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고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오전에는 시간이 잘 가는데 점심식사를 하고 퇴근까지의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과 특히 퇴근하기 1, 2시간 전이 가장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는 사실.
신이 일부러 그 시간대만 슬로 모션으로 흐르도록 설정을 해놓은 것처럼 지나치게 시간이 가지 않는 타이밍이 있다. 그렇다고 또 열심히 뭔가를 하려고 하지만 딱히 할 일이 없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대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고생뒤에는 낙이 온다고 고통스러운 시간대를 잘 버티면 찾아오는 즐거운 퇴근시간.
퇴근 뒤에 느끼는 잠깐의 자유로움이 가진 뽕맛을 느끼기 위해 아침부터 출근을 해서 열심히 일했나 보다고 생각하니 참 씁쓸해진다.
오늘도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나 하고 천천히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보이는 노을이 시선을 끌었다. 퇴근시간대에 찾아오는 노을은 항상 '당신 오늘도 정말 수고했어'라는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오늘 퇴근하기 전에 본 노을은 '앞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거야'라는 말을 나에게 건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지나가는 자비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는 스님 한 분이 '자네 앞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네'라고 말하는 듯한,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냥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말.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타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듣는 일도 잘 없고 듣기도 쉽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그냥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면서 그런 말들이 듣고 싶어져서 내 멋대로 해석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잘 건네주는 그런 따뜻한 노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하루에 잠깐이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를 받는 노을 같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별 일 없이 잘 버티기 위해 카페인을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