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러브 코딩 43화 - 실패한 작전
지하철역에서 나온 민수는 거리의 간판을 보며 바삐 걷는다.
영어를 적힌 간판을 보고 그곳에 들어간 민수는 기대했던 만큼의 분위기가 아닌지 금방 나온다. 민수는 또다시 간판을 쳐다보며 걷는다.
이번에는 레스토랑이라고 적힌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가 나온다. 그곳 분위기가 마음에 든 민수는 재희가 기다리는 전철역을 향해 서둘러 간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재희를 본 민수가 재희에게 다가가며 묻는다.
“언제 왔어?”
“방금, 그런데 너는 왜 지하철역에서 안 나오고?”
민수는 재희가 묻는 말을 얼버무리며 대답한다.
“그냥…, 갈까?”
흑심이 가득한 민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재희를 데리고 ‘그곳’을 향해 걷는다.
민수는 조금 전에 봐두었던 레스토랑으로 재희와 함께 들어선다.
레스토랑 내부는 칸막이로 나뉜 룸으로 되어 있고, 테이블이 놓인 룸 입구에 커튼을 칠 수 있어서 바깥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재현이 말한 소위 ‘분위기 있는 곳’.
민수가 앞장서서 룸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는다. 재희는 좀 당황스럽다는 듯이 민수에게 묻는다.
“뭐야? 무슨 말 하려고 여기 온 거야?”
민수는 뻔뻔스럽게 말한다.
“분위기 있고 좋네, 조용하게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재희는 민수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상한데…, 무슨 말을 하려고?”
대답을 못 하고 우물거리는 민수. 그때 웨이터가 룸 앞에 다가와 메뉴판을 내민다.
“뭐로 하시겠습니까?”
민수는 메뉴판을 받아서 펼친다, 그리고 제일 위쪽에 보이는 음식을 기품 있게 주문한다.
“비프 스테이크.”
“뷰 스테이크로 하시겠습니까?”
민수는 재희 보라는 듯이 다시 품위 있게 말한다.
“아니요, 비프 스테이크요.”
웨이터가 민수를 보고 웃으며 다시 말한다.
“예. 뷰 스테이크.”
민수가 웨이터를 보며 다시 말하기도 전에 웨이터가 재희를 보며 묻는다.
“이쪽 숙녀분은?”
“예, 저도 비후 스테이크로 주세요.”
재희가 하는 말을 들은 민수는 비프 스테이크가 ‘비후 스테이크’이고 또 그것이 ‘뷰 스테이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음식 이름을 가지고 건방을 떠는 웨이터 때문에 민수의 자존심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것도 재희 앞에서.
“음료수는 무엇으로 할까요?”
“맥주 두 병 주세요.”
“맥주 두 병, 그리고 수프는 뭐로 하시겠어요? 소고기 수프와 야채 수프가 있는데.”
민수는 예상치 못한 수프라는 말에 당황하며 말한다.
“저는 수프 안 먹어요.”
웨이터가 웃으며 말한다.
“애피타이저로 그냥 나오는 것인데요.”
그렇다고 먹겠다고 말을 바꿀 수도 없는 민수, 단호하게 말한다.
“안 먹어요.”
“이쪽 분은?”
웨이터가 재희에게 묻자 재희가 웃으며 말한다.
“저도 안 할게요.”
민수를 배려하는 재희. 민수는 여러모로 스타일이 구겨진다.
“함박스테이크 두 개, 맥주 두 병 갖다 드리겠습니다.”
웨이터가 돌아서서 간다.
“너, 이런 곳은 처음이구나?”
“응, 뭐….”
재희가 묻는 말을 당황하며 얼버무리는 민수, 기껏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왔는데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간다.
“전화번호 바뀌었다며?”
“응, 다른 팀으로 옮겼어.”
“그 팀은 어떤 팀이야?”
“응, 보험서비스팀인데, 아직 잘 몰라.”
“잘 된 거야?”
“모르겠어,”
민수와 재희는 대화를 이어간다.
웨이터가 주문한 음식과 맥주를 테이블 위에 놓고 가자 민수는 룸 입구의 칸막이 커튼을 친다.
“야, 커튼을 치니까 이상해.”
낌새를 알아차린 재희에게 민수가 능청스럽게 말한다.
“아늑하고 좋기만 한데 뭐.”
민수는 딴전을 피우며 재희의 잔에 맥주를 채운다. 그런 민수를 보고 피식 웃는 재희, 맥주병을 건네받아 민수의 잔에 맥주를 채워준다.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어색하게 자르기 시작하는 민수는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해야 하는데 당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열심히 칼질하는 민수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할지 머리를 굴린다. 일단 술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한 민수는 맥주잔을 들고 재희를 바라보며 말한다.
“자, 건배,”
“그래, 한잔하자.”
머릿속이 복잡한 민수는 맥주를 한숨에 들이켠다. 재희도 맥주잔을 비운다.
이때가 기회라고 어설프게 판단한 민수는 맥주병을 들고 재희 옆자리로 자리를 옮긴다. 재희는 당황한 듯 옆자리에 앉은 민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이 뭣고?”
예전에 민수가 재희에게 해주었던 말을 써먹는 재희, 서툰 경상도 말씨로 민수를 쏘아붙인다, 민수는 재희 옆자리에 앉아서 재희의 잔을 채워주며 비실비실 웃는다. 재희는 그런 민수를 보며 다시 말을 덧붙인다.
“뭐 이런기 다 있노!”
민수는 재희의 농담을 듣고 웃으며 재희에게 묻는다.
“내가 옆에 앉으니 어색해?”
“그래, 어색해.”
당황한 민수는 자기 잔에도 맥주를 채운다. 재희가 이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말한다.
“선영이도 부를까?”
“응, 그래.”
“전화 좀 하고 올게.”
재희가 나갈 수 있게 일어난 민수, 어색함에서 도망가듯 원래 자리로 돌아가며 커튼을 열어젖힌다. 재희가 나가자 민수는 난감한 표정으로 맥주를 들이켠다.
“선영이가 곧 올 거야. 괜찮지?”
통화를 마친 재희가 자리로 돌아오며 말한다. 엉큼한 속셈을 들켜버린 민수는 그것을 만회하고자 진지하게 재희를 보며 말한다.
“응. 그런데 유학 입학원서는 잘 되어가?”
“응, 입학 어플리케이션을 그냥 써보는 거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동안 했던 게 아까워서 그냥 한번 해보는 거야.”
툭 던지듯이 말하는 재희, 민수는 위로하듯 말한다.
“잘될 거야.”
“응, 고마워.”
유학을 포기한 듯이 말하는 재희, 잘되기를 바란다는 민수, 둘은 서로에게 솔직한 마음을 숨기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선영이 음식점으로 들어선다. 선영은 룸으로 이루어진 내부를 보며 말한다.
“이 뭣고?”
재희가 웃으며 선영을 맞이한다.
“왔니?”
선영은 커튼이 젖혀진 룸 안에 앉아 있는 민수와 재희를 번갈아 보며 말한다.
“뭐 이런 것들이 다 있노?”
재희도 황망한 듯이 웃으며 말한다.
“조금 전에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민수가 예전에 이 둘에게 재미 삼아 해주었던 말을 이제 오히려 이들이 민수를 면박하는 데 써먹고 있다. 그동안 가꾸어 왔던 이미지가 산산조각이 나는 민수. 선영이 자리에 앉으며 재희와 함께 그런 민수를 바라보며 웃는다.
민수는 어머니가 복장을 치면서 하던 말을 흉내 낸다.
“어이구, 허폐에이~”
그 모습을 본 재희가 민수의 말투를 흉내 내며 말한다.
“어이구, 허파야, 하하하.”
뒤이어 선영이 민수를 바라보며 말한다.
“바뀌었네?”
“뭐가?”
선영이 또 무슨 말로 놀릴까 싶어 물어보는 민수.
“바뀌었어!”
엉큼한 흑심이 들켜버렸다고 생각한 민수가 자포자기하듯 말한다.
“남자 마음은 원래 그런 거야.”
“그게 아니고, 너 넥타이가 바뀌었어.”
재희도 맞장구를 친다.
“정말! 야, 바뀌었네. 뭔가 이상하더라니….”
“아, 이거? 어머니 넥타이 세탁한다고 해서 새로 맨 거야.”
“그럼, 그동안 그 넥타이만 계속 매고 다녔던 거야?”
선영이 핀잔하듯 말하자 민수가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침에 출근하기도 바쁜데 넥타이 신경 쓸 틈이 없어서 그렇게 매고 다녔던 것 같아.”
민수의 말에 재희가 자조하듯이 말한다.
“그러고 보니까 그 넥타이만 봤던 것 같아, 내가 무심했어.”
무심했다고 자신을 책망하는 재희의 말이 민수의 가슴에 와닿는다. 민수는 맥주 한잔을 기분 좋게 들이켠다. 그리고 작전에 실패한 민수는 두 여우를 상대로 재잘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민수가 모니터에 펼쳐진 프로그램 코딩을 살펴보다가 명선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온라인 프로그램이란 것이 사용자하고 컴퓨터가 데이터를 주고받고 하는 것이네요.”
“민수씨는 감을 빨리 잡네, 온라인이라는 것은 처리 콘트롤을 사용자와 시스템이 서로 주고받는 프로그램이야.”
민수가 궁금한 듯 되묻는다.
“콘트롤요?”
“사용자가 단말기에서 데이터를 입력하면 콘트롤은 시스템으로 넘어가서 그 데이터를 접수하여 처리해.”
“예,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문장 봤습니다.”
민수의 말에 명선이 설명을 이어간다.
“그렇지. 그리고는 화면에 내용을 뿌려 주고는 사용자 단말기로 데이터가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컨트롤을 다시 넘겨주고는 시스템은 사용자가 다시 입력할 때까지 기다리게 하는 거야.”
익숙지 않은 개념을 들은 민수는 자신 없이 대답한다.
“예….”
“그런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온라인 프로그램이야.”
민수가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려 프로그램을 살펴본다.
자리에 앉아 있는 서인철 부장이 영길을 부른다.
“백팀장, 이민수씨하고 같이 좀 봅시다.”
영길과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부장에게로 간다. 영길이 서부장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번에 이민수씨가 할 일을 하나 줄까 하는데. 회의 탁자로 가서 좀 앉지.”
서부장이 앞장서서 회의 탁자로 향한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은 온라인이 어떤 것이지?”
회의 탁자 자리에 앉은 서부장이 영길에게 묻는다.
“그야, 계약정보 조회 시스템이 제일 많죠.”
“맞아, 이 조회 시스템은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계약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기본 계약정보, 명세정보, 특약 정보, 부활 정보, 약관대출 등등 정보가 분리되어 제공되고 있잖아.”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정보를 찾아다니면서 볼 필요는 없거든.”
“맞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계약정보를 쉽게 볼 필요가 있잖아, 그러니까 하나의 화면에 계약정보를 요약해서 볼 수 있는 화면을 만드는 거야. 어때?”
영길은 서부장의 제안에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다.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화면 디자인부터가 어려운 일인데요.”
“그렇지,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지, 그래서 이민수씨하고 같이 부른 거야.”
영길이 의아해하며 말한다.
“이민수씨는 아직 온라인 프로그램을 해본 적이 없는데요.”
“그러니까 내가 이민수씨에게 시키려는 거야. 이번에 온라인 프로그램을 공부해 가면서 한번 만들어 보라는 거야.”
“아직 이쪽 업무를 잘 모르는 이민수씨가 이런 온라인 화면 구성하는 것이라면 어렵지 않을까요.”
“내 생각이 그거야. 아직 업무를 모르는 이민수씨 입장에서 계약정보를 이해하기 위해 뭔가 참신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영길은 서부장의 말이 미심쩍지만 일단 동의한다.
“그럴까요?”
“마침 그 팀에 외주로 온 홍명선대리가 온라인 쪽은 잘 아니 이민수씨가 명선씨에게 배워가면서 프로그램을 짤 수 있을 거야, 이민수씨, 잘할 수 있지.”
잘할 수 있냐고 묻는 말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민수, 그래도 일단 대답은 한다.
“해보겠습니다.”
해보겠다는 민수의 대답, 서부장은 그런 민수에게 접근 방법을 알려준다.
“하면서 모르는 것 있으면 여기 백팀장이나 홍명선씨에게 물어가면서 해보라고.”
“예,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진척이 되면 나한테 가져와.”
“예.”
그렇게 민수는 새로운 일을 떠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