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남은 이의 녹슨 열쇠
미네코는 세상에 태어나기 전 모습으로
신사에 옮겨졌다.
생전에 그녀가 자주 기도를 올렸던 곳이다.
이곳 승려와 미네코는 꽤 잘 아는 사이다.
미네코가 나오코를 낳기 전부터 아는 사이라고 했다.
작은 단지를 받아들인 승려는
이해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가득 담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이제 평안하실 겁니다.”
승려의 짧고 깊은숨의 말속에
미네코의 가슴속 진실까지 알고 있었던
사람이란 확신이 들었다.
하즈키는 다행히 미네코를 신사로 옮기기 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소식 없이 하즈키가 나타났던 터라
그를 마주한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고,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들 같지 않게
밝게 그를 맞아 주었다.
겐토의 서운한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하즈키를 보자 왔구나, 란 한마디로
하즈키의 존재를 다시 깨웠다.
의외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오코는
처음 타다요시 집에서 왔을 때의
그 모습처럼 혼란스러워 보였다.
오랜만에 본 하즈키에게 단 한 마디 없이
하즈키의 손길에 따라
그의 품 안에 오랫동안 안겼다.
어쩌면 나오코는 당연히 하즈키가 올 것이라며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나오코의 표정은 꼭 그랬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마나츠는 하즈키에게 미네코의 죽음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준비를 해 왔었던 것이 분명하고
우리들이 몰랐을 뿐이라며
그 말속에는 가장 가까이서
미네코를 본 자신의 잘못이 크다는
자책이 들어 있었다.
마나츠의 말을 듣고 커다란 쓰나미가
하즈키에게 닥쳐온 것처럼
꽤 무거운 자책감이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하즈키의 생각 중 하나, 죽음이 별거인가,
시기만 다를 뿐이란 단순했던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즈키는 미네코가 담긴 작은 단지를 보며
그녀가 느꼈을 통증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겐토는 긴 장례식을 뒤로하고
짧은 장례식을 택했다.
단 하루, 미네코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바로 신사로 옮겨졌다.
미네코의 짧은 삶처럼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남은 시간 동안 그들은
미네코의 집을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머물렀다.
나오코의 얼굴은 빠르게 안정된
보통의 얼굴로 돌아왔다.
오히려 죽음이란 첫 경험을 맛본
쇼의 충격이 큰 듯했다.
나오코는 카스미에게 쇼와 함께
먼저 도쿄로 갈 것을 부탁했다.
무엇을 걱정하여 이곳에 남아
함께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쇼는 고집을 피웠다.
끼니를 거르며 작은 빵 한 조각을
겨우 먹어 치우는 아이를
이곳에 계속 둘 순 없었다.
“당장 카스미와 함께 출발해.”
나오코는 아주 단호하게 쇼의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말했다.
쇼는 가방을 메고 카스미의 뒤를 따르며
속삭이듯 말했다.
“엄만 언제나 잘 몰라요, 내 마음을.”
분명 그 말을 나오코는 들었지만
알은척하지 않았다.
뒤늦게 카스미가 말했다.
“쇼는 엄마를 위로하고 싶었던 거예요.”
나오코는 생각하지 못한 그 말을 들으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만남은 늘 말이 많았고 웃음도 많았었다.
미네코의 죽음 탓은 아니다.
그녀의 죽음 탓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정말 거짓말이 섞인 핑계이다.
그들은 예전처럼 웃음도 말도 끊임없지가 않았다.
한 번의 말을 누군가 뱉으면
그 대화는 다시 이어지기가 힘들었다.
웃음은 아주 가벼운 억지 미소에 가깝다.
이츠키와 겐토의 장난 섞인 말다툼도 사라져 버렸다.
늘어난 건 하나둘 생긴 주름과 술병
그리고 불안 섞인 한숨뿐,
마나츠의 기억 속 미네코의 이야기도
이제 모두 바닥이 난 상태다.
마나츠가 말했다.
“우리도 이제 나이를 먹기 시작한 거야.”
단 한 명의 부정도 없는 정확하고 진실한 말이다.
그들 모두 잔잔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들었다.
그때 미네코가 그랬던 것처럼
대문을 훤히 열어 놓은 틈 사이로
목소리가 들렸다.
“실례합니다.”
더 이상 방문할 조문객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모두가 동시에 갸우뚱한다.
마나츠가 탄식,
비슷한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선다.
“아.”
어둠 속에서 큰 키의 남자가
현관문을 들어서려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다시 같은 말을 뱉는다.
“실례합니다.”
마나츠가 먼저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못 오실 줄 알았어요.”
이츠키도 따라 일어나
다른 이들이 모를 친근감을 보이며 포옹까지 한다.
“마호, 정말 오랜만이야.”
겐토와 하즈키는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
이츠키와 포옹을 할 정도의 친밀감이 있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도 함께 일어나 인사하며
나오코는 마호에게 고맙다는 말로 짧게 인사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겐토는 의심스럽게
눈동자를 굴리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나츠가 끼어들었다.
“내가 연락했어,
오래되긴 했지만
미네코의 기억 속 마호 씨는
참, 좋은 사람이었거든.”
내내 무표정을 일관하던 나오코가
크게 소리가 들릴 정도로 풉, 하고 소리를 낸다.
나오코는 아무도 묻지 않은 대답을 했다.
“코하네는 오지 못했어요.”
마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코하네의 중요성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듯,
이츠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곤 미네코의 사진 앞에 서서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오랫동안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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