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러브 코딩 13화 - 길에서 만나다
동기들과 사무실에 들어선 민수는 자리에 앉으며 소라 쪽을 쳐다본다.
민수는 소라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는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과제물을 꺼내면서 소라를 다시 한번 쳐다본다.
소라와 대립 관계에서 이제는 소라의 눈치를 보는 신세로 전락한 민수, 참 애잔하다.
민수는 그려 놓은 플로차트를 보면서 그 위에 메모를 추가하고 있다.
소라가 민수의 자리로 다가온다.
“선생님, 많이 바쁘세요?”
소라의 접근에 당황하는 민수.
“아, 뭐. 그냥요.”
“저랑 잠깐 바깥에 나갔다 오실 수 있을까요?”
“예? 예….”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민수는 체념한 듯 소라 뒤를 따른다.
민수와 소라가 회사의 출입문에서 나와 길을 걷는다.
“어디로 가는데요?”
“비품 사러요.”
민수는 긴장한 표정을 풀며 웃는다.
둘은 길을 걷다가 문구용품점으로 들어간다.
민수와 소라가 문구용품점 안으로 들어서서 바구니를 든다.
소라는 메모를 보면서 매장을 돌아다니며 바구니에 문구용품을 담는다.
가득 담은 바구니를 들고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마친다.
민수와 소라는 비품을 담은 큰 비닐백 한 개씩 들고 문구용품점을 나선다.
민수와 소라는 문구용품점에서 나온다.
소라는 회사 반대쪽 방향으로 걷자 민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소라를 따라간다.
“뭐 다른 것도 살려고요?”
민수가 묻자 소라가 웃으며 말한다.
“아뇨, 나온 김에 바람이나 좀 쐬려고요.”
한동안 큰길을 걷던 둘은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길로 들어선다.
큰 나무 아래 벤치가 놓인 한적한 장소에 다다른다.
소라는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는다.
민수는 비닐봉지를 벤치에 올려놓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소라는 문방구에서 구입한 음료수를 민수에게 건네며 묻는다.
“여기, 조용하고 참 좋죠?”
“예.”
갑자기 소라와 관계를 회복한 것이 어색한 민수가 대답한다.
“저가 입사했을 때 여기 자주 왔었어요. 점심시간에 저 입사 동기하고 올 때도 있었고 혼자 올 때도 있었어요. 조금 전에 선생님이 동기분하고 지하 식당가에 앉아 있는 것을 보니 그때가 생각났어요.”
“예….”
민수가 소라의 말에 어설프게 관심을 표시한다.
“양복 입은 신사들이 벤치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웃겼어요.”
“그래요? 우리도 노숙자 같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노숙자? 호호호.”
민수는 무안한 듯 소라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신다.
민수는 서서 주위를 바라보다가 문득 재희를 떠올린다.
그동안 교육받으면서 과제에 묻혀 사느라 재희 생각할 틈이 통 없었다.
내일은 교육 마치면 재희와 점심을 같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동기들과 빈둥대느니 재희와 같이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민수는 그동안 흘려버린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소라가 민수에게 말을 건넨다.
“선생님, 저번에 계약서비스부에서 올라왔던 박혜영씨 참 예쁘죠?”
민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알겠다는 듯이 말한다.
“아, 내가 우리 팀에 온 첫날 봤던 그 박혜영씨 말이죠?”
“선생님, 어쩌죠? 선생님이 박혜영씨하고 결혼한다고 소문났던데.”
민수는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 말한다.
“아, 우리 대리님이 주례 같은 말을 했던 것 때문에요?”
“예, 안대리님이 참 웃겼어요.”
“그런데 그게 왜 소문이 나요?”
“여사원들끼리는 원래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이 하잖아요.”
민수가 소라 들으라는 듯이 혼잣말한다.
“아, 이런…. 이제 우리 동기들이 노숙자처럼 식당가 벤치에 쪼그려 앉아 농땡이 치는 것도 소문나겠네.”
소라가 웃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사람 눈에 안 띄는 여기로 오세요. 여기 좋잖아요.”
그 말을 들은 민수는 어색하게 웃는다.
소라와 대립 관계에서 눈치 보는 관계로 전락하더니 이제는 소라의 동정을 받는 처지가 된 민수….
소라가 일어서서 비닐봉지를 들고 사무실을 향해 앞장선다.
민수는 소라가 들은 비닐봉지를 뺏어 들고 소라와 나란히 걸어간다.
민수와 동기들이 교육장 건물에서 빠져나온다.
함께 나오던 민수는 일행이 가는 반대편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말한다.
“나는 볼 일이 있어서 이리로 갈게.”
“배신 때리는 거야?”
규섭의 말에 민수가 발끈한다.
“사무실에 안 들어가면 되잖아, 그런데 이런 일로 배신이라고 말하면 이상하지.”
“에이, 농담이야.”
규섭이 웃으며 한발 물러선다.
“기껏 사무실 안 들어가려고 바깥에서 쭈글스럽게 이러는 것이 좀 그렇다.”
민수가 뼈 때리는 말을 하자 규섭이 정색을 한다.
“뭐, 쭈글스럽다고?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나는 어제 정소라에게서…. 아, 그래, 말을 말자.”
남준이 둘 사이에 막아선다.
“에이, 왜들 그래. 민수아, 일 잘 보고.”
남준이 민수에게 빨리 가라는 듯 손짓한 후 규섭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규섭을 끌고 간다.
민수는 동기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민수가 종각 앞을 지나서 걷는다.
지하철을 타려는 한 무리의 일행이 민수 쪽으로 다가온다.
그 일행 중에 섞여 있던 재희가 민수를 알아본다.
“어머, 민수야!”
민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재희를 쳐다본다. 그리고 재희 옆의 남자도 쳐다본다.
재희가 반가워하면서 말한다.
“여기 웬일이야?”
민수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한다.
“응, 너 보러.”
“날 보러? 지금? 이상하네.”
재희의 말에 더 난감해진 민수, 재희는 그제야 알아챘다는 듯 말한다.
“아, 인사해. 학원 수업 같이 듣는 분이야.”
민수는 그 남자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재희는 남자를 보며 말한다.
“먼저 가세요, 이 친구하고 이야기 좀 해야 해서요.”
서로가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남자는 지하철 입구를 향해 간다.
민수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재희는 그런 민수를 보며 나무라는 듯이 말한다.
“얘, 그런 거 아니야. 하하하.”
“뭘?”
속 마음을 들킨 민수는 딴청을 부린다.
“그런데 어떻게 왔어? 지금 회사에 있어야 하는 시간 아니니?”
“아직도 전산 교육받고 있어, 오늘 수업을 일찍 마쳐서 너하고 점심 먹으러 왔어.”
“그래? 그럼 뭘 먹을까?”
점심으로 뭘 먹을지 생각하지 못 한 민수, 아차 싶어 대강 얼버무린다.
“응, 좋은 거.”
“전화하고 오지 그랬어, 이렇게 오면 못 만날 수도 있잖아.”
재희의 핀잔에 민수가 웃으며 말한다.
“서프라이즈.”
“칫!”
재희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곁눈질로 훔쳐보는 민수, 조심스럽게 항의한다.
“주말에 전화하니까 안 받던데.”
“아, 그거…. 주말에 동생들이랑 엄마 아빠 도와주러 갔어.”
“농장?”
“얘는…. 농장이랄 것까지는 없고, 그냥 양계장.”
“거기 일이 많아?”
“말도 마, 얘, 닭들이 얼마나 똥을 많이 싸는지 아니, 그게 다 일이야.”
“그래?”
민수는 궁금하다는 듯 재희를 쳐다본다.
“그걸 삽으로 다 치워야 하는데, 아휴, 그게 삽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아.”
민수는 그런 재희가 새롭다는 듯 다시 쳐다본다.
지나가는 길에 피자집 간판이 보이자 현수는 옳다구나 싶어 자연스럽게 말한다.
“자, 여기.”
둘은 피자집으로 들어선다.
민수와 재희가 피자집에 얼굴을 마주 대하며 앉아 있다.
재희는 민수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좀 수척해진 것 같아.”
“교육받느라 그래, 주말마다 회사에 나와서 프로그램 짜고 있거든.”
“교육은 언제 마쳐?”
“다음 주 금요일.”
“이제 회사생활이 적응되니?”
“적응이 아니라 버티는 거야.”
“참, 진구는 선우글로벌이라는 회사에서 일한다며?”
“응, 외국에 피아노 팔러 다녀.”
“걔 요즘은 사고 안 쳐?”
“글쎄…. 내가 교육 마치면 그 녀석이랑 언제 한 번 뭉칠까?”
“그래, 그 애 정말 오래간만에 볼 것 같다.”
종업원이 그들의 테이블로 와서 라자냐와 콜라를 내려놓는다.
“어머, 맛있겠다. 이런 메뉴는 처음 봐.”
“응, 나도 얼마 전에 먹어 봤어.”
민수는 미소 지으며 재희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