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러브 코딩 40화 - 연애 기술
소라가 민수에게 묻는다.
“상반기 업무 실적 다 적었어요?”
“예, 다 적어서 팀장님 드렸어요.”
“벌써요?”
소라가 놀란 듯 말하자 민수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뭐 시간 끌 일이 아니잖아요, 그냥 후딱 써서 넘기는 거지.”
“선생님은 고과 별로 신경 안 쓰나 봐요?”
“뭐 나쁘지만 않으면 되죠, 사실 좀 귀찮잖아요.”
“우… 배짱이라고 해야 할지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어떻게 신입사원 때하고 바뀐 게 없어요?”
소라가 민수의 배짱에 놀란 듯하면서도 민수를 놀린다.
“왜요? 내가 뭐 어째서?”
“하여튼 참…, 개념이 없어, 개념이….”
소라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하자 그 모습을 본 민수가 웃는다.
민수는 모니터에 집중하며 키보드를 치고 있다. 중만이 민수를 부른다.
“민수씨.”
“예?”
“민수씨 상반기 업무 실적을 너무 성의 없이 적었네.”
“죄송합니다, 지금 밀린 일이 많아서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야, 자기 것은 자기가 챙겨야지.”
중만의 말에 민수는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중만은 민수가 작성한 상반기 업무실적 보고서를 민수에게 건넨다.
“이것 다시 쓰도록 해.”
민수는 중만이 건넨 실적 보고서를 받아 들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그것을 살펴본다.
“민수씨만 생각하면 어떻게 해, 민수씨가 고과를 제대로 못 받으면 사수인 내가 어떻게 되겠어?”
“죄송합니다.”
중만은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주간일지 파일을 빼낸다.
“여기서 민수씨가 했던 거 찾아서 좀 제대로 써. 그래야 위에서 고과를 제대로 주잖아.”
“예, 알겠습니다.”
민수는 그것을 책상 위에 두고 다시 하던 일을 하려고 한다.
중만이 답답하다는 듯 민수를 다그친다.
“다른 일 하지 말고 지금 그것부터 다시 작성해, 이런 송사리.”
민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중만이 준 주간보고서를 펼친다.
소라가 지나가면서 난감해하는 민수를 보며 약을 올리듯 웃으며 혀를 살짝 내민다.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민수의 책상에 전화가 울린다.
“정보시스템실 신계약팀 이민수입니다."
“응, 나야, 재희."
“민수는 뜻밖의 재희 전화에 반가워한다.
“응, 재희?”
“나 명동에 나왔어, 선영이랑 같이.”
“무슨 일로?”
“응, 그냥 이것저것 하려고 나왔어.”
“아, 그렇구나.”
그렇게 대답하는 민수는 업무실적 보고서 작성과 재희와의 만남 사이에서 갈등한다.
“너 퇴근하고 볼까?”
“나야 좋지. 안 그래도 그 말을 하려던 참인데.”
민수는 속으로 내일 아침 일찍 나와서 업무실적 보고서를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명동에 있는 상업은행 건너편에 있는 밀라노라는 음식점이 있거든. 거기서 봐.”
“몇 시에?”
“거기서 7시에 만나."
“응, 7시.”
민수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시계를 바라본다. 그리고 업무실적 보고서를 바쁘게 작성하기 시작한다.
민수는 음식점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리며 재희를 찾는다. 재희와 선영이 보이지 않자 민수는 빈자리에 가서 앉아 음식을 미리 주문한다.
잠시 후 재희와 선영이 음식점으로 들어와서 민수가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온다.
민수는 다가오는 그들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한다.
“일 잘 봤어?”
재희는 아무 말 없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뒤따라 자리에 앉는 선영이 민수에게 말을 건넨다.
“오래 기다렸지? 미장원에 들렀다가 오느라 좀 늦었어.”
민수는 재희의 우울한 표정을 읽으며 선영에게 대답한다.
“조금 전에 왔어, 우선 피자하고 맥주 좀 시켰는데 괜찮지?”
“잘했어, 저녁으로 피자 좋지.”
민수는 재희의 짧아진 머리를 바라보며 말한다.
“머리 깎았네.”
선영은 재희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머리 예쁘게 잘 잘랐지?”
“응, 씩씩하게 보여.”
재희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민수를 바라본다. 선영은 민수에게 나무라는 듯한 눈짓을 보내며 둘러대듯 말한다.
“예쁘게 잘 잘랐잖아.”
재희는 눈에 눈물을 그렁거리며 말한다.
“나, 이 머리 마음에 안 들어.”
민수는 예상치 못한 재희의 반응에 당황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선영이 그런 재희를 달랜다.
“처음이라서 그래, 조금 지나면 마음에 들 거야.”
민수는 냅킨을 몇 장 빼내서 재희에게 건네며 말한다.
“예쁜데….”
“재희는 민수가 건넨 냅킨을 두 눈에 번갈아 갖다 대며 말한다.
“씩씩하다며?”
민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씩씩하게 이쁜 거 있잖아.”
재희는 낮은 소리로 말한다.
“말도 안 돼!”
선영은 민수에게 더 말하지 말라는 눈짓을 보낸다. 민수는 선영의 눈짓 신호를 받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종업원이 음식과 맥주, 콜라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간다.
선영이 재희를 다독이듯이 말한다.
“재희야, 먹으면서 기분 풀자.”
재희가 생각이 났다는 듯 민수에게 묻는다.
“이사는 잘했니?”
사정을 알고 있던 선영이 말을 거든다.
“그날 어머니에게 혼 안 났어?”
민수는 들고 있던 피자 조각을 내려놓으며 대답한다.
“그날 집에 들어가서 죽다가 살았어.”
선영은 재미있다는 듯이 민수에게 묻는다.
“어떻게?”
“집에 들어가니까 어머니 혼자 이삿짐을 싸고 계신 거야.”
선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민수에게 말한다.
“어머, 저런… 어머니가 화가 많이 나셨겠다.”
“화가 많이 난 정도가 아니었어, 내가 뒈지는 줄 알았다니까.”
선영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묻는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민수는 어머니가 했던 동작을 재현한다.
“짐을 싸던 어머니가 나를 이렇게 딱 째려보면서.”
그리고 눈을 표독스럽게 허공을 째려보며 독백하듯 말한다.
“이 뭣고?”
선영은 민수의 동작과 말투에 자지러지듯 웃는다. 재희도 생긋이 웃는다.
민수는 몸을 움츠리는 동작을 하면서 그 상황을 묘사한다.
“나는 완전히 얼어서 딱 이러고 있는 거야.”
선영은 웃음을 겨우 멈추며 묻는다.
“그래서?”
민수는 다시 어머니 흉내를 내듯 고개를 옆으로 틀면서 앙칼진 목소리로 말한다.
“뭐 이런 기 다 있노?”
민수는 다시 목소리를 조정해 가며 말한다.
“어디서 쳐 자빠져 놀다가 이제 기어 들어오노?”
선영과 재희가 함께 자지러지듯이 웃는다.
민수는 고개를 젖히며 웃는 재희에게 정색하며 말한다.
“이게 웃을 일이야? 나는 목숨을 걸고 너를 좋아하다가 이렇게 되었는데?”
재희는 옆에 있는 선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는다.
민수는 재희가 웃고 있는 모습을 바라본다.
음식점에서 나온 일행이 귀가를 위해 길을 걷는다.
민수가 앞서가는 재희와 선영에게 말을 한다.
“나는 이리로 가서 좌석버스 타고 갈게.”
“지하철 안 타?”
“응, 이사 간 곳은 좌석버스로 가는 게 더 편해.”
“응, 그래, 오늘 즐거웠어.”
“민수는 인사를 하는 재희를 보며 머뭇거리다가 말을 한다.
“사실 나도 너 머리 마음에 안 들어.”
선영이 민수의 말을 막으려 한다.
“야 아~.”
재희는 의외라는 듯 민수를 쳐다본다.
“너가 너무 이쁘게 보여서 다른 사람들이 너를 쳐다보는 게 나는 싫어.”
선영은 소리 내서 웃고 재희는 깊은 눈망울로 재희를 쳐다본다.
민수는 그런 재희에게 손을 들어 인사한다.
“갈게.”
재희도 그런 민수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인사한다.
“그래, 오늘 고마웠어.”
재희는 민수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민수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주무시는데 깨워서 죄송합니다. 여기 기계실인데요, 이민수씨 좀 부탁합니다."
“이민수입니다.”
“일일마감 뱃치작업 에러 나서 전화를 드렸어요.”
“예, 어느 부분인가요?”
“SNBPEDMS의 세 번째 스텝에서 에러 났어요.”
“에러 코드가 어떻게 되나요?”
“QSAM 에러입니다.”
“그래요?”
민수는 어둠 속에서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잇는다.
“지금 나갈게요.”
“예, 알겠습니다.”
민수 일어나서 불을 켠다. 탁자 위의 시계를 본다. 3시 30분.
그는 장롱문을 열어 사복을 꺼내 들다가 다시 시계를 본다.
그는 잠시 생각하고는 사복을 장롱 안에 다시 던져 넣고는 책상 위에 벗어든 양복을 입는다.
민수는 넥타이를 들어서 목에 끼우려다가 그것을 양복 주머니에 넣고 방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