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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스 하이랜드 Sep 01. 2023

고향(故鄕)으로 돌아오면

"뭐 하니? 나 오늘 일 끝나고 괜찮으면 같이 한 잔 하자."

"좋죠 형님 어디서 마시겠습니까?"

"내가 일 끝나고 이마트에서 위스키 한 병 사서 너네 집으로 갈게"

"오 정말요? 알겠습니다 형님"

5년간의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새로운 직장을 구해버렸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단기 알바 마지막 날 저녁에 친한 동생과 같이 한 잔 하기로 했다.


술은 항상 마시는 소주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위스키, 그중에서도 내가 위스키라는 술에 푹 빠지게 만들었던 미국 버번위스키 '에반 윌리엄스'를 이마트에서 구매해서 동생집으로 향했다. 항상 나를 보면 반갑게 맞이해 주는 고마운 녀석. 


역시 고향에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계속 고향이 머물게 한다. 다행히 새로운 직장도 내 고향 울산에 위치해 있고 살고 있는 집과도 가까워서 너무 만족스럽다. 


5년간의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과연 내 전공과 경력을 살리면서 일할 수 있는 회사에 울산에 있을까? 만약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부산이나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일해야 하나? 그건 싫은데 나는 내 고향에서 계속 살고 싶은데 그러면 새로운 직종의 일을 시작해야 하나? 등등.


너무나 많은 걱정들과 고민들로 갈등하고 있는 시기에 고향에 계속 살고 싶다는 내 간절함이 하늘에 전달되었는지 정말 좋은 기회를 만나서 무사히 취업까지 이어졌다. 내 전공은 살렸어도 경력은 살리지 못했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내 고향에서 이제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일본으로 가기 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동생의 집에 도착하니 맛있는 족발이 테이블에 세팅이 되어 있었다. 나도 바로 맛있는 하이볼을 만들어주기 위해 근처 마트에서 사 온 레몬즙, 토닉워터, 얼음을 세팅했다. 그리고 시작된 고향 동생과의 즐거운 술자리에서는 정말 다양한 얘기들을 나누었다. 


야구, 축구, 연애, 결혼, 직장, 지인, 가족, 여행, 게임 등 항상 볼 때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지겹지 않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즐거운 일, 슬픈 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언제든지 시간을 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 있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나는 내 고향을 사랑한다. 가족, 친척, 초중고 친구들 등 내가 살아온 세월을 같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그 어떤 사람들보다 따뜻하고 친절하고 진심으로 서로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인 고향으로 나는 돌아왔고 이제 떠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가 나고 자란 모든 추억들이 깃들어 있는 장소, 동네, 사람, 사투리로 가득한 따뜻한 내 고향에 와서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 곳에 더 일찍 돌아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괜한 후회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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