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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JAZZ May 17. 2024

통제를 통제하다

상황을 통제하는 삶은 스스로를 통제하게 만들고, 자제의 끝은 좌절의 단면으로 잘려나간다.

 요즘 유행하는 MBTI에서 J인사람들은 스스로와 주변부를 통제하려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더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계획을 세우고 나서, 그 계획이 넘어질까 노심초사하는 하루하루는 우울이란 이름으로 층층이 쌓여만 간다.

 나 같은 경우는, INTJ, 인티제라는 유형으로 정의되지만, 다른 J형들과는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다. 계획을 정립하여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시간약속에 매우 빨리 도착하여 여유를 만들고, 주변 사람들이 어느정도 나의 기준에 맞춰서 행동해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렇지만 나 혼자서 철저하게 맞추는 시간은, 기다림이라는 새로운 고통으로 나를 옥죄어가고, 자주 늦는 친구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새로운 욕구로 나를 구렁텅이에 빠뜨린다. 계획을 세우며 걱정하는 것보다 더 큰 시련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왜 너는 나와 다를까? 왜 너는 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주는 걸까? 이런 질문들을 반추하는 나의 마음속에서는 통제로의 갈망이 갈증이 되어버려, 스스로를 사막에 가두는 일만 되풀이한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들은 사실 '왜'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들은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아는 것을 마음 속에서는 인정하기 싫은 경우가 많다. 번지점프를 하기 전 안전하다는 것을 알지만 두려움에 떠는 것처럼, 인간은 머리에 아무리 많은 지식을 넣어도 똑같은 구멍에 빠지고야 만다. 나는 '인간'이라는 종에 관심이 많아서, 인간의 행동원리에 대해 독서하고 사색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층을 이루는 생각의 시간조차 나의 어린 버릇을 고칠만큼 두텁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가끔씩 나 자신에게 인간은 원래 그렇다, 다들 다른 모양새이고,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고 일깨워주어야 한다. 이런 시간이 없으면 나는 내가 파고들어간 토끼굴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혼자 골몰할 테니까. 또 명상을 통해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어야한다. 자기 자신의 생각조차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내 자아조차 내 의지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란 것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말해주어야 한다.

 그러니까 나처럼 통제를 버리지 못하는 J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원래 세상일은 흘러가는 것이고, 통제를 원한다면 통제를 버리는 일을 통제해보라고. 어차피 세상사 모두 바람대로 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으니까, 그냥 흘러가게 냅두어보라고 말이다. 이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타인의 말이 칠판을 긁는 소리처럼 마음속에 스크래치로 남는다면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이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적어본 글, 졸려서 내 마음대로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 책은 '유형성숙'이라는 인간의 특성을 말하고 있었다. 이족보행을 하며 골반이 좁아진 인간은 산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성숙한 뇌를 지니고 태어난다. 따라서 성장하면서 뇌가 더욱 커지고, 뇌가 성장하는 시간에 주입된 지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어버린다. 이에 따라서 인간은 개별마다 완전히 다른 뇌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볼수 있을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원래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서 적어본 글이다.



 + 오버워치에서 시그마가 중력자탄을 먹으면 소리친다. 나는 통제를 통제했다!!!. 참 재밌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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