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동료는 가족이 아니다

by 욕가이버

동료와 신나게 떠든 적이 있다.


같이 야근하고, 같이 욕하고, 같이 술 마신 사이였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었다. 회사 욕, 팀장 뒷담화, 요즘 힘든 것들. 안주 시키고 소주 따르면서 신나게 떠들었다. 꺼내도 되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다른 자리에서 내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그 사람이 옮긴 거다. 다른 사람한테 들었다.


배신이라고 느꼈다. 밤에 잠이 안 왔다. 같이 웃고 같이 떠들었던 그 시간이 뭐였나. 나만 편한 사이였나. 며칠을 그 생각에 갇혀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까 — 배신이었을까.


그 사람들은 원래 그 거리에 있었다. 같은 목표를 위해 같이 일하는 사이였다. 같은 회사, 같은 팀, 같은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같은 팀이니까 같이 밥 먹고, 같이 있으니까 같이 술 마신 거다. 자연스러웠다. 거기까지였다.


나는 거기에 더 얹었다. "이 사람들은 내 편이다." "꺼내도 되는 사이다." 아무도 그렇게 약속한 적 없다. 내가 혼자 그렇게 믿은 것이다. 뱉은 말은 돈다. 누가 퍼뜨렸든 상관없이. 회사라는 곳이 원래 그렇다.


가족이 아닌 사이에 가족의 감정을 가졌다. 감정을 너무 얹었나 싶다.


회사는 가족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 신입 환영회에서 듣는다. "다 같이 잘되자." 회식에서 듣는다. 좋은 말이다. 따뜻한 말이다. 근데 가족은 자르지 않는다. 가족은 실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가족은 승진 시즌에 경쟁하지 않는다.


같은 팀이라서 가까운 거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이 뛰니까 통하는 거다. 팀이 바뀌면 거리도 바뀐다. 당연한 거다. 이걸 모르는 게 아니다. 아는데 — 매일 얼굴 보고, 같이 밥 먹고, 같이 힘들어하다 보면 잊는다.


좋은 동료가 있다. 진심으로 챙겨주는 사람도 있다. 그건 고마운 일이다.


다만 — 영원할 거라는 기대는 좀 내려놓는 게 어떨까 싶다. 부서가 바뀌면 안 볼 수 있다. 승진 시즌에 달라질 수 있다. 퇴사하면 연락이 끊길 수 있다. 원래 그런 거다. 처음부터 그런 거리였다.


그걸 알고 있으면 — 좋을 때 좋은 거다. 같이 밥 먹으면 즐거운 거다. 같이 욕하면 시원한 거다. 거기서 끝이다. 더 얹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줄어든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좀 편해진 것 같다.


누가 달라져도 "그럴 수 있지"가 된다. 승진 시즌에 분위기가 바뀌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영원한 관계는 없다. 절대적인 내 편도 없다. 그때그때 맞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으면 빠지면 된다. 꼭 어딘가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 어디에서든 좀 편해지지 않을까.


회사의 동료는 가족이 아니다. 그리고 가족이 아니어도 괜찮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개 돼지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