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톱니바퀴
겐토는 며칠 더 시간을 보낸 후, 짐을 쌌다.
그는 일주일의 긴 휴가를 이곳에서 몽땅 써 버렸다.
아주 오랜만에 휴가를 쇼, 나오코와 함께
보낼 작정으로 계획한 온천 여행은
미뤄질 일 없이 그냥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조금씩 삐걱거리던 나오코와 겐토의 사이가
다시 보통으로 돌아올 보통의 시간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겐토의 휴가는 아직 이틀이나 남은 상태다.
하지만 겐토는 나오코와 함께
도쿄로 가지 않았고
남은 시간을 홀로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
술을 입안에 머금은 겐토는
하즈키에게 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겐토에게도 미네코의 죽음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 충격이었다.
속내를 절대 들키지 않으려는 겐토의 성격은
사라지고 내내 징징거리는 중이다.
하즈키가 말했다.
“근래 혼자 생활한 탓이야,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쪽을 생각해 봐.”
“아니, 그 반대야.”
나오코와 함께 도쿄로 향하라는 말은
겐토에게 먹히지 않았다.
겐토는 누가 잡기라도 할까,
먼저 그곳을 떠났고,
나오코는 집 문제가 해결되는 기미가
보일 때까지 좀 더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즈키는 나오코와
함께 있는 것이 아주 불편했다.
그 불편함을 말하지 않아도
나오코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마치 어릴 적처럼 하즈키는
한 집에서 나오코와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밥 먹을 때조차 그랬다.
집에 관한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오코는 하즈키와 싸우고 싶지 않았고,
하즈키의 말 대로 집을 처분하기로 했다.
하즈키는 정말이지 이 집에 대한 애정은
그 어떤 종류로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하즈키의 솔직한 한 마디가
나오코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집이 있다면
난 계속 갈 곳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
너도 마나츠도 그렇겠지
그게 나쁠 건 없지만,
난 한국에서 돌아오지 않을 거야.”
처음 그 소리를 듣고 나오코는 끔찍했다.
정말 나오코의 진짜 같았던 가족이
미네코도 사라진 지금
모조리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의 가족이 있지만 이건 다른 문제다.
나오코는 긴 못으로
심장을 내리치는 것처럼 아팠다.
“하즈키 기억 속에
내가 가족이었다는 게 그렇게 싫었던 거야?
돌아오지 않을 거라니, 대체...”
하즈키는 단호히 말했다.
“아니, 생각해 보면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아,
그저 내가 갈 곳은 정해져 있고,
난 다시 이곳에 오지 않을 거니까,
텅 빈 채 남겨진 집은 의미가 없어
더 쓸쓸할 뿐이지.”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왜,라는 말을 물으려다
그의 복잡한 심경을 나오코 자신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이 집에 대한 감정이
나오코 또한 하즈키와 같았기 때문이다.
떠올리면 한겨울 추위에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있는 것만큼,
살이 에이도록 잔인해질 때가 많았다.
못난 생각들로 가득했던 그때,
그것을 하즈키도 알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하고
수긍의 고개를 연신 끄덕일 수밖에 없다.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을 땐,
이 집이 팔릴까,라는 믿음은 조금도 없었다.
이 집은 늘 소문에 온상이었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모양의 좋은 집이었지만
작지 않은 사정을 동네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가장 넓은 정원을 갖고 있었고
다른 집은 없는 나무도 많다.
모두가 눈이 커다래져서
그 집을 올려 보지만
그들은 늘 쑥덕거렸고, 비방했다.
하즈키도 나오코도 이 집이 팔릴 거란 생각은
아예 접어 두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
집 없는 고양이, 하양이는
이제 집 있는 고양이 하양이가 되었다.
하양이는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는지
아예 현관 앞 그늘에 자리를 잡고
널브러져 있다.
코하네는 그 모습을 보고
하양이의 집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하즈키가 울타리를 만들고 남은
납작한 나무판자를 끙끙거리며 모양을 잡았다.
그 모양이 내키지 않으면 다시 뒤틀어
다른 모양을 잡아 본다.
하즈키가 만든 낮고 울퉁불퉁한
울타리를 보고 미소 지은 때가
조금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더운 여름 창고 안,
선풍기 하나로 하양이의 집을 만들기란
참 쉽지 않다.
그때 료카의 우다다, 하는 발소리와
엄마를 부르는 경쾌한 목소리가 들린다.
“다녀왔습니다, 엄마 아아.”
코하네는 재빨리 일어나 앞뜰로 향했다.
“료카, 천천히.”
순간 아키라의 천천히, 조심조심, 이란
단어를 쓰는 아키라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갑자기 생각난 목소리에 감정이 조금 울컥한다.
료카가 보이자 늘어져 있던 하양이가
마치 강아지처럼 꼬리를 길게 하늘로 쳐들며
아이에게 다가와 얼굴을 비볐다.
“하양아, 이힛 간지러워.”
“료카 들어가서 손 먼저 씻으세요,
식탁 위에 삶은 달걀이 있으니까
그것 먼저 드세요 공주님,
엄만 창고에서 할 일이 있어.”
“으응? 무슨 일이요?”
“하양이 집, 만들어 보려고.”
료카의 눈이 커다래지며 입을 벌린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