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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24. 히다의 집

by 금봉





휴지 조각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채

물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방 안에서 돌아다니는 짐이 귀찮은 듯,

꾹꾹 밟아가며 창문 쪽으로 다가섰다.

누런색을 띤 가려진 커튼 사이로

건너편의 맨션이 보인다.

참, 가까운 거리의 그 어떤 생활도

보장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과 의심을 사게 하는 건물이다.

출처, 작은 집



맨션의 작은 창문에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의 볕이 들지 않은 곳,

그곳 형광등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환한 불빛에 커튼 속으로 그림자가 왔다 갔다,

작은 체구의 모습이

하즈키의 눈길을 멈추게 하는 중이다.

커튼의 틈 사이로 빠르게

스친 모습의 얼굴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도 하다.


“엇.”


하즈키는 아예 날카로운 소리가

날 정도로 커튼을 걷어내며

맨션의 창문을 응시하고

눈 한번 깜박이지 않았다.

그 그림자는 잠시 행동을 멈춘 듯하며

신경질적으로 쾅, 소리가 들리도록

창문을 닫아버렸다.

환한 형광등의 불빛이 사그라들며

다시 어둑어둑하다.

하지만 그의 호기심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스친 얼굴이 나타나길 기다려 보지만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그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맨션의 특징을 모른 채,

아랑곳하지 않고 창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눈으로만 이곳저곳을 살피는 중이다.


오랫동안 텅 빈 뱃속은

요란스럽게 요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쓴 물이 올라오는 액체를 삼켰다.

자기의 몸을 접은 길이 보다

더 작은 냉장고 안을 이리저리 살핀다.

가지런히 줄 맞춰 있는

플라스틱 통을 보니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후 우우우.”


나오코가 미리 쟁여 둔

냉장고 안의 것들은 딱,

먹어 보지 않아도 나오코의 음식 맛이 났다.

입안에 고인 침은 그리 반갑지 않은 것이어서

꼴깍, 하고 넘겨버리는 순간

속 쓰림을 느꼈다.

그는 냉장고 문이 열린

틈 사이에 앉았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냉기가

그의 뇌를 번쩍 뜨이게 해주는 중이다.

작은 크기의 얼음을 얼리는 공간에

낀 성에 사이사이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며 그를 알은체했다.


“앗, 차가, 워.”


하즈키는 신고 있던 슬리퍼로

떨어진 자국에 대고 쓱쓱, 밀었다.

흡수되지 않은 자국의 크기가

점점 더 넓어진다.

어두워진 밖에서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번엔 연달아 우르르, 꽝 꽝.

꼭 지진이나 폭격을 맞은 것처럼

땅이 꺼질 듯한 거대한 소리였다.

이어 조용하던 공기가

세찬 바람이 되어

열린 창문의 한쪽을 챙, 하고 밀어냈다.

빠른 속도로 창문을 닫아 보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빗줄기는

슬리퍼의 밑바닥으로는 소용이 없을 것이다.


“앗, 이런.”


다행히도 벽에 부딪힌 창문은

거짓말처럼 멀쩡했다.

하즈키는 아주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씩, 웃는다.

켜켜이 쌓아 놓은 하얀 수건들이 보인다.

이것 또한 나오코의 짓? 일 것이다.

맨 위 수건을 집어 들자마자

나머지 쌓아 놓은 수건들이

우수수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역시 슬리퍼 보다

수건의 흡수력은 뛰어나다.

집 안의 물건을 나란히 줄 세워 놓은

모습을 보니 미네코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미네코가 여유롭게 앉아 있는

모습은 최근이나 볼 모습이었다.

미네코는 늘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달고 다녔다.

예민함으로 인해 피곤으로 절어 있는

눈 밑은 푹 꺼져 있었고

도드라진 광대뼈는 언제라도 솟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미네코의 신경질적인 성격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얼굴.


미네코의 얼굴을 떠올릴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신경질적이었던 예전의 얼굴은

어렵사리 찾은 여유로움에도

사라지질 않는다.

마치 수술 자국처럼 더욱

선명해질 뿐이다.


씩, 웃다가, 미네코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왔다.


“하… “


자신의 한숨이

미네코를 걱정하는 마음인 것인지

그 정체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미네코는 집안일을 마치고 난 후,

습관적으로 삐죽 튀어나온

손톱 밑의 이물질들을

다른 손톱으로 꺼내기 일쑤였다.

짧은 손톱을 고수했다면

그런 일들도 마주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적이 흐르는 집 안에서

긴 손톱이 손톱을 낚아채는 소리는

굉장히 공포스럽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고양이를 위해

향을 피워 대는 나오코 탓에

하즈키의 등골은 항상 굽어 있었고,

한여름 밤에 고양이 울음소리는

무서운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기분과 같았다.


신기한 건 그랬던 그가

일 년이 흐르고 또 흐르면서

콧구멍을 파고들던 매운 향내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기 시작했고,

꽁꽁 얼어붙은 길 위의 고양이를 보면

멈칫, 하며 눈길을 멈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분명한 건 그 들에 대한 없었던

동정심이나, 걱정이 생겼다는 거다.


또한, 미네코의 뾰족한 손톱과

다양한 색깔이 어느 순간

다듬어지지 않기 시작하면서

색마저 잃고 있었을 땐,

그녀의 생일을 핑계로

손톱 손질을 위한 세트를

선물한 적도 있었다.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헷갈릴 땐,

꼭 그것들을 생각해 본다.

꼭, 결론은 하나로 이어진다.

그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


하즈키의 입으로 가족이라는 말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는 그들을 가족 이상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개수대 위에 먹다 만 음식,

빈 맥주병, 널브러진 옷가지,

미네코가 왜 그리도 달그락거렸는지,

알 수도 있을 듯했다.

미네코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즈키는 고개를 저으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손가락은 이미 전화기를 들어 올리는 중이다.


“뚜뚜, 뚜우, 뚜.”


발신음이 꽤 길게 이어질 때까지도

미네코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당연히 그에게 전화가 올 거라는 상상은

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딸인 나오코에겐 늘 먼저

연락을 취하는 그녀였다.

수화기를 멀리하고 있을 모습이

당연하겠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덜컥, 겁이 났다.

그때까지도 그는 고개를 젓고 있었다.

갑자기 어두워진 밖을 보더니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했다.

내내 젓던 고개를 이젠 갸우뚱거린다.


하즈키는 벌떡 일어나 목적 없이

굴러다니는 비닐봉지를 집었다.

천천히 집 안을 둘러보며

서른한 살이나 먹은 인간의

미성숙함을 깨닫는 중이다.

그는 쓰레기부터 비닐봉지 안에

넣기 시작했다.

이곳에 정착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되지만 쓰레기의 양은 상당했다.


창문 앞 선반에 놓인

흰 약 봉투가 보였다.

그의 안정된 정신세계를 위한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혹시나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던

정신적 결함의 증상이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태어날까,

겁을 냈던 그다.

2개월 치의 약 봉투를

미련 없이 비닐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 약 중 수면제의 유혹에

아주 잠깐의 멈춤도 있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다시 손으로

꾸역꾸역 구겨 넣었다.


‘발이 달려 네가 날 찾지 않는 한,

다신 널 찾지 않을 거야.’


그는 중얼거리며 자신이 생각해도

멋있는 말이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먹다 버린 매실장아찌가

개수대에 말라붙었다.

손으로 떼어 내 보지만

말끔히 사라지진 않는다.

개수대에서 그대로 다시

숙성된 것처럼 시큼한 냄새가

참을 수 없이 진동했다.

입안에 고인 침을 그대로 개수대에 뱉는다.

처음 만져보는 수세미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겉은 거칠지만 누르면 폭신함에

거품이 폭발했다.

신기한 세정제는 말라붙은 매실을

말끔히 사라지게 해 준다.

하즈키의 빛나는 갈색 눈이

커지더니 다시 미소를 짓는다.

그의 느린 움직임은

이마에 땀을 빽빽이 맺히게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아

시간을 확인했지만

작은 바늘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은 모습이다.


나오코가 두고 간 수건은

정말이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미 더러워진 수건은

먼지를 두루두루 쓸어내고 있었다.

서로 뒤엉켜 어떤 옷인지

구분하지 못했던 옷도

각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는 마른 속옷을 개켜 둘 작정이다.

온 신경을 집중하며 속옷을

접고 또 접었다.

소파에 앉아 바싹 마른 옷가지를

개는 것에 집중하던

미네코의 심각한 표정이 다시 또 떠올랐다.

그녀의 손길은 마치 자로 잰 것과

같은 모양을 만들곤 했다.

그녀의 사이즈는 늘 정확했다.

어떤 크기의 옷이든,

접은 상태의 크기는 같았다.

하즈키는 옷의 끝자락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며

그녀의 손동작을 기억해 내려

애를 써 보았다.

하지만 역시 같은 모습은

절대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왜 그 동작을 할 때마다

온 신경을 집중하며

미간을 왜 찌푸렸는지 알 것도 같다.

온 정신을 다해 집중한 탓에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벨 소리에

등골이 따끔할 정도로 화들짝 놀라고 만다.


“따릉 따릉 따릉, 따른 따릉 따릉.”


다시 생각해 봐도

전화벨 소리는 사람으로 치면

성격 급한 부류이다.

그렇다면 분명 나오코일 것이다.

상대방의 얼굴과 목소리를

꿰뚫은 그는 인사말도 생략,

말을 늘어놓기 전에

끊어버릴 핑계부터 찾는 중이다.


“이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의

예감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런?”


“엇, 겐토?”


“이 자식, 전화를 받았으면

여보세요, 가 맞는 거야.”


겐토의 목소리를 반가워할 틈 없이

나오코의 얼굴이 떠올라

갑자기 입안에 쓴 물이 고였다.


“왜 말이 없어? 죽었냐?”


“살았다.”


“자식, 신고는 해야 할 것 아냐?

꼭 이 몸이 전화하게 만들지?”


“미안함.”


“이기적인 새끼.”


하즈키는 들릴까, 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완벽한 혼자도 아니야.”


“뭐라는 거야?”


“적응 중이었어.”


“어째 냉장고 속 반찬통이

텅텅 비었을 텐데, 좀 나가지 그래?”


“모르는 것 없는 겐토 씨,

친절하기도 하시네요.”


“네 덕에 그 음식들

나도 며칠 내내 먹었다.”


“하하.”


“별일 없음 됐다.”


“별일이 있을 리가 없지.”


“내 질문 아닌 거 알잖아?


나오코가 연락도 없다고 걱정이 많아.”


“미안하다.”


“이 새끼, 오는 전화는 받아라, 알았냐?”


“그래.”


“슬슬 준비해라,

계속 그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아.”


“응, 그래야지 쇼는 어때?”


“뭐, 잘 지내. 여하튼 내가 한번 갈게.”


“그래.”


접다가 만 옷의 순서를 잃어버려

미간이 일그러졌다.

비와 바람이 점점 더 요란하게

창문을 공격했다.

맞은편 맨션 그 집, 의

창문이 반 틈 열려 있는 모습이다.

그는 비라도 들이닥칠까,

자기의 집이 아닌 그곳을 걱정한다.

이번엔 몸을 숨기며

그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분명 여자의 모습이다.

왜소한 몸집은 성인이란 상상을

할 수 없게 했다.

작은 몸짓을 하며

방안을 서성거리는 모습은

꽤 귀여워 보였다.


완전히 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는 고개를 들고 맨 밑층부터

세기 시작했다.

여전히 밑을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몰려온다.

꿋꿋이 층수를 알아내더니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하즈키의 손끝이 살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은

다정한 눈인사를 하는 것처럼 따뜻하다.

그의 억지스러운 초대로

좁은 집안이 더 비좁진 않을까,

걱정하는 그녀의 표정이 역력했다.

마나츠는 과하게 아주 오랫동안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나오질 않았다.


출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하즈키는 재촉하지 않고

그대로 멈추어 기다려주려 한다.

마나츠의 행동은 예전과 달랐다.

꼭, 멀리 떠나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에게 할 말이 있음을 암시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한숨의 소리가 길게 들릴까,

그는 숨을 나누어 내쉰다.

마나츠가 파묻은 얼굴을

드디어 들어 올려 하즈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행동으로

감정이 동요되고 싶지 않았다.

마나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진 않지만

분명 그녀는 굉장히 슬프게 울고 있었다.

하즈키는 마나츠의 얼굴을

정면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얼굴을 보았다면

굳은 결심이 어떤 것인지 알진 못했지만,

그녀의 결심이 사그라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에게 보이진 않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는 상관없었다.


그런 그를 한참 올려 보더니

천천히 천으로 몸을 감싸며 일어난다.

작은 움직임에도 마나츠의

분홍색 살냄새가 퍼져 코로 들어온다.

달아난 그녀의 몸을 다시 붙잡고 싶지만

빠르게 단념하며 다시 숨을 나누어 내쉬었다.

마나츠는 꼭,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꼴을 한 하즈키에게 말했다.


“우린 성인, 그런 표정, 짓지 말아 줄래?”


하즈키가 나는 아무렇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깨를 귓불에

닿을 때까지 들어 올린다.

마나츠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천천히 거만한 척, 하며 말했다.


“이건 내 감정이고,

당신은 본능에 진 거야.”


하즈키의 볼을 쓰다듬으며 가볍게 입을 맞춘다.


“일어나, 히다.”


마나츠는 시간을 확인하며

냉장고 문을 열어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는 것들을

구석구석 확인하는 중이다.


“흠, 이건 상한 냄새야 뭐지?”


나오코의 각진 통을

열어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 하즈키.”


그녀가 집어 든 각진 통 안에는

물이 질척거리는 모습이었다.


“왜?”


“음식이 상했어”


각진 통 안을 보여주더니

그에게 눈을 흘겼다.


“먹기 싫었으면 버리기라도 하지,

예의 없는 사람.”


마치 나오코가 해 온 음식을

방치해서 나빴어,라고

지적하듯 보였지만,

그는 진심으로 듣지 않는 눈치다.


“내가 먼저 본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 히다.”


게으름을 피우던 하즈키가

마나츠가 들고 있는 각진 통을

낚아채며 상한 음식물을

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근데 나오코는 언제 들른 거야?”


마나츠는 자신이 갖고 온

채소를 씻어내고,

미소 된장을 체에 능숙하게 풀어낸다.


“내가 없을 때?”


“응?”


쭉, 집안에만 있었다고 생각했던 참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설마, 이사 전?”


“응.”


“응? 그게 가능해? 열쇠? 는?”


“가능했으니까, 이게 있겠지.”


“여전하네.”


그는 그녀가 손질한 채소를

체에 올려놓는다.

마나츠가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우리가, 지금처럼 살았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하즈키의 눈썹만 위로

올라갈 뿐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해 봐, 응?”


“그 말이 중요해?”


그가 미소 된장을 걸러낸 체를

받아 들며 씻기 시작했다.


“중요? 뭐 딱히 그렇지 않지만.”


“우린 이렇게 살 수 없었을 거야.”


그녀는 자신이 물어본 질문이

맞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흠, 인정.”


손질된 채소를 된장국에 밀어 넣고

부풀어 오른 미역을

질척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치대며 씻어냈다.


“하즈키?”


“응.”


"재미있는 얘기가 있어."


그가 식탁에 턱을 괴고 앉아

마나츠를 바라보았다.

마나츠는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말할까, 하지 말까, 라며

이미 결론을 짓고 결정한 이야기를

아주 잠시, 다시 또 말할까,

말까, 하며 고민한다.

꼭 그의 빛나는 갈색 눈을 보면

벗어나고 싶지도 그를 놓아주기도 싫었다.

늘 그러하듯 지금도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츠키가 입을 열었어.”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대답 대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어? 하는 모양을 내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응, 맞아 그렇다니까?”


하즈키는 그녀는 안중에도 없이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거봐 아주 재미있는 얘기라고 했지?”


“후훗, 하하하.”


“너무 크게 웃지는 말아 줘.”


“미안.”


보기에도 미끈거리는 미역을

냄비 속으로 붓는다.

마나츠는 좁은 싱크대 밑에

힘없이 앉아 하즈키를 바라본다.


“이츠키가 당신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던 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그런 심각한 감정인 줄은.”


하즈키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는 듯,

태연한 척 굴지만

그의 눈이 조금씩 흔들흔들하는 모습이다.


“마나츠 당신은 어때?”


“이츠키는 너무 좋은 사람이야,
나 같은 여자가…”


“마나츠, 난 당신이 죽기 전 모습도

아름다울 거라 생각해.”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 이마에 입을 맞춘다.

하즈키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고

아직 끓어오르지 않는 냄비 뚜껑을

괜히 열었다 닫았다, 냄새를 맡았다,

고개를 들이밀며 말한다.


“당신, 결정한 거지?”


마나츠는 대답 대신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하즈키가 말했다.


“이츠키의 뇌는 정상이니까?”


“크큭, 응 당신과는 달라.”


그가 냉장고 안의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중이다.

마치 처음 물을 마시는 사람처럼.

마나츠가 말했다.


“내가 아쉬워서

그런 행동하는 거라면 고맙겠는데?”


하즈키가 젓는 손짓은 강경했다.

어느새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국 위에 채소가 둥둥 떠오른다.

이미 마음을 보인 그녀에게

갑자기 애달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늘 사랑을 갈구하던 그녀를

밀어내기만 했던 그다.

그런 자신의 또 다른 욕망과

욕심에 신물이 났다.


이츠키는 오랫동안 그녀를 좋아했다.

그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이제 막 마나츠와 눈을 마주치며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게 뻔하다.

이츠키의 순수함과 절제된 욕망에

경의를 표하고 싶은 심정이다.

마나츠는 보통의 삶을 살아갈 것이고

행복의 달콤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녀의 분홍빛 살냄새를

잃어버려야 한다, 또한 잃었다.

출처, 허니와 클로버


이츠키와 함께 있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에 대한 욕망도 함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마나츠라는 이름은

순식간에 낯선 단어가 되어버렸다.




좁은 집안은 겨우 성인 네 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동시에 두 명이라도 서서

움직일 땐 무언인가 굉장히

바빠 보이기까지 했다.

온통 보지 못했던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을

자유롭게 누비고 다니는 쇼를

눈에서 놓칠 수 없어 가장 바쁜 겐토다.


창가의 마네키 인형이

연신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당연히 쇼의 가장 큰 관심사다.

마네키가 손이 닿지 않자

칭얼대기 시작했고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

꼼짝없이 좁은 공간은

난장판이 될 것이 뻔하다.

나오코는 붉은 립스틱을 덧발라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입술로

단호하게 말했다.


“쇼오, 그럴 수 없어,

안 되는 거야 장난감이 아니야.”


나오코는 어릴 적부터

하즈키의 방한 구석에

늘 보초를 서는 것처럼 있었던

마네키를 기억한다.

그에게 소중한 물건이란 것을

눈치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쇼가 칭얼대는 소리를 멈췄다는 건,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라는 신호이다.

누구보다 더 긴장한 겐토가 쇼를 다독였다.


“쇼, 저거 어때?”


늘 주방 기구에 관심이 많던 쇼였지만,

이미 점찍은 이상 다른 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쇼는 꼭, 손아귀에 넣거나,

발작하거나, 극과 극의

결론을 치러야 했다.

겐토의 말에 쇼는 미동도 하지 않고

마네키를 올려 보며

눈 한번 깜박이지 않았다.

나오코가 말했다.


“쇼오, 넌 꼭 안 되는 것만 바라지?”


하즈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마네키를 들어 쇼에게 들이민다.


“자, 받아.”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얼굴을 하곤 나오코의 눈치를

슬쩍 살피는 쇼를 보고

하즈키가 말했다.


“괜찮아, 쇼 삼촌이 주는 거야.”


마네키의 방울에서 딸랑거리는

소리를 듣더니

쇼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쇼는 마네키를 꼭, 끌어안았다.

하즈키는 쇼의 웃음소리를 듣더니

다시 한번 마네키의 방울을

살짝살짝 건드리는 시늉을 했다.

쇼는 더 크게 함박웃음을 보여주었다.

내내 지켜보던 나오코는

모른 척 술을 비워 내고

햄을 집어 먹었다.

겐토가 쇼에게 말했다.


“쇼오, 감사합니다?”


쇼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감, 사, 합니다. 삼촌.”


“착하구나, 쇼.”


하즈키가 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겐토가 나오코를 흘긋 보더니

좁은 공간에서 어울리지 않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서는 저렇게 갖고 놀 수가 없어.”


하즈키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그를 바라보았다.


“저 땐 장난감이 최고지.”


“응, 갖고 싶은 게 당연하지.”


겐토가 날렵한 턱으로

나오코를 가리키며 꼭,

아이처럼 하즈키에게

일러바치는 꼴이다.

나오코가 뒤를 돌아본 순간

겐토와 눈이 마주쳤다.

겐토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오코가 단호하게 말했다.


“쇼와 하루 종일 같이 있는

사람처럼 말하지 마.”


하즈키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나오코에게 핀잔을 늘어놓았다.


“설마 인형 하나 사주지 못할

형편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거지?”


겐토는 심각해지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

억지웃음을 섞어 가며

하즈키의 말을 이어갔다.


“하하하, 하즈키!

나오코는 어지럽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뭐? 이해할 수 없어, 아이잖아.”


나오코는 조금 남아있는

붉은색의 입술로

술을 입에 넣으며

겐토를 비꼬며 말했다.


“하루 종일 함께 있어 봐,
아이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야.”


나오코는 마치 하즈키를

설득할 요량으로 지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러니까 나오코

아이들은 장난감이 필요해.”


나오코가 말했다.


“그럼, 하즈키가 쇼를 키워주면 되겠네.”


나오코의 말에 하즈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오코, 네 어릴 적을 생각해.”


하즈키는 눈치도 없이

큰 소리로 웃어 댔다.

쇼는 최대한 그녀의 눈을 보지 않았고

마네키의 방울만 만지작거렸다.

겐토는 아주 신이 나서 침을 꿀꺽거린다.

나오코가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와우, 그래? 말해 봐 내가 뭘? 응?”


음식을 들고 오는 마나츠가

나오코를 거들어 준다.


“이그, 그만들 좀 해,

남자들은 정말 몰라,
아이 한 명을 온전히 길러내는 일이란,

정말 어렵고 놀라운 일이야.”


마나츠는 비워진 그릇을

치우고 과일을 썰었다.

종이짝처럼 얇게 썰린 수박은

비싼 가격임을 미리 알게 해 준다.

겐토가 꽤 괜찮던 분위기를

망칠 작정인 것 같다.


“아이를 키워 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그리 알아?
억울해, 난 정말 많이 도와주고 있어.”


겐토는 나오코와 단둘이 하지 못했던

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갑자기 하즈키가

겐토의 뒤통수를 빡,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후려친다.


“아악, 아씨 뭐야?”


나오코의 입에서 안타까운 소리가 들린다.

웬일로 나오코는 모든 말과 행동을

가볍게 잘도 넘기고 있었다.


“휴우, 쯧쯧쯧.”


마나츠는 아무렇지 않다며

하즈키를 보며 그만하라는

시늉을 하며 미소 지었다.

하즈키가 마나츠의 미소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마나츠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그 어떤 걱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나츠는 정말 완벽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완벽한 삶을 살 자격이 있는 여자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 중

그녀의 결심이 다다른 지금처럼,

이토록 그녀가 소중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마나츠는 곧, 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의 아내가 될 것이다.

지금에 와서 이토록 그녀가 아름답고

소중해 보이다니,

얄팍한 자신의 인간성이

소름 돋을 정도로 짙고

더러워 보였다.


더 이상 마네키의 방울소리도

손을 흔드는 모양도

쇼의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다.

우스꽝스러운 하즈키의 표정을

확인해도 이제 더 이상

웃지 않는다.


저절로 감기는 쇼의 두 눈은

짜증이 가득했다.

조금씩 칭얼대는 소리에도

나오코는 신경질적이다.

칭얼대는 소리가 높아질수록

얼룩진 붉은 입술로 들어가는

술의 양도 늘어난다.

겐토가 느릿느릿 쇼를 안았다.

그 모습을 본 하즈키가

먹다 만 수박을 입으로 구겨 넣더니,

손을 닦고 겐토에게 다가가 말했다.


“겐토, 이리 줘.”


그 모습에 그들은 모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겐토가 다시 한번 확인한다.


“으, 응?”


“이리 줘, 내가 재워 볼 테니.”


“됐다, 울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하즈키는 쇼를 낚아채듯,

안자마자 엉덩이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꼭 아이를 키워 본 사람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

마나츠가 겐토를 이끌고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


“겐토 앉아, 이럴 땐 모른 척,

땡큐 하는 거야.”


겐토는 역시 나오코를 바라보며

눈치를 보지만 그녀는 마치 남의 일인 양,

그냥 두라며 손짓한다.

나오코는 눈을 내리깔며

아무도 모르게 하즈키를

오랫동안 흘긋거렸다.


쇼를 안고 있는 모습을 흘긋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탁자 밑으로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고 불긋했다.


쇼는 하즈키가 안고 있는 자세가

불편했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오히려 하즈키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얼굴이 불안에 떨면 떨었지,

하즈키의 표정은 울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평온해 보였다.

하즈키는 아예 쇼를 눕힌 자세로 안고

아이의 목과 머리를

팔로 받쳐 안았다.

쇼의 눈을 마주하더니

노래를 흥얼거린다.



출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야마다 코-사쿠

ねんねこしゃっしゃりませ

(잠자는 아이가 귀엽다)

ねんころろんねんころろん

(자장자장 자장자장)

ねんねこしゃっしゃりませ

ねんころろんねんころろん



대체 무슨 노래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불규칙한 음정은

그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겐토가 먹다 만 과자 부스러기를

그의 등 뒤로 던지며 질색하며 웃었다.


“뭐야, 자장가도 불러?”


마나츠 또한 하즈키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는 낯설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다.

아이를 안고 흥얼대는 모습을 보니,

그 모습을 만들어 주지 못한

그때가 떠올랐다.

아이가 있었다면 그와 여전히

부부였을까, 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쉿, 자장가야, 쉿.”


“오호, 저 자식 대단한걸?”


하즈키가 조용히 하라며

입을 오므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쉬.”


겐토가 마나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 자식 놀라운 놈이야.”


겐토는 점점 잦아들고 있는

쇼의 울음소리가 신기할 따름이다.
나오코는 움켜쥐고 있는

손에 천천히 힘을 뺐다.

어깨까지 힘을 잔뜩 주고 있던

탓인지 몸살처럼 쑤셔왔다.


하즈키는 쇼를 안고

아예 1층으로 내려왔다.

에어컨이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는 것을 보니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안도한다.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한 탓에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았다.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쇼가 있는 이곳은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하즈키는 의아했다.

또래 아이들보다 체구가 작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종이짝처럼

가벼울 수 있는지 의문이다.

편식이 심하다는 것은

나오코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쇼를 안고 있으니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쇼는 아예 울음을 그쳤고,

눈은 반쯤 감긴 채

하즈키와 눈을 맞추며 생긋 웃었다.

아이는 혀 짧은 소리로

들을 수 없는 말을 하더니

금세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쇼가 겐토인 줄 알았는지

심장이 아플 정도로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하즈키는 쇼의 볼에

자신의 볼을 갖다 대며 다시 흥얼거렸다.

그는 자신이 한 행동임에도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를

읊고 있는 지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어처구니없이 웃었다.


쇼의 냄새와 새근거리는 소리는
빠르게 뛰는 그의 심장을

느리게 만들며 빗장을 풀게 했다.

자연스럽게 쇼를 안은 채

소파에 앉아 쇼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손가락을 깍지 끼며 단단히 고정했다.

그는 흥얼거리고 있는 노래에 맞춰

쇼와 같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낮잠 치고 이렇게 달콤한 잠을 잔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쇼가 없는 공간에서

마나츠의 굳은 결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겐토는

맨션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웃어 댔다.

마나츠가 만류하지만 역부족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이렇게 일어날 일이라 일어났다는 거지, 아…”


“후, 이제 다 웃은 거야?”


겐토가 땅콩을 우적거리며

씹는 소리가 거슬렸는지

나오코는 그를 또 흘겨보았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나오코의

미심쩍은 표정을

늘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아니, 불편하거나 눈치가 보인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하긴 겐토가 억만금을 준다 해도,

아무리 불평을 말한다 해도

나오코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쯤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츠키 짝사랑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

그래서 네 결론은?”


마나츠가 눈을 찡긋하며

새침데기 같은 표정을 짓는다.


“잘해 볼 거야.”


“응? 진심이야?”


겐토는 마나츠의 대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비록 하즈키와 부부의 인연은

끝이 났지만 말 그대로

부부의 인연만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평생 지금처럼

사랑할 거라 생각했다.

가족들도 물론

나오코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건 하즈키 또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녀와의 관계가

부부 아닌 부부 같은 사이로

지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확실한 건 마나츠가

그의 곁을 죽었을 때나

떠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다.

이 일은 사건이었다.

겐토가 눈을 둥그렇게 뜨며 말했다.


“왜?”


마나츠가 대답했다.


“아니, 왜, 가 뭐야?”


조용하던 나오코가

삐죽 튀어나와

마나츠의 심기를 건드린다.


“난 알 것 같은데?
이젠 모든 게 재미없어진 거지 뭐,
아이도 낳고 보통 사람 흉내 내고

살고 싶은 거 그거 아닌가?”


마나츠의 눈썹이 잠깐,

비쭉거렸지만

그녀는 끝까지 입가에

남은 미소를 유지했다.


“나오코, 잘 알지 않아?

이 중에 정말 보통 사람은 나였다는 거.”


나오코가 기분 나쁜 목소리로 웃었다.


“마나츠, 그거 하즈키가 들으면

정말 기분 나쁘겠는데?
자신 때문에 마나츠를 정신 나간…”


겐토가 빠르게 나오코의

말을 잘라먹었다.


“나오코, 왜 또 그래?”


“뭐? 또?라고 한 거야?”


겐토가 나오코가 들고 있는

술잔을 뺏어 들었다.


“그만 마셔, 가자.”


아직도 마나츠의 입가에는

미소가 남았다.


“나오코 말이 맞아,

뭐 나쁜 얘기도 아니고 사실인데,

나쁘지 않은 얘기지.”


겐토가 뺏어 든 술잔을

나오코가 다시 빼앗는다.

반쯤 담긴 술이 출렁, 하더니

탁자에 흘러내렸다.

나오코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나왔다.


“에이, 젠장 그놈에 착한 척,

괜찮은 척, 멋있는 척,

마나츠는 늘 그래.”


“아주 정확하네?

나오코 한 잔 더 할 거지?”


마나츠는 술잔을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겐토가 나오코를 다시 만류한다.


“그만 마시자, 응?”


마나츠가 겐토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겐토, 뭐가 걱정이야 괜찮아.”


나오코가 또 한 번 삐죽거린다.


“또, 괜찮은 척.”


“잘 알았으니,

그만 좀 하고 한잔해.”


마나츠의 술잔이

그녀의 술잔과 마주한다.


“쨍.”




출처, 하나와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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