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러브 코딩 41화 - 짤짤이
출근하기 위해 와이셔츠를 입는 민수 뒤로 어머니가 넥타이를 들고 다가온다.
“이 넥타이로 바꿔 매라.”
“안 돼요, 넥타이를 새로 맬 시간이 없어요.”
민수는 책상 위에 던져놓은 넥타이를 들며 말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민수가 들고 있는 넥타이를 낚아챈다, 그리고 들고 있는 넥타이를 내민다.
“이거 매라”
“아, 시간 없는데….”
민수가 새 넥타이를 들고 툴툴거리자 어머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내가 그럴 줄 알고 지퍼 달린 넥타이를 샀다. 그냥 매듭을 잡고 올리기만 하면 된다.”
민수는 넥타이를 목에 매고 넥타이와 매듭을 잡고 위로 올린다,
“편하네요.”
“이 넥타이는 내가 오늘 빨아야겠다.”
“갔다 올게요.”
어머니는 현관문을 나서는 현수를 보며 언제나처럼 당부한다.
“술 많이 마시지 마라.”
“예.”
“대답이야 잘하지….”
어머니는 출근하는 민수의 뒷모습을 보며 말한다.
사무용 가구로 바뀐 사무실. 각 팀의 사무용 테이블이 네 개씩 일렬로 정렬되어 있다. 그리고 그 맞은편 팀과는 눈높이 정도의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그렇게 신계약팀과 입금팀이 마주 보고 있으며 그다음 줄은 보험서비스팀과 지급팀이 일렬로 맞붙어 있다. 나머지 팀들도 이와 같은 형태로 사무실이 구성되어 있다.
신계약팀은 중만 팀장과 신규, 민수, 재현 순으로 이어져 있다.
간부 회의를 마치고 시스템1과로 돌아오는 서부장이 회의를 소집한다.
“팀장들, 회의실에서 좀 봅시다.”
중만과 시스템1과의 각 팀장들이 서부장을 따라 회의실에 들어간다. 시스템1과의 모든 직원들은 회의실로 들어가는 팀장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잠시 뒤 팀장들과 회의실에서 나온 중만이 신계약팀 팀원들에게 말한다.
“지금 회의실에서 회의 좀 할까?”
신계약팀 팀원들은 회의실로 몰려간다.
회의실에 들어선 중만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다들 짐작하고 있듯이 짤짤이가 발표 났어. 우리 과 안에서 각 파트별로 약간의 인원 변동이 있고 크게 바뀌지는 않았어.”
“짤짤이가 뭐예요?”
동전 따먹기 놀이를 칭하는 말 짤짤이, 그 말을 회사에서 듣는 재현은 의아한 듯 민수에게 살짝 묻자 민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해 준다.
“짤짤이 하듯이 인원을 서로 주고받는 거.”
“아, 예.”
회의 결과가 궁금한 신규가 중만에게 묻는다.
“우리 팀도 건들었나요?”
“물론이지. 이민수씨가 보험서비스팀으로 가.”
예상치 못한 중만의 말에 민수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묻는다.
“저가요?”
중만은 당황해하는 민수를 보며 묻는다.
“이근열씨가 민수씨 2년 선배지?”
“예.”
신규 역시 중만의 말을 못 믿겠다는 듯 묻는다.
“이민수씨가요? 아직 우리 팀으로 온 지 2년밖에 안 되었는데요?”
“그 팀 이진삼대리가 과장으로 진급하면서 지방의 전산팀장으로 가게 되었어. 그래서 민수씨가 그 쪽 팀 빈자리 땜빵하러 가는 거야.”
“그러면 보험서비스팀은 백영길 대리가 팀장을 하나요?”
“그렇지.”
신규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우리 팀에서 이제 일할만하니 다른 팀으로 빼내네요.”
“그렇긴 하지, 그 대신 이근열씨가 우리 팀으로 와.”
“그래요? 나보다 1년 위인데….”
“그렇지, 신규씨한테 좀 안 좋긴 해.”
“나는 이번에 팀장님이 옮기는 줄 알았는데….”
신규가 아쉬운 듯이 말하자 중만이 나름대로 이유를 덧붙인다.
“이민수씨가 아직 연차가 낮으니 내가 빠지는 것은 힘들다고 봤나 봐. 다행히 이근열씨가 오면 나도 내년에는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아.”
“팀장님은 어느 팀으로 가고 싶으세요?”
“기획팀.”
자기 욕심을 말한 중만은 쑥스러운지 웃는다. 신규는 그런 중만을 응원하듯 말한다.
“맞아요, 대리님은 기획팀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민수씨는 내일 자리 옮기는 걸로 했어.”
중만의 말에 민수는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신규 역시 의외라는 듯 말한다.
“벌써요? 한 2~3일 정도는 인수인계해야 하잖아요.”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뭐, 오늘 이근열씨하고 업무 인수인계하고 나중에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하면 되지.”
가볍게 말하는 중만과는 달리 민수 진지하게 말한다.
“일일마감작업을 먼저 인수인계할게요.”
“다른 수시 업무는 없지?”
중만의 물음에 민수는 빚진 사람처럼 말한다.
“개발 업무는 다 마쳤고, 데이터 리포팅하는 거 하나 있는데, 그것도 빨리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케이.”
중만이 서운한 감정을 숨기며 민수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한다. 그러나 신규는 솔직하게 말한다.
“민수씨가 다른 팀으로 간다니 섭섭하네요.”
본의 아니게 팀을 떠나게 되어 송구스러운 민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저도 갑자기 들은 말이라 얼떨떨합니다.”
팀 막내 재현도 한마디 한다.
“저도 섭섭합니다.”
“나는 언제쯤 옮길 수 있을까요?”
민수가 부러운 듯 말하는 신규, 중만이 신규의 그런 바램을 농담으로 받아친다.
“하하, 자기는 신계약팀 말뚝이지.”
모두가 웃는다.
“나가서 커피 한잔할까?”
중만의 말에 모두가 일어난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고 일에 몰두하고 있는 민수를 보며 중만이 말한다.
“자리 옮겨야지.”
민수는 중만의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해 되묻는다.
“예?”
“자리 옮겨 놓고 송별회 가야지.”
“아직 데이터 리포팅 일을 다 못 마쳤는데요.”
“그 일은 이제 나한테 넘겨.”
“예.”
민수는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PC를 끈다.
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밑으로 허리를 굽혀 PC와 연결된 코드와 케이블을 제거한다. 그리고 PC 본체기와 모니터 등을 자기가 앉던 의자 위에 올린다. 재현도 자리에서 일어나 민수의 짐을 함께 챙긴다.
민수는 짐이 실린 의자를 밀며 한 칸 건너 다음 줄에 있는 보험서비스 팀으로 간다. 재현도 민수의 사무용품을 들고 민수 뒤를 따른다.
민수는 보험서비스팀으로 짐 실은 의자를 밀고 들어서면서 영길에게 인사한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응, 어서 와. 저기 저 자리야.”
민수를 맞이하는 영길은 끝에서 두 번째 자리가 민수 자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민수는 그곳으로 짐을 밀며 간다.
민수가 옮기는 자리 뒤쪽 대각선에 있는 소라의 자리가 있다. 소라는 짐을 밀면서 오는 민수를 반갑게 반긴다.
“이선생님, 이 자리에 앉으세요?”
“예.”
민수의 오른쪽에는 정인주가 앉아 있고, 왼쪽에는 40대 초반의 외주 사원 홍명선이 자리하고 있다. 명선도 민수를 반긴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수줍어하며 인사하는 민수에게 명선이 웃으며 말한다.
“호호, 내가 잘 부탁드려야지.”
그리고 민수는 인주에게도 인사한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응, 어서 와”
민수는 옮긴 자리에 짐을 부린다. 그리고 몇 번에 걸쳐 신계약팀과 보험서비스팀 자리를 오가며 짐을 옮긴다. 그리고 뒤쪽 줄의 근열도 신계약팀으로 자리로 옮긴다.
신계약팀 팀원들이 퇴근하기 위해 일어선다. 보험서비스팀에 앉아 있던 민수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명선에게 인사한다.
“내일 뵙겠습니다.”
“송별 회식?”
“예.”
민수는 인주와 영길에게도 퇴근 인사를 하고 신계약팀 팀원들과 같이 사무실을 나선다.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신계약팀 환송 회식 자리, 불판에 삼겹살을 구우며 술을 마신다.
중만이 민수에게 소주를 따르며 묻는다.
“어때? 이번에 가는 팀 마음에 들어?”
“잘 모르겠어요.”
“그 팀도 아주 바쁜 팀이야. 민수씨는 일 복을 타고난 것 같아.”
중만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자 민수가 궁금한 듯 묻는다.
“어떤 팀인데요?”
“온라인 시스템 개발하고, 데이터베이스 관리하는 팀이지.”.
“그 팀 현업 담당 부서가 보험서비스부 아닌가요?”
신규의 말에 중만이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결국 처갓집 쪽으로 가게 되었네, 하하.”
“박혜영씨가 보험서비스부죠?”
신규는 괜한 박혜영을 언급하며 중만과 한바탕 웃는다. 중만이 민수에게 묻는다.
“민수씨는 언제 결혼할 거야?”
“아직 계획이 없어요.”
“만나는 사람은 있고?”
“없어요.”
중만이 슬며시 웃으며 민수를 추궁한다.
“있는 것 같더니만?”
“그냥 동창 친구입니다.”
민수가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중만이 민수를 몰아붙인다.
“친구 하다가 다 ‘여보 당신’하게 되는 거야.”
중만의 말에 민수가 그냥 웃는다. 민수도 사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팀장님도 사모님 하고 친구로 지내시다가 결혼하셨죠?”
신규의 말을 부정하지 않는 중만.
“어떻게 알았어?”
“속도 위반.”
중만은 민망스럽다는 듯이 웃은 후 민수를 보면서 말한다.
“보고 배워.”
민수도 뻔뻔스럽게 말한다.
“그러고 싶지만….”
민수는 나름 속마음을 드러내며 웃는다.
“아직 뽀뽀도 못 했지?”
노골적으로 묻는 중만의 말에 민수는 그냥 웃는다.
“뽀뽀를 해야지 나처럼 도장을 찍든지 말든지 하지.”
“도장요?”
민수는 도장의 의미를 몰라 다시 묻는다.
“도장을 찍었으니까 속도위반이 된 거지.”
“아, 그 도장.”
그제야 민수는 도장의 의미를 알아챈다. 신규가 민수에게 묻는다.
“몇 년 사귀었어요?”
“대학 친구인데 10년 가까이 된 것 같아요.”
10년이라는 말에 중만이 의아한 듯 묻는다.
“결혼할 생각은 있고?”
“하면 좋죠.”
중만은 그렇게 말하는 민수에게 핀잔을 준다.
“으그 답답해. 그 친구가 얼마나 답답해할까?”
신규도 그런 민수를 매도하기 시작한다.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민수씨가 버릇이 없는 거죠. 뽀뽀도 아직 못했다니.”
“민수씨, 어떻게 뽀뽀하는지 모르지?”
민수를 놀리는 중만,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는 민수는 그것이 뭐 별거냐는 듯이 말한다.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러니 아직 뽀뽀도 못 했지….”
중만이 그런 민수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하자 급기야 경험 많은 재현까지 나선다.
“팀장님 말은 뽀뽀하는 절차와 방법을 말하는 거예요.”
“아….”
이제야 그 의미를 파악하는 민수. 중만이 그런 민수에게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박재현씨 여자랑 뽀뽀하려면 우선 뭐가 중요해?”
“아무래도 분위기를 먼저 잡아야겠죠?”
“그렇지! 분위기.”
“저는 칸막이 쳐진 레스토랑이 좋더라고요.”
“역시 재현씨가 잘 아는군.”
“그리고 중요한 것은 노래방에 가는 것입니다.”
중만이 민수를 바라보며 말한다.
“들었지? 빨리 기회를 만들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민수는 민망하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한다.
“예.”
“결혼해서 집들이하게 되면 우리 팀도 좀 불러줘.”
중만의 말에 민수는 팀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강하게 실감한다.
“당연히 그래야죠.”
신규도 충고하듯 민수에게 말한다.
“시간 금방 지나가요. 결혼할 거면 빨리 해요.”
“세월이 참 빠르지. 여기서 민수씨 신입사원 환영회 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중만의 말에 신규도 회상하듯 말한다.
“그게 2년 전이죠?”
“그때는 민수씨가 새까만 송사리였는데 나보다 먼저 우리 팀을 떠나는구만.”
민수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팀장님,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인생은 결국 막판에서 다 만나게 되어 있어.”
그렇게 민수는 정들었던 신계약팀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