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부
약오를만큼 행복할께
흩어진 마음을 다시 끌어안든다는 건,
얼어붙은 심장을 다시 깨우는 일이었다.
오랜 방황 끝에 돌아온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흔적에 기대지 않고, 내 안에서 작은 온기를
걸러냈다. 불안하게 깜박이던 내 심장은 이제 낡은
조명에 불이 켜지듯 스스로 길을 찾는다.
누군가의 의심에 흔들렸던 마음은,
차가운 밤하늘 아래서도 스스로를 비추는 별이 되었다.
나는 나의 그늘과 어둠까지 받아들이며,
살아 있음의 흔적을 조용히 찾아나서기로 했다.
사랑은 때로 거창한 맹세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으려는 작은 의지였다.
서툰 말 속에서도 서로의 진심을 확인했고,
어설픈 행동에서도 끝내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강렬한 불꽃보다는 잔잔한
등불 같았다. 크지 않지만 밤을 환하게 밝히기에 충분했고, 그 불빛이 있어 나는 다시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자주 타투고, 때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서로 떨어지는 대신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존재를 증명했고, 지친 날의 끝자락에서도
서로를 바라보며 작게 안도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사랑은 완벽한 순간에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날들을 향해
견디면서 생긴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행복하기로 했다.
세상의 편견이 우리를 흔들어도, 삶이 불안하고
버겁게 느껴져도 나는 약오를 만큼 사랑하겠다고.
이제는 누군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작은 목소리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로 했다.
소박한 습관처럼 반복될수록 깊어지고,
더 오래 남는 사랑을 하고 싶다.
그 후의 혼돈, 슬픔, 그리고 상실감
나는 마음속에서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날이 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데, 두려움으로 가슴이
요동치고, 머릿속에서는 기억 속 목소리가
현실보다 더 선명하게 들린다.
세상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지만,
나는 사라진 존재들과 공허 사이를 오가며
방향을 잃었다.
혼돈은 뿌연 먼지처럼 휘몰아치고,
차가운 공기만 남는다.
슬픔은 몸속의 혈관을 따라 천천히 내려앉는다.
숨결마다 차갑게 스며들고, 가슴 안의 온기는
조금씩 빠져나간다.
너를 사랑했던 날들의 기억은 희미한 빛으로
남게 되지만, 그 빛조차 손끝에서 미끄러지듯
멀어진다. 그럴수록 나는 나 자신에게 더 가까워진다.
아픔 속에서 스스로 나를 붙잡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상실감은 내 삶의 빈틈마다 스며들어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더 이상 예전처럼 쉽게 웃지 못하지만,
나는 조용히 균형을 찾아간다.
깨진 유리 조각처럼 흩어진 마음을 조심스레 맞추고,
견디기 버거웠던 시간들 속에서도 묵묵히 버티며,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날들을 원망하기보다,
그 시간들이 남긴 흔적들을 내 마음에 불어넣는다.
결국, 상실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스스로 무너진 마음을 달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더 단단하게 내 마음의 중심을 다시 세운다.
숨 고르기
그 마음을 잃고 살았던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그녀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그녀의 믿음과 온기는 어린 시절 엄마의 젖가슴을
파고들 때처럼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었다.
그제야 나는 멈춰 서서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음속에는 이름 모를 나라의 풍차들이 천천히
돌아가는 푸른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 평온함 속에서 나는 내가 잃었던 마음이,
실은 멀리 떠나지 않고 내 안의 깊은 곳에서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조바심은 없다.
이 안락함과 평온 속에서,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나만의 속도로 다시 일어서려 한다.
내일 연제부터는 제 3장 흐르는 시간 속에서 길을 본다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