리적인 말에 밀린 강우, 꼰대 같은 말을 들고 나온다.

“도대체 당신 업의 개념이 뭐야?”

“나만 편하게 하자고 그렇게 일하면 안 되죠? 선배님 업의 개념은 뭔지 오히려 묻고 싶네요.”

일환의 말에 강우는 일환을 매섭게 째려보며 뒷말을 잇지 못한다. 


 

지급팀에서 일어난 소동을 계속 주시한다는 것이 민망한 일행들, 모른 척하며 다시 대화를 이어간다.

“이 일이 다소 어렵기는 하겠지만 민수씨가 맡아서 하는 게 어떨까? 지금 중만씨가 신상품 반영 때문에 일이 많아서 말이지. 유신규도 그렇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조무래기 민수, 자신이 뭐 대단한 것처럼 선뜻 동의한다. 가소롭다.

“중만씨, 민수씨가 할 수 있도록 가이드 좀 잡아주고.”

일섭의 지시에 중만이 대답한다.

“계약부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잡히면 그때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이제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하자 일섭이 상조에게 말한다.

“언제 문서로 보내 줄 거야?”

“늦어도 내일까지는 보내드리겠습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보내줘. 애매하면 서로가 힘드니까.”

일섭이 상조에게 다짐받듯이 말한다.

“예, 알겠습니다. 이만 내려가 볼게요.”


모두가 회의 탁자에서 일어난다.



신계약팀 팀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사무실에 민수 혼자 남아있다.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는 민수는 재희를 생각한다. 

재희의 허리에 손을 올렸던 것, 그리고 거기서 느껴진 여자로서의 재희, 

재희의 입술을 향해 자기 얼굴을 가져다 대려고 했던 것과 가만히 있었던 재희. 

이런 생각을 하는 민수는 가슴이 벅차오르지만, 한편으로 재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척 혼란스럽다. 지금처럼 친구인 척 지내야 할지, 아니면 연인처럼?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듯 민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나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재희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다. 모른 척하고 그냥 이대로 있는다면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민수. 고민이 깊어진다.

재희에게 어떻게 전화해야 할까? 무슨 핑계로 전화해야 할까?

갑자기 변한 상황에 갈등하는 민수. 모니터를 보며 멍하니 생각하던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연형에게 담배 얻으러 간다.



재희는 책상에 앉아 카세트에서 나오는 영어를 듣는다.

‘잇이즈 서튼리 낫 이센셜 투해브어 레퍼런스 프롬어 컨설턴트.’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따라한다.

“잇이즈 서튼리 낫 에센셜 투해브어...”

재희는 어느 정도 영어를 따라 하다가 멈춘다. 그리고 허공을 향한 그녀의 시선.

민수가 자신의 허리를 손으로 감쌌던 기억이 허공에 맴돈다.

카세트에서는 다음 영어문장이 나오고 있다.

‘엔 데얼즈 노 개런티오브플레이스 이븐이프 유 두.’

재희는 카세트의 멈춤 스위치를 누른 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재희, 책상 서랍에서 헝겊으로 된 조그만 지갑을 들고 방에서 나간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민수는 자리에 앉아 전화기를 쳐다본다.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서 전화 수화기를 드는 민수, 그러나 이내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러다가 다시 전화 수화기를 들고는 전화 버튼을 누른다.

전화 발신 신호가 오랫동안 이어지지만 받지 않는다. 초조하게 수화기를 들고 있던 민수가 통화를 포기하려던 순간 상대방이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수화기에 호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민수가 당황한다.

“응, 호성이야? 나 민수.”

“아, 민수 형, 안녕하세요.”

“응, 그래, 재희 좀 바꿔줄래?”

“어, 지금 누나 없는데요, 누나가 방금 바깥으로 나갔어요.”

호성의 말을 듣고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민수. 일단은 전화를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래? 나중에 전화할게.”

“예, 전화 왔었다고 전해 드릴게요.”

“응, 고마워.”

민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동안 전화기를 바라본다.


일환과 근열 그리고 동수가 함께 퇴근하며 민수를 지나친다. 

“민수씨, 오늘 한 잔 어때?”

일환의 말이 고마운 민수, 얼른 대답한다.

“저가 끼어도 되나요?”

“그럼. 저번에 민수씨가 술값 계산했잖아. 이번에는 내가 살게, 가자고.”

민수는 급히 단말기를 끄고 일행을 따라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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