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쳐지는 게 무서웠다

by 욕가이버

집을 사야 한다고 했다.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고. 주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월급만으로는 안 된다고. 술자리에 가야 한다고 했다. 사람을 알아야 기회가 온다고. 다들 그렇게 말했다.


안 하면 뒤쳐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따라갔다. 부동산 카페에 가입하고, 주식 유튜브를 보고, 술자리에 앉았다. 잘 모르면서 아는 척했고, 관심 없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비슷했다. 누군가가 "여기가 오른다"고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근거는 없었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다들 불안했고, 불안한 사람끼리 모여서 서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확신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있었다면 굳이 모일 이유가 없다.


나중에야 좀 보였다. 그 무리는 방향이 있어서 모인 게 아니었다. 혼자 서는 게 무서워서 모인 거였다. 힘없는 물고기가 떼로 다니는 것과 비슷했다. 혼자 있으면 불안하니까 옆에 누가 있으면 안심이 되는 거다. 방향은 몰라도 같이 가고 있으니까 괜찮은 것 같은 거다.


나도 그 물고기 중 하나였다.


지금 돌아보면 — 뒤쳐진다는 건 누구 기준이었는지 모르겠다. 집을 안 사면 뒤쳐지는 건가. 주식을 안 하면 뒤쳐지는 건가. 술자리에 안 가면 기회가 없는 건가. 그걸 말하던 사람들도 딱히 앞서 있지 않았다. 나랑 비슷하거나, 나보다 더 불안한 사람들이었다.


불안한 사람이 불안한 사람한테 "안 하면 뒤쳐진다"고 말하고, 들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한테 같은 말을 한다. 누구도 앞서 있지 않은데, 다들 뒤쳐질까 봐 뛰고 있었다.


요즘은 좀 빠져 나왔다. 대단한 결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지쳤다. 따라가는 게. 그리고 하나 알게 된 게 있다. 뒤쳐진다는 공포는 — 진짜 뒤쳐져서 생기는 게 아니라, 옆에서 뛰는 사람을 보면서 생기는 거였다. 안 보면 없는 거였다.


내 속도가 있다는 걸 예전에는 몰랐다. 남의 속도에 맞추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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