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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story] 10년후, 서울은 여전히 중심일까

by 매드본

서울은 한국의 수도를 넘어 모든 자원의 블랙홀이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인프라까지 모든 중심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의 절반 이상 인구가 수도권에 살고, 주요 대기업 본사, 명문대, 병원, 방송국, 심지어 기회의 대부분이 이 도시에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중심성은 지금 도전을 받고 있다. 지방소멸, 고령화, 디지털 전환, 부동산 불균형, 기후 위기 등 구조적 변화가 서울이라는 중심 축에 균열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10년 후에도 서울은 여전히 이 나라의 중심일까?


서울의 중심성은 역사적으로 인위적 집중의 산물이었다. 산업화 초기, 효율성과 속도, 인프라와 자본의 효율적 집적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서울 중심의 정책이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 모델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교통체증, 주거난, 미세먼지, 고령화, 인구 과밀, 지역 격차 등은 서울 집중의 그늘이다. 정부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지방대학 육성 등으로 균형발전을 시도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수도권은 여전히 모든 것을 끌어당기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속도는 다르다.

첫째, 원격근무와 디지털 인프라의 확산은 물리적 중심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를 가속했다. 많은 기업과 개인이 서울 밖에서도 업무와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체감했다. 초고속 인터넷과 클라우드, 협업툴, AI 기반 업무 시스템은 물리적 집중의 효용을 낮추고 있다.

둘째, 부동산 가격의 고착화는 탈서울의 강력한 인센티브가 되고 있다. 서울의 주거비는 이제 중산층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젊은 세대는 서울을 떠날 수밖에 없고, 대신 경기도 외곽, 충청권, 강원 남부 등지에서 새로운 정착지를 모색하고 있다. GTX 같은 광역교통망은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셋째, 지방 거점 도시의 부상 가능성이다. 대전, 광주, 부산 등은 기술 중심의 신산업 유치, 청년 정주 여건 개선, 문화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서울 의존도를 줄이려 한다. 특히 대전은 과학기술, 부산은 해양물류, 광주는 에너지 전환과 문화산업이라는 각자의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 도시들이 성공한다면 서울의 절대적 중심성은 상대화될 수 있다.

넷째, 기후 위기와 도시 회복력 이슈다. 서울은 고밀도, 자동차 중심, 열섬 효과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도시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자연 친화적 구조와 인프라를 갖춘 중소도시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새로운 가치로 부상할 수 있다. 이는 고령층과 가족 단위 이주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서울은 여전히 상징성과 네트워크 효과가 막강하다. 기업의 입지, 인재의 유입, 문화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는 서울이 압도적이다. 글로벌 자본과 정보가 집중되는 도시의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서울의 중심성이 '붕괴'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


10년 후의 서울은 여전히 중심일 것이다. 그러나 그 중심성은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다. 절대적 독점이 아니라, 디지털과 분산의 논리 속에서 상징과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남게 될 것이다. 지방은 소멸이 아니라 재정의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고, 수도권 외곽은 새로운 생활권으로 확장될 것이다. 중요한 건 서울을 없애는 게 아니라, 서울을 고립시키지 않는 것이다. 서울은 중심이되, 유일한 답이 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서울 밖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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