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사세요

허기의 말들

by 추지원

늙는다는 건

비어가는 일이다.

비어가는 자리는

말로 메워진다.


명예, 자식, 돈, 학벌.

손때 묻은 목록을

끝없이 반복한다.

반복은 생존이고,

듣는 사람은

그 생존의 연료다.


말은 길고,

사실은 짧다.

허기를 감추려고

과거가 과장되고,

디테일이 증식한다.

그 증식은

내 시간을 잡아먹는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의 허기까지

떠안고 싶지 않다.


밥 사세요.

조금의 값은

당신을

잠시나마

점잖은 노인으로

세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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