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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Dec 06. 2024

인수인계

연재소설 : 러브 코딩 42화 - 인수인계

민수는 어머니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있다. 어머니가 식사하는 민수를 보며 핀잔하듯 말한다.

“너가 넥타이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매고 다녔는지, 아유….”

“왜요?”

“어제 너 넥타이를 손빨래했더니…, 창피해서 말이 다 안 나온다.”

어머니는 빨래한 넥타이를 민수에게 보여주며 말을 이어간다.

“얼마나 오랫동안 넥타이를 매고 다녔으면 이렇게 다 해어졌다.”

민수는 어머니가 건네는 넥타이를 살펴본다. 손빨래하면서 다 해어진 넥타이, 민수는 신기한 듯 바라보며 웃는다.

“버리려고 하다가, 하도 기가 막혀서 너 보라고 이렇게 남겨놨다.”

“그러고 보니까 오래 맸었네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넥타이를 매고 다녔는지….”

어머니의 핀잔에 민수가 변명한다. 

“아침에 회사 가기 바빠서 넥타이에 별로 신경을 안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게을러서 그런 것이지. 너나 나나….”

어머니가 자조하듯이 말하자 민수는 어머니에게 미안해진다.

“자주 갈아 맬게요.”

“이제 장가가야 안 되겠나, 너를 챙겨주는 사람을 만나야지.?”

민수는 어머니 말을 못 들은 척 묵묵히 식사한다.



민수는 사무실로 들어서서 신계약팀 자리로 간다. 그리고 이내 돌아서서 보험서비스팀으로 발길을 돌린다. 민수는 자신의 바뀐 처지가 아직은 익숙지 않다.


사무실의 아침 조회 방송 TV가 꺼진다.

민수는 서랍을 열어 작업일지를 빼내서 들고 팀장인 영길에게로 다가간다.

“팀장님, 업무 인계하고 오겠습니다.”

“응, 그래. 10시에 회의실에서 팀원들하고 커피 한잔하자고.”

“예.”

민수는 근열과의 업무 인계를 위해 신계약팀으로 간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민수의 인사에 반갑게 맞이하는 중만.

“어제 집에 잘 들어갔어?”

“예.”

민수는 중만 옆자리에 앉은 근열을 보며 인사한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근열은 민수가 들고 있는 작업일지를 보며 말한다.

“업무 인수인계?”

“예.”

민수는 근열 옆에 앉아서 모니터를 함께 바라보며 자신이 맡았던 업무에 관해 설명한다.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 민수는 서랍장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신계약팀에서 일하면서 정리해 놓은 문서와 그 외 IT 기술 관련 책자를 의자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민수 자리 뒤쪽 대각선에 자리하고 있는 소라가 일어나서 통로 밖으로 나가려 한다. 그런데 서랍장 앞에 두고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민수가 지나가는 통로 한가운데에 쪼그려 앉아 있다. 민수 때문에 막혀진 통로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소라, 앉아 있는 민수의 뒤의 좁은 틈을 지나가면서 민수의 어깨를 뒤로 당긴다.

“으흡!”

외마디 신음 소리와 함께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 민수, 지나가는 소라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소라는 모르는 척 그냥 유유히 걸어간다. 민수는 그런 소라의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그냥 피식하고 웃는다.

옆에 있던 명선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바닥에 퍼질러 앉아 있는 민수를 바라본다. 민수는 명선을 올려다보며 쑥스럽다는 듯이 웃자 명선도 그런 민수를 보며 웃는다. 민수는 다시 쪼그려 앉아 서랍장 정리를 계속한다.


잠시 후, 소라가 다시 통로로 들어선다. 그 모습을 본 민수는 쪼그려 앉은 채 뒤로 움직여 통로를 막아버린다. 소라는 민수의 심술스러운 모습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좀 지나갈게요.”

민수는 소라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하던 일을 계속한다. 

명선이 그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민수를 보며 웃는다. 민수는 명선이 바라보는 것을 의식하여 쪼그려 앉은 채 앞으로 조금 움직여 길을 터주자 소라가 웃으며 지나간다. 영길이 팀원들을 보며 말한다.

“회의실에서 커피 한잔할까요?”

민수는 정리하던 것을 대강 치운 후 자리에서 일어선다.


팀원들이 회의실에서 커피잔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영길이 민수에게 묻는다.

“이민수씨는 입사 몇 년 차야?”

“2년 지났습니다.”

“그럼 3년 차? 딱 좋을 때네.”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제일 무서울 때죠.”

영길이 명선의 말에 웃으며 민수에게 말을 이어간다.

“우리 팀은 다른 팀보다 온라인 시스템 비중이 높고,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팀이라서 신입사원은 오기 힘든 팀이지, 민수씨가 우리 팀에 온 것을 환영해.”

“예. 감사합니다.”

“온라인 프로그램 코딩은 해봤어?”

“아직 안 해봤습니다.”

“그러면 온라인 프로그램도 이제 건들 때가 되었네, 여기 있는 홍명선씨에게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해서 배우라고. 온라인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특별히 외주로 모신 분이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민수의 말에 명선은 겸연쩍은 듯 웃는다. 영길이 말을 이어간다.

“내가 하고 있는 재보험 관련 뱃치 시스템을 맡도록 해. 우리 팀 캐비닛에 재보험 처리 매뉴얼이 있으니까 찾아서 보라고.”

“예.”

“그리고 데이터베이스 점검 업무도 민수씨가 맡도록 해.”

영길의 결정에 인주가 우려를 말한다.

“아직은 데이터베이스를 하기에는 무리 아닌가요? 안 그래도 사고 제일 많이 치는 무서운 3년 차인데….”

“맞아,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하기에는 아직 무리지, 그렇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인주씨 대체 인력으로 키울 수 있잖아. 일단은 데이터베이스 백업(back up) 업무부터 인주씨에게서 인계받도록 해,”

“예.”

“이민수씨가 이번에 우리 팀에 왔는데 빨리 업무에 적응하도록 해야지, 그리고 이민수씨 환영 회식은 언제 할까?”

영길의 회식 제안에 인주와 명선이 차례로 말한다.

“저는 언제든지 좋습니다.”

“저도 언제든지 좋아요.”

“인주씨가 좋은 날 한번 잡아보라고, 참고로 나는 오늘 야간 대학원 수업이 있어서 오늘은 안돼.”

영길이 민수에게 묻는다.

“소라씨가 그러던데 민수씨 술 잘 마신다며?”

“아닙니다.”

민수는 겸연쩍은 듯 웃으며 대답한다. 

야간 대학원에 다니면서 술을 안 마시는 영길, 민수는 그가 꽤나 깐깐하고 쪼잔한 인간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민수와 인주가 자리에 앉아 데이터베이스 뱃치 백업 작업에 대해 말하고 있다.

“보험계약 데이터베이스가 우리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거 알지요?”

“예.”

“보험계약 데이터베이스는 야간에 이미지 카피로 백업받고 있어요.”

“이미지 카피 백업이 무엇인가요?”

“쉽게 말해서 데이터를 레코드 단위로 백업을 받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저장장치에 담긴 모양 그대로 백업을 받는 거예요. 속도가 훨씬 빠르거든요.”

“예….”

처음 듣는 용어에 얼떨떨해하는 민수, 인주가 말을 이어간다.

“기술적인 것은 차차 말해 줄게요. 이 백업 작업은 일일마감작업이 다 끝나고 마지막에 돌아요.”

민수와 인주가 말을 주고받으며 인수인계한다.


민수는 영길에게서 맡은 재보험 처리 지침 보고 있다. 벽시계가 5시 40분이 되자 영길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야간 대학원에 가기 위해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며 팀원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수고들 해.”

팀원들도 일제히 영길을 향해 인사한다.


그리고 여섯 시, 인주가 PC를 끄고 테이블을 정리한다.

“내일 뵐게요.”

이렇게 말한 인주는 민수가 인사할 틈도 주지 않고 칼같이 일어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을 나선다. 

민수는 영길과 인주가 퇴근한 빈자리를 바라본다. 어제 재현이 말한 ‘분위기 좋은 곳’으로 재희를 데려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던 민수는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고 생각한다. 

민수는 수화기를 들고 전화번호를 누른다. 전화 발신음을 들으며 엉큼한 미소를 짓는 민수. ‘딸카닥.’ 소리와 함께 재희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에로틱한 상상을 하던 민수는 막상 재희 목소리가 들리자 당황하며 말한다.

“아... 응, 나, 민수.”

“그래, 민수야.”

당황한 민수가 다짜고짜 말한다는 것이 엉뚱한 소리를 한다.

“내 전화번호가 바뀌었어.”

“어머, 그렇니? 전화번호가 왜 바뀌었는데?”

“만나서 알려줄게.”

민수의 의도를 알아챈 재희가 웃으며 말한다.

“그냥 전화로 말해줘.”

“저녁 식사 안 했지?”

“아직. 그런데 나 유학 입학 신청서 써야 하는데.”

민수는 자신의 웅큼한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재희를 다급하게 몰아붙인다.

“유학 입학 신청서? 그거 급해?”

“다음 주까지 보내야 해, 그것도 세 군데나.”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하잖아.”

재희는 민수의 애절한 청을 들어준다.

“그래, 저녁 먹자.”

“그래, 고마워! 내가 그리로 갈게.”

“그럼 어디서 만나?”

“전에 우리가 만났던 그 전철역에서 일곱 시 어때?”

“좋아.”

“그래, 그럼, 거기서 일곱 시.”

민수가 전화기를 내려놓자 옆자리 앉아 있는 명선이 묻는다.

“여자 친구?”

“그냥 친구입니다.”

“그 친구 유학 가?”

그 말에 민수가 웃으며 대답한다.

“예. 그런데 모르죠. 작년에도 유학 갈려고 원서를 넣었는데 안 되었거든요.”

“민수씨는 그 친구가 유학 안 갔으면 하는구나.”

“꼭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 친구 좋아하는가 보지.”

속마음을 들킨 민수가 얼버무리듯 말한다.

“내일 뵙겠습니다.”


민수는 빨리 약속 장소에 가서 재현이 말한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무실을 나선다. 민수는 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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