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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전통 공동체
철학에 대하여

우리는 함께 존재한다

by 강행구

나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듣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 말,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다움’의 본질을 건드리는 문장 아닐까요?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전통 사회에서 인간은 결코 고립된 존재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 씨족, 마을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 관계 속에서만 삶의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이건 단지 오래된 문화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사유와 철학이 담긴 방식입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우분투(Ubuntu)’라는 말에 집약됩니다.
“나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I am because we are).”


‘나’보다 ‘우리’가 먼저 오는 삶

우분투는 단지 아름다운 문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 전체에 녹아 있는 실천 철학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아프리카 언어에서는 ‘나’보다는 ‘우리’가 기본 표현입니다.
“나는 갈게”라고 하지 않고 “우리는 갈게”라고 말하며,

‘내 집’보다는 ‘우리 집’이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씁니다.
왜냐고요? 그들은 인간을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보기 때문입니다.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공동체와 함께

아프리카에서는 한 아이가 태어나면 마을 전체가 함께 키웁니다.
노동도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모두의 생존과 조화를 위한 협력으로 이루어지죠.
죽음조차도 삶의 끝이 아닙니다.

조상의 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이며,

조상은 여전히 공동체 안에서 살아 있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사고는 아프리카의 전통 철학인 반투(Bantu) 철학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인간은 단지 개인이 아니라 조상, 공동체, 자연과 깊이 연결된 생명체이며,

이 연결을 해치는 행위는 ‘악’, 이를 증진하는 행위는 ‘선’으로 간주합니다.


갈등은 응징보다 화해로

아프리카의 공동체 질서는 응징보다는 화해와 회복을 중시합니다.
분쟁이 생기면 공동체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풀어가며,

그 핵심에는 공동체의 지속성과 평화가 있습니다.
심지어 토지와 자원도 개인의 소유가 아닌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공동의 유산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렇기에 토지를 사고파는 개념 자체가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 여겨졌고,

이는 서구의 식민주의가 아프리카 대륙을 침범하였을때 충돌 요인이 되기도 했죠.


우분투는 오늘을 위한 철학이다

우분투는 전통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넬슨 만델라와 데스몬드 투투는 이 철학을 아파르트헤이트의 상처를 치유하고,

분열된 사회를 다시 하나로 묶기 위한 길로 삼았습니다.
용서와 화해, 공존과 연대. 그들이 말한 공동체는 우리 시대가 간절히 원하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우분투는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 혼자 살아가고 있나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개인화되고 고립되어가는 지금,

아프리카의 공동체 철학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사람이 된다는 말.
연결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는 이 단순한 진실이,

어쩌면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인간다움의 출발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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