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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사헬 지역이 무너지고 있다

by 강행구

“모래폭풍은 이제 계절이 아니라, 일상이다.”

“사헬이 어디죠?”
“사하라 사막 남쪽, 그리고 아프리카 중부 북단쯤이다.

모리타니,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차드… 익숙하진 않지만,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할 곳이다.”


사하라 사막 남쪽의 사헬 지대.jpg


어느 날, 초원이 사막이 되다


몇 해 전, 말리의 수도 바마코의 한 목동은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땐 비가 더 자주 왔어요. 이제는 가뭄과 모래바람만 남았어요.”

사헬 지역은 한때 초원과 농경이 공존하던 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하라 사막이 조금씩 남하하면서,

매년 서울 면적의 3~6배에 달하는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땅이 갈라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고향을 떠나고 있다.


기후가 무너뜨린 평화


이제 사헬에서는 비가 오는지 아닌지가 생존의 문제다.
농사가 되지 않으면, 가축이 줄고 식량이 부족해진다.
식량이 부족하면 소수 민족 간 갈등이 커지고,

청년들은 생계를 위해 무장 세력에 가담하기도 한다.


누군가 묻는다. “기후 위기가 테러를 낳는다고요?”
“네, 사헬에선 기후가 안보를 흔들고 있다.”


예를 들어, 부르키나파소 북부에서는 물 부족과 식량난으로 인해

극단주의 세력에 가담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테러가 많아지면 학교도 문을 닫고, 시장도 닫고, 일상이 붕괴된다.


나이지리아도 예외는 아니다.
북부는 사막화가 심해지고, 남부는 홍수와 폭우에 시달리고 있다.

한 나라 안에서 정반대의 재난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북쪽은 땅이 메말라서 사람이 떠나고, 남쪽은 물에 잠겨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특히 북부에서는 초지와 물이 사라지면서 유목민들이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중남부 지역에서 이미 정착해 살고 있던 농민들과 유목민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소를 먹일 풀과 물’을 둘러싼 충돌은 단순한 마찰이 아니라 무력 충돌로 번지며,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예전엔 같이 살아도 괜찮았는데, 요즘은 서로를 경계하게 됐어요.”
한 지역 주민의 말처럼, 기후 변화는 공존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사헬의 서쪽 끝, 세네갈도 막대한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
뜨거운 날은 해마다 늘고 있고, 홍수와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며 토양 염류화·침식이 심해지고 있다 .

특히 세네갈 동남부에 위치한 카두구 지역과 세네갈강 유역은 기후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다행히도, 지역 주민과 국제기구는 친환경 농업, 태양광 농업용 펌프, 이른 경보 시스템,

재생 농업 기술 등을 도입하며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을 키우고 있다 .

또한 REDES(사헬 에코빌리지 네트워크)** 같은 지역 기반 조직은
토지 관리와 녹색장벽 활동, 전통적 집단 지혜와 생태 복원을 결합한 모델로,
100개 이상의 마을에서 실행되고 있다


**세네갈과 모리타니 등 사헬 지역 국가에서 활동하는 지역 공동체들이 주축이 되어,

기후 변화에 강한 생태마을(Eco-village)을 구축하기 위한 협력 네트워크임.


희망은 없을까?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니제르에서는 주민들이 ‘그린 벨트(녹색 장벽)’를 만들기 위해 땅을 일구고 있다.
뿌리 깊은 아카시아 나무를 심어 사막의 확장을 막고, 토양을 되살리려는 노력이다.
또한, 태양광을 활용한 작은 농업용 펌프가 도입되면서, 물에 대한 접근성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작지만 중요한 변화다.
“기후위기 해결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이런 작은 성공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우리가 왜 주목해야 할까?


한국에서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헬 지역의 불안정은

유럽, 중동, 심지어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난민, 테러, 식량 가격 상승… 이미 전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위기가 이 지역 주민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헬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고통받고 있다.”


마무리하며


사헬 지역의 이야기는 단순히 먼 나라의 비극이 아니라, 지구적 연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조용히, 그러나 무섭게 국경을 넘어 퍼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그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동해안의 해수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전통적으로 잡히던 오징어나 명태 같은 어종이 줄고, 대신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남방 어종들이 올라오고 있다.

해녀들이 "이젠 예전처럼 물질을 해도 소득이 줄었다"고 말할 정도다.

기후변화로 바다의 생태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아프리카 사막 지대에서든,

한반도의 바닷가에서든 일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우리 모두의 삶과 미래에 직결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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