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수 Oct 10. 2024

지옥 입장

연재소설 : 러브 코딩 14화 - 지옥 입장

교육장 강의실.

화이트보드에 'DIRECT ACCESS 개념'과 그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상과 같이, 파일에 대한 direct access 개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

강사의 물음에 수강생들은 여전히 말이 없다.

“이번 주가 교육 마지막 주인데 direct access 방식을 이용해서 데이터 처리를 실습하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셋 (Data set)을 구성해야 합니다.”

남준이 강사에게 묻는다.

“데이터셋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데요?”

“여러분이 아직 데이터셋 구성하기에는 어렵습니다. 과제 안내문에 이번 주 과제를 진행할 데이터셋에 대한 기본 정보를 수록해 놓았으니 여러분 회사에서 선임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 셋을 구성하면 됩니다.”

그 말에 수강생들이 웅성거린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칩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가사가 강의실에서 나가자 수강생들이 웅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민수는 과제 안내문을 보다가 일에 집중하고 있는 중만을 쳐다본다.

민수는 중만에게 말하려고 머뭇거리다가 포기한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중만은 민수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무슨 할 말 있어요?”

“과제 관련해서 데이터셋 구성하는 것 때문에요.” 

“아, 그거?”

중만은 모니터를 보며 일하고 있는 신규에게 말한다.

“신규 씨, 민수 씨 과제 좀 봐줘. 내일 교육을 가기 전에 이것을 다 마쳐야 하기 때문에 내가 좀 바빠서.”

“예, 이 일 끝내면 봐줄게요.”

민수는 신규에게 부탁하듯 말한다.

“예, 감사합니다.” 

중만과 신규가 다시 모니터에 집중한다.

민수는 과제 안내문을 보며 데이터 파일 레이아웃을 그린다.


민수는 그려 놓은 데이터 파일 레이아웃을 보다가 키보드를 치고 있는 신규를 초조하게 바라본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신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아, 참, 약속 있는 것을 깜빡했네.”

신규는 퇴근하기 위해 책상을 바쁘게 정리한다.

민수는 아쉬워하는 눈으로 신규를 바라본다.

신규는 생각이 났다는 듯 민수에게 고개를 돌린다.

“아, 과제할 것 있다고 했죠? 내일 제출해야 하나요?”

“내일 제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 다행이네, 내일 봐 드릴게요.”

“예. 내일 뵙겠습니다.”

민수는 급하게 퇴근하는 신규의 뒷모습을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중만의 책상에는 '교육 중'이라 적힌 종이가 올려져 있다. 

일섭은 옆자리 단말기 테이블에 앉아서 키보드를 치고 있다. 

신규는 중만이 쓰던 모니터 테이블로 건너와 심각한 표정으로 일하고 있다.


일섭 책상 위의 전화가 울리자 일섭은 수화기를 든다.

“예, 정보시스템실 안일섭입니다…. 아, 예, 과장님, 안녕하세요.”

반갑게 전화를 받는 일섭.

“아 그 데이터 리포팅 말입니까…? 예, 급한 거 알죠. 여기도 사정이 있으니까 이해를 좀 부탁드릴게요.”

통화하는 일섭의 목소리가 당황한 투로 바뀐다.

“예, 예. 우리가 부탁드려야죠…. 예, 들어가십시오.”


일섭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신규를 향해 말한다.

“신규 씨, 그 데이터 리포팅 리스트 언제까지 나올 수 있어?”

“오늘 안으로는 해야죠.”

“저번 주까지 해야 하는 것 아니었어?”

일섭이 쏘아붙이듯 말하자 신규는 모니터에 눈을 꽂은 채 대답한다.

“빨리하겠습니다.”

“이런 송사리….”


민수는 바쁘게 일하는 신규를 초조하게 바라본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작업 결과를 확인한 신규가 일섭에게 말한다.

“작업 다 끝났어요.”

“데이터 리포팅 리스트 작업 말이지?”

“예, 지금 프린터에 걸어서 찍고 있어요.”

“프린팅 끝나는 대로 현업에 넘겨.”

“예.”


대답을 마친 신규가 민수 쪽을 바라본다.

“과제가 뭐였죠?”

“데이터셋 구성하는 것입니다.”

민수는 과제 안내문을 신규에게 건넨다. 

신규는 민수가 건네준 과제 안내문을 찬찬히 본 후 키보드를 두드린다.

“아, 샘플 프로그램이 여기 있네.” 

신규는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민수는 신규 옆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단말기 모니터를 함께 쳐다본다.


퇴근 시간이 되어 일섭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수고들 해.”

“안녕히 가십시오.”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한다. 

“내일 뵀겠습니다.”

일섭에게 인사한 신규가 다시 모니터를 심각하게 쳐다보며 혼자서 되뇐다.

“이상하네, 어디서 에러가 나는지 알 수가 없네.”

신규 옆에서 프로그램을 함께 보던 민수는 일섭이 쓰던 단말기 자리로 옮겨 가서 키보드를 친다.

텅 빈 사무실에 민수와 신규만 남아서 키보드를 치고 있다.

단말기를 쳐다보며 씨름하던 신규가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본다. 

“어, 10시네. 이렇게 해 봤자, 오늘은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요, 이만 퇴근하고 내일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

신규와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선다.



동기들과 교육장이 있는 빌딩에서 나오는 민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데이터셋이 구성되어야 과제를 할 수 있는데…. 미치겠네.”

“아직도 데이터셋 구성이 안 되었다고? 우리 선배에게 말하니까 금방 되던데.”

연형의 말에 규섭이 민수의 복잡한 속을 건든다.

“그러다가 이번에 수료 못 하는 거 아니야?”

“될 대로 되겠지.”

민수가 깊은 한숨을 쉬면서 말하자 연형이 나선다.

“우리 선배한테 데이터셋 만드는 거 부탁해 볼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우리 팀 유 선배가 이 일로 어젯밤 10시까지 헤맸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가 좀 그렇다.”

“그도 그렇겠다.”

“오늘까지 안 되면 다 포기해야지. 수료 못 하면 쪽 팔려서 어떻게 회사 다니겠어?”

동기들과 길을 걷고 있는 민수의 표정이 어둡다.



신규는 옆자리 모니터를 보며 일에 집중하고 있다. 

신규 맞은편 단말기에서 키보드를 치던 민수가 어렵사리 말을 꺼낸다.

“저…. 어려우시면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 볼까요?”

“거 참!”

신규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민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과제 제출은 해야 하기 때문에요.”

입을 다문 신규의 표정에 신경질이 가득하다.


민수와 신규의 불편한 대화를 듣게 된 일섭이 묻는다.

“무슨 일이야? 뭐가 잘 안돼?”

“데이터셋 구성이 잘 안 되어서요.”

“그래? 신규씨는 데이터 셋을 몇 번 만들어 봤어?”

“옆에서 만드는 것 보기만 했어요.”

“그렇지, 시스템 개발을 안 하면 데이터 셋을 만들 일이 없지. 비켜 봐.”

신규가 일섭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일섭이 그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에 있는 프로그램 코딩을 바라본다.

민수와 신규는 일섭의 뒤에 서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본다.

“여기가 잘 못 됐네.”

금방 오류를 찾아낸 일섭이 웃으며 키보드를 친다.

옆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던 신규가 신기한 듯이 묻는다.

“어, 돌아가네요. 뭐가 잘못된 거죠?”

“테스트 환경에서는 여기에 T자를 붙여줘야 해.”

“아, 그것 때문에 이런 개고생을 했네.”

신규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나 바라던 데이터 셋이 구성되자 민수는 웃으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민수는 자기 쪽 자리의 단말기 테이블로 돌아와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친다.



민수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다가 모니터를 보며 싱긋이 웃는다.

프린터가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민수는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본다. 새벽 1시. 민수는 프린터로 다가가서 출력된 리스트를 가져다가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사무실을 나선다.



교육장 강의실. 모든 과정을 마친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말한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끝까지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강사로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사무실로 돌아가시면 실무를 통해 전산 스킬을 업그레이드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강생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며 감사를 표한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사가 수강생을 보며 인사를 한 후 강의실에서 나간다.

수강생들도 교육 수료증이라 적힌 수료증 케이스를 들고 강의실을 나선다.



민수와 동기들은 교육을 수료했다는 우쭐한 기분으로 사무실에 들어선다.

자기 자리에 다가온 민수는 가방에서 교육 수료증을 꺼내 중만에게 내민다.

“교육 다 마친 거야?”

“예,”

중만은 교육 수료증을 펼쳐서 보며 말한다.

“그동안 교육받느라 수고 많았어.” 

“감사합니다.”

중만은 수료증을 민수에게 돌려주면서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민수 씨, 지옥의 문으로 들어선 것을 환영해. 하하하.”

민수도 마지못해 어색하게 따라 웃는다.

이전 13화 길에서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