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러브 코딩 23화 - 리턴 매치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일행들.
“오늘 송강우가 쓸데없이 갈구는데 확 돌아버리겠더라고. 한 판할 뻔했어.”
일환이 울분을 터트리자 동수가 말린다.
“어지간하면 참아, 직장인이 넥타이를 왜 매는지 알아? 가슴에서 올라오는 불만을 목에서 딱 멈추라고 넥타이를 매는 거야.”
근열이 동수의 말에 동의하듯 말한다.
“그래서 그런가, 넥타이를 맨 정신으로 매려니 잘 안되더라고.”
“그럼, 넥타이를 어떻게 매는데?”
동수의 물음에 근열이 하던 말을 이어간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넥타이를 매는데, 오늘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제대로 넥타이를 매려니 잘 안 되는 거야.”
근열의 말에 공감하는 동수.
“나도 술 먹은 다음 날은 넥타이가 잘 매어져, 넥타이 매는 손이 자동으로 움직이거든.”
일환도 웃으며 끼어든다.
“맨 정신에 넥타이를 못 매면 머리를 벽에 몇 번 박으면 되겠네. 그러면 몽롱한 정신으로 넥타이를 맬 수 있을 것 아니야. 안 그래, 민수씨?”
“저는 넥타이를 목에서 그대로 빼서, 다음날 목에 그대로 끼워 넣어요.”
신통한 방법을 쓰는 민수에게 일환이 묻는다.
“그럼 매일 같은 넥타이만 매고 다니겠네?”
“예, 아침에 집에서 나오기 바쁜데 넥타이 맬 틈이 없어요.”
“그러게. 넥타이 안 매고 출근하면 참 편할 텐데.”
“그럴 바에는 아예 사복을 입고 회사에 다니지 그래?”
“뭐, 그런 날이 오겠어? 꿈 깨.”
근열의 말에 동수가 비웃듯이 말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2차 호프집, 500cc 호프 잔을 앞에 둔 일행이 최근 발생한 회사의 이슈에 대해 중구난방으로 떠든다.
“점심시간에 들었는데, 이번에 보험료 수금 사고가 심각하다며?”
“그것도 잘 나가는 설계사가 저질렀다는데?”
“그것 때문에 현업에서 난리 났더라고.”
“생각보다 사고가 큰가 봐, 홍보부에서는 이거 기사로 못 나가게 막느라 완전 비상이라던데?”
“데이터 리포팅 일이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겠군.”
“신계약과 관련된 일이니, 민수씨 팀이 제일 바빠질 것 같은데?”
민수도 끼어들며 말한다.
“그것 때문에 계약서비스부에서도 비상인 것 같아요.”
“오전에 김상조가 올라온 것도 그것 때문이야?”
“예, 데이터 리포팅 해 달라고요.”
동수가 민수를 대단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묻는다.
“민수씨가 그 일을 맡았어?”
“예.”
“민수씨 큰일을 맡았네. 축하해.”
동수가 민수를 바라보며 잔을 든다.
“하라니까 하는 거지, 저가 뭐 그럴 능력이 되나요?”
민수는 일행과 함께 잔을 들어 부딪친다.
“여기 500 두 개 더 주세요.”
또 그렇게 술을 마시다가 3차 술자리로 이어진다.
조그마한 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긴 일행, 테이블에 마른안주가 어지러이 널려져 있다.
근열만 빠진 술 선수들이 혀가 꼬부라져 있다.
동수가 빈 500cc 잔을 가게 주인에게 들어 보이며 소리친다.
“사장님, 여기 이걸로 3잔 더 주세요.”
일환이 술에 취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송강 우하고 단말기 같이 쓸 일 없다. 그 인간하고는 이제 굿바이다. 시발.”
“송 선배랑 얼마 전에 만나서 한잔했는데, 너를 좋게 보던데.”
동수의 말에 더 열을 올리는 일환.
“그 인간 자기가 엄청나게 잘 난 줄 아나 봐. 자기가 남을 좋게 보고 말고 할 자격이 돼? 그 인간, 사람이나 무시하지나 말라고 해!”
심각한 선배들의 말에 끼어들 수 없는 민수는 벽에 붙은 술 광고 브로마이드를 쳐다본다.
요염한 허리곡선을 자랑하는 여배우의 도도한 자태. 민수는 그 브로마이드를 쳐다보며 재희의 허리 곡선을 떠올린다. 친구가 아닌 여자로서의 느껴지는 재희. 그런데 정작 재희는 내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민수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 내가 감히 재희의 허리를 감쌌다? 잘한 것일까? 그것 때문에 재희가 화가 났을까? 아니면 그것이 쑥스러워 전화를 안 받은 것일까? 민수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을 이어간다.
민수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계속 이어지는 동수와 일환의 대화.
“그래도 송 선배가 일은 잘하잖아.”
“자기 혼자 잘하면 뭐 해? 뭐, 업의 개념? 조직 개념이 먼저 아니야?”
일환이 내뱉는 말에 민수가 한숨을 쉰다.
“하, 참.”
민수가 벽에 붙은 여배우 브로마이드를 바라보며 생각 없이 한숨을 내뱉었는데 동수가 민수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민수씨도 조직에 불만이 많군.”
민수가 당황하며 얼른 변명한다.
“예? 그게 아니고. 저가 딴생각하고 있어서 그만.”
그때 500cc 맥주 석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지자 민수는 민망한 듯 얼른 맥주잔을 집어든다.
민수는 재희를 대신하는 요염한 여배우 브로마이드를 보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집 현관문이 달그락거리다가 문이 열린다.
문을 열고 들어온 민수는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간다.
화장실에서 흘러나오는 구토하는 소리에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어머니가 방 안에서 나온다. 민수도 화장실에서 나온다.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아직 안 주무셨어요?”
어머니가 냉장고에서 꿀이 든 병을 꺼내서 꿀물을 타서 민수에게 건넨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집까지 어떻게 찾아왔나. 마시고 자라.”
민수는 꿀물을 마시고 방으로 들어간다.
속이 불편한 민수는 밥상 앞에 앉아서 천천히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속은 괜찮나?”
어머니는 물 잔에 꿀 한 숟가락 넣고 휘저으며 묻는다.
“예.”
“어이구,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셨는지…. 밤새 화장실에 들락거리더구나.”
“그래서 그런지 머리는 별로 안 아파요.”
“이 꿀물도 마셔라. 속이 편할 거다.”
민수는 거북한 속을 참아가며 묵묵히 밥을 먹는다.
조회 방송이 끝나고 신계약팀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때 장동수가 꾀죄죄한 모습으로 사무실로 급히 들어와 그들을 지나쳐간다.
동수가 풍기고 간 술 냄새에 일섭은 급하게 가는 동수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한마디 한다.
“저 송사리….”
민수는 자판기에 동전을 집어넣자 팀원들이 돌아가며 커피를 뽑는다.
“어제 한잔했어?”
중만이 집히는 것이 있는지 민수를 보며 묻는다.
“예.”
“그럼, 어제 장동수와 같이 한잔한 거야?”
“예, 최일환 선배, 이근열 선배하고 같이 마셨습니다.”
중만이 기분 좋게 웃으며 말한다.
“장동수를 완전히 보내버렸네. 장동수가 술이 떡이 됐어.”
엉겁결에 승자가 되어버린 민수, 일섭이 그런 민수를 보며 묻는다.
“민수씨는 괜찮아?”
“김선배 님 말씀대로 아침 식사를 했더니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중만이 민수를 대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한다.
“장동수 그 송사리, 이제 임자 만났군, 어제 술 마시느라 고생했어, 하하하.”
중만의 말에 일섭이 웃으며 핀잔을 준다.
“잘들 논다. 술 마시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우리 시스템1과에 인물 났어요. 하하하.”
통쾌한 듯 웃으며 말하는 중만, 일섭도 그런 민수가 대견한지 웃으며 말한다.
“민수씨, 힘들면 좀 쉬고 오든지?”
소 뒷발에 쥐 잡은 민수, 우쭐함을 느끼며 승자답게 대답한다.
“괜찮습니다!”
일행은 웃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현업사원 조영숙이 신계약팀으로 다가오며 일섭에게 인사한다.
“대리님, 안녕하세요”
“영숙씨, 왔어?”
“데이터 리포팅 의뢰서를 가져왔어요.”
일섭이 궁금한 듯 묻는다.
“어떤 것인데?”
“김상조 씨가 대리님께 말씀드린 거라 하던데요?”
“아, 그거, 민수씨가 맡기로 했어.”
민수라는 말에 영숙이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예….”
영숙은 쭈뼛거리며 민수 쪽으로 다가온다.
민수는 단말기 테이블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며 일에 열중하는 척한다.
“저, 안녕하세요.”
민수도 영숙을 힐끗 쳐다보며 건성으로 인사한다.
“어? 안녕하세요?”
“저, 데이터 리포팅 의뢰서 가져왔어요.”
단말기 자리에 앉아 있는 민수는 자기 책상 빈 의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렇습니까? 여기 앉으시죠.”
영숙은 민수의 페이스에 안 말리려는 듯 다른 곳을 가리킨다.
“여기는 좀 그렇고, 저 회의 탁자로 가실까요?”
그러자 민수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한다.
“내가 지금 바빠서요.”
“그럼 그냥 여기 서서 이야기할게요.”
민수는 할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 탁자로 간다.
중만은 모니터에 눈을 꽂은 채 낮은 소리로 일섭에게 말한다.
“저것들 기싸움이 대단한데요.”
일섭이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조영숙, 보통 아니지.”
신규도 재미있다는 듯 말한다.
“점점 흥미진진해지는데요.”
그 말에 중만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는다.
회의 탁자에 앉은 영숙이 가지고 온 문서를 민수 앞으로 내민다.
“계약자의 주소가 수금 설계사의 주소와 같은 건을 찾아내는 것이에요.”
민수는 문서를 찬찬히 살펴보며 말한다.
“데이터 리포트 인도 일자가 일주일 뒤네요?”
“부장님께서 말씀하신 날짜라서요.”
부장을 들먹이며 밀어붙이려는 영숙에게 민수는 나름의 논리로 영숙의 기세를 꺾으려 한다.
“데이터 처리 사항을 분석해 봐야 작업 소요 기간이 나오는데, 일주일 안에 마칠 수 있을지는 장담 못 해요.”
민수의 말에 영숙은 지지 않겠다는 듯 빳빳하게 기를 세우며 말한다.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는 나중에 알려주세요. 부장님께 말씀드릴게요.”
민수는 다른 수로 영숙을 찔러본다.
“이번이 확실하죠?”
“뭐가요?”
“저번처럼 요청 내용을 바꿔 달라고 하는 거 아니죠?”
이쯤 되자 영숙은 이제 뻔뻔하게 나온다.
“그거야 저는 모르죠, 부장님이 어떻게 말씀하실지.”
“변경 요청은 안 됩니다. 다른 일도 해야 하거든요.”
그물 치듯 방어하는 민수, 그러나 영숙은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변경 사항이 있으면 저희 부장님께서 말씀하시겠죠.”
“그쪽 부장님이 올라오셔도 저는 해 줄 수 없어요. 저는 우리 팀 다른 업무 일정도 있거든요.”
철저하게 방어하는 민수의 말에 영숙이 야비한 결정타를 날린다.
“우리 부장님이 올라오시기보다는 이쪽 과장님께 전화하시겠죠?”
민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신계약 팀원들이 회의 탁자에서 민수와 영숙의 주고받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우리 부장님이 올라오시기보다는 이쪽 과장님께 전화하시겠죠?‘
이 부분에서 중만이 낮은 목소리로 탄식한다.
“아아, 이런, 여기서 막히네.”
“역시 여우군. 제대로 찔렀어.”
모니터를 보는 척하는 일섭도 안타까운 듯 말한다.
민수와 조영숙이 회의 탁자에서 일어나 신계약팀으로 돌아온다.
신계약팀 팀원들은 애써 일에 집중하는 척한다.
중만이 시치미를 떼며 민수에게 묻는다.
“어때? 문제없어?”
민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한다.
“예.”
이미 이야기를 엿들은 일섭은 영숙 들으라는 듯이 민수에게 묻는다.
“이것으로 확정된 거야? 괜히 저번 때처럼 변경 요청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겠지?”
일섭의 말에 힘을 얻은 민수가 영숙을 쳐다보며 대답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영숙은 민수의 말을 무시하며 말한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도도하게 걸어 나가는 영숙.
일섭은 영숙의 뒷모습을 보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다 말한다.
“어우, 저 여우.”
중만은 민수를 향해 허탈하게 웃으며 말한다.
“잘했어.”
“예?”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민수에게 일섭이 말한다.
“그거 공문 접수해서 나에게 줘, 과장님께 결재 올리게.”
“예, 알겠습니다.”
민수는 영숙이 주고 간 데이터 리포팅 의뢰서를 들고 소라에게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