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후배가 무심히 물었다.
“선배, 아프리카는 진짜 도움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대륙 아닌가요?”
웃음이 났다. 동시에, 속이 싸하게 식었다.
단순한 질문 같았지만, 그 안에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익숙한 오해가 숨어 있었다.
다시말해, 그 말 속에는 오랜 시간 우리가 의심 없이 받아들여온 인식,
즉 아프리카는 언제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대륙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지금도 아프리카는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대륙’일까?
나는 이 질문에서 출발해 그 오랜 프레임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유럽은 제국주의 시절, 아프리카를 ‘문명화해야 할 땅’이라 불렀다.
미개하고 낙후된 공간이라는 이미지는 정복을 정당화하는 도구였다.
탐험가, 선교사, 행정관들은 ‘도와줘야 하는 아프리카’를 만들어냈고,
그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원조와 구호의 서사 속에서 되풀이된다.
TV 속 기아 아동의 얼굴, 구호단체의 후원 영상,
그 모든 장면은 아프리카를 수동적이고, 부족하며, 불쌍한 대륙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부턴가 이런 이미지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그 도움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고, 누가 그 이미지를 만들었는가?
내가 아프리카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나이로비의 작은 상점에서 젊은 상인이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이게 우리 M-Pesa예요.”
그는 은행도 없고, 카드도 없지만, 휴대폰으로 바로 돈을 송금했다.
M-Pesa는 케냐에서 시작된 모바일 금융 서비스로,
‘금융 접근성’을 기술로 해결한 아프리카의 대표적 혁신이다.
오늘날 M-Pesa는 케냐 GDP의 40% 이상이 이 시스템을 통해 움직인다.
도움 없이 스스로 만든 구조다.
르완다는 한때, 100일 동안 80만 명이 희생된 내전의 비극으로 세계에 알려진 나라다.
그러나 지금의 르완다는 전혀 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르완다의 하늘에는 혈액을 실은 작은 드론이 산간 지역 병원으로 날아간다.
정부는 Zipline이라는 스타트업과 협력해 의료물자 드론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는 도로 운송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적으로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단순한 ‘혁신’의 차원이 아니다. 이 시스템은 혈액 폐기율을 60% 이상 줄이고,
산모 사망률도 눈에 띄게 낮추는 성과를 냈다.
르완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전국 단일 의료 기록 시스템(EMR)을 도입해 환자의 진료 이력을
하나로 통합했고, AI 기반 진단 도구를 보건소 현장에 적용해 의료 접근성과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외부의 ‘도움’을 기다려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르완다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중이다.
물론 아프리카에는 여전히 빈곤과 갈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도움’이라는 말은 때때로 상대를 작게 만들고, 그늘에만 머무르게 한다.
그리고 그 말 뒤에는 종종 원조에 대한 통제, 영향력, 조건이 숨어 있다.
많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이제 말한다.
“우리는 원조보다 공정한 거래를 원한다.”
“물고기가 아니라, 낚시 산업 전체를 함께 하고 싶다.”
아프리카는 이제 수혜자 역할을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는 그들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프리카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
이 질문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프리카와 무엇을 함께 만들 수 있을까?”
아프리카는 지금,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설계하고, 새로운 세계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우리가 그 시선을 얼마나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아프리카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하지 않나?’
그 생각,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그 시선을 한 번쯤 의심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변화는 언제나 질문에서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