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내 주변 친구들은 말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고, 현재를 바라보며 살라고
좋았던 과거는 그렇게 빨리 잊히는데, 내가 겪은
상처들은 아무리 잊어보려고 안간힘을 써보아도
결국엔 시간이 흘러 희미해질 때까지 참아야만 했다.
고통을
참는 과정은 왜 이렇게 힘들던지…. 그럴 때마다
집에 있기 좋아하는 나를 밖으로
등 떠밀며 한참을 걸었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다.
집에만 있으면 항상 좋은 생각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혼자 있으니 별의별 과거 일들을 모조리 꺼내며 괜찮아, 지금 잘하고 있잖아라며 계속해서 무한 반복하는 것이 이젠 통하지 않는다.
동네 산책하며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 평소 지나가는
사람들, 바깥공기, 나무, 풀, 건물들은 복잡하게 엉켜있는 내 생각들을 하나씩 정렬시켜 주는 것 같았다.
화려한 것들보단 일상에 무더 나는 것들이 더 위로가
된다.
늘 켜져 있는 가로등 불빛 두 손 두 발 자유롭게 움직이며 운동하는 아주머니,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학생들, 맑은 구름, 곧게 뻗어있는 나무들
평소 느껴지는 편안한 것들에 대한 안정감이
바로 내 생각들을 잠시 멈추게 해 주는 게
아닐까?
요 근래 친했던 사람과의 이별, 스쳐 지가는 인연들,
진로걱정 등 얽매이게 하고 생각 많게 하는
것들이 언제쯤이면 끝날까?
2019년도에서 지금까지 썼던 일기를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
얽매이지 말라던 친구들의
말을 잠시 거역해 보았다.
일기엔 내가 회사에서 겪었던 일화들
친구들과 찍었던 인생 네 컷 사진들 그리고 마음을
주었지만 닿지 못한 추억들까지도 분명 그 속엔
좋은 기억들도 상당히 많았었다.
하지만 내가 상처받았던 과거들까지 모조리 지우고 싶진 않았다. 과거에 힘든 과정 속에서 내가 어떻게 견뎌내었고, 또 어떤 생각을 가졌었는지 어떻게 극복하고 정리하게 되었는지 다 적혀있었던 일기를 보며
깨달은 게 많았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알아가고 반성하는 계기들도
많이 생기게 된 것 같다.
복잡한 생각에 잠기게 한 것들은 어쩌면
시간이 흐른 뒤, 괜찮아질 테지만
그때 찾았던 현명함과 지혜를 하나씩 깨달을 때마다 그 경험들이 소중해서
자꾸만 꺼내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
예전엔 고집도 세고, 세상만사 게으르고
걱정만 많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잘하지 못했는데
과거 지나갔던 인연들 속에 분명 배운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정이 많고, 자존감이 많이 낮았던 나에게
일기란 정말 소중한 내 제2의 자아였다.
아, 나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도시보다 자연을 더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구나 등 그렇게 하나씩 나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2023년엔 뭐 했지.. 2024년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이룬 게 없어 보이지만
하나씩 체크해 보니 이룬 것들이 소소하지만 많았다.
체중감량 16-17kg 감량에 성공했고, 영상도 배워보고
취업도 하고, 점도 빼고, 헬스도 해보고, 여행도 가고
참으로 이룬 게 많았는데 왜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였을까… 일 년의
시간이 짧은 것 같으면서도 많이 웃고 울고 반복했지만
2025년의
내 모습이
너무나 기대된다.
그땐 내 주변 사람들과 다 함께 웃는 얼굴로 가득한 해였으면 한다.
내 과거 일들 중 억울하고 힘들었던 것들도 언젠가
잔잔한 모닥불처럼 꺼져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여유로움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