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흩어진 날들
나오코가 병원에 도착한 건
미네코가 사망한 후 몇 시간이 지난 후다.
그녀는 마중 나온 겐토에게 소식을 접한 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거짓말, 거짓말 그럴 리 없어, 미네코가?”
헛웃음을 하하거리는 나오코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미네코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갈수록
강한 냉기가 공기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안내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말소리는
그녀의 귀와 눈 속에
조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하얀 배경 속은 언제나 쓸쓸한 기분을 안겨준다.
나오코는 미네코의 얼굴을 덥힌 흰 천을
훌러덩, 벗기며 확인했다.
“그 기도를 멈췄어,
나는 멈췄다고,
멈춘 지 오래됐는데… 왜.”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계속 병원 바닥에 대고 중얼거렸다.
미네코의 잠든 얼굴은 정말 낯설다.
처음 본 사람처럼 이 사람은
미네코가 아니야,라는 말부터 나왔다.
“아니야, 아니야 미네코가 아니야.”
겐토가 말했다.
“나오코...”
나오코의 어깨가 심하게 흔들거렸고
구두를 신고 있는 가느다란 발목이
자꾸만 바닥으로 휘청휘청 꺾이고 있었다.
겐토가 나오코를 지지해 주려 하지만
심하게 휘청거리는 그녀는 그도 뿌리쳤다.
나오코는 갑자기 가방 속을 뒤적거리며
립스틱을 꺼내 들었다.
아주 천천히 나무늘보라도 되는 듯
미네코의 입술에 색을 입혔다.
넋이 나간 그녀의 행동을
그들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나오코가 말했다.
“겐토.”
“응.”
“숨이 넘어갈 때,
미네코는 고통스러웠을까?”
겐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도 지금 숨이 넘어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다시 한번 나오코의 발목이 휘청거린다.
나오코가 아주 긴 숨을 골반 안쪽까지 집어넣듯
길게 들이마시며
미네코를 빤히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좀 편해? 어때?
누가 곁에 있어? 아빠야?
아님 히다? 복 받은 미네코…
잘 가, 진심으로 미웠지만
진심으로 고마웠어, 잘 가.”
미네코의 긴 손톱을 손가락으로 짧게 쓸더니
미네코가 흰 천을 다시 머리끝까지 덮었다.
그리곤 아주 천천히
발목을 휘청거리지 않으려
힘을 주며 또각거리는 소리를
거칠게 내며 걸어간다.
나오코의 필름 속에
미네코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징징거리던 자기 모습이 어른거렸다.
그리고 미네코는 그런 나오코를 뿌리친다.
그렇게 멀리 떠나버렸다.
필름 속 나오코는
자신을 용서하라며 마지막 변명을 했다.
자꾸만 삼켜 버리는 눈물 덕에
콧등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밑을 내려 보면 부은 콧등이 보일락 말락,
그녀는 짧은 미네코의 인사에 허탈하게 웃었다.
겐토는 나오코에게 참 든든한 사람이다.
그녀가 손쓸 일 없이
모든 게 정해진 것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오코는 미네코가 머문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곳에서 조문객들에게 똑같이
인사를 받았고 한 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후,
카스미와 함께 온 쇼는
굉장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쇼가 처음 겪는 죽음이란 것의 실체를 보았다.
쇼가 물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말은 뭐였어요?”
나오코는 쇼의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곤란한 겐토는 얼버무렸다.
“어, 할머니는 아주 조용히 가셨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을까요?”
“우리가 때를 맞추지 못했어,
죽음은 그런 거니까
하지만 느낄 수 있었어,
따뜻한 인사를.”
나오코는 몸을 벽에 기대어
얼굴을 돌렸다.
겐토는 그녀의 뺨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굉장히 나약해 보이는 나오코의 모습은
겐토가 견디기 힘든 것 중 하나이다.
겐토의 말대로 미네코는
정말 너무도 조용히 가 버렸다.
생전 늘 집 안을 시끄럽게 만들던
그녀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다.
의사 말처럼 미네코는
자신의 병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미네코는 유언장이나 편지도
한 장 남기지 않았다.
미네코의 서랍 속에는 통장이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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