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형

by 은하수 물류센터

그렇게 가버리면 안 됐다


할머니는 조용히 상 앞에 앉아 있었다. 작은 밥상 위에는 차가운 국 한 그릇과 굳어버린 밥 한 덩이가 놓여 있었다. 국물 위로 얇은 기름막이 둥둥 떠 있었고, 한쪽에 놓인 나물 반찬은 이미 바짝 말라 있었다. 김치는 한눈에 봐도 시어버려 시큼한 냄새가 났다.


할머니는 원래 신김치를 못 드시는데.


고모는 아무 말 없이 부엌에 서 있었다. 싱크대 위에 놓인 그릇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다가, 조용히 손을 뻗어 수세미를 쥐었다. 하지만 설거지를 하려던 손이 결국 멈췄다. 깊은 한숨이 부엌 한편에 가라앉았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북적였던 식탁. 사촌 형이 있었더라면, 이 조용한 공간은 분명 웃음소리로 가득 찼을 것이다. 할머니 곁에서 장난스럽게 국을 떠먹으며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고, 고모 옆에 앉아 이것저것 도와드리며 넉살 좋게 농담도 던졌을 것이다.


장면이 사라졌다.


할머니는 한참 동안 숟가락을 만지작거리더니, 결국 밥에 손도 대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작은 부엌까지 겨우 몇 걸음을 옮기고는, 낡은 밥솥을 열었다. 보온이 꺼진 지 오래인 밥은 덩어리째 굳어 있었고, 숟가락으로 퍼내자 그대로 그릇에 떨어졌다. 말없이 생수를 부었다.


물을 머금은 밥알이 천천히 퍼져갔다.


한 입, 두 입. 밥을 꼭꼭 씹을 때마다 작은 소리가 났다. 허기를 채우려 먹는 식사가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그렇게 삼키고 또 삼켰다. 가끔은 손이 덜덜 떨렸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다가, 끝내 할머니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울음을 터뜨렸다.


고모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가버리면 안 됐다, 형


할머니가 식은 국을 바라보던 그 순간, 만약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촌 형이 살아 있었다면, 할머니는 이렇게 혼자 밥을 마시듯 먹지 않았을 것이다. 명절날의 이 조용한 공기는 조금 더 따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없다.


할머니는 조용히 사촌 형의 이름을 불렀다. 마치 그러면 다시 돌아올 것처럼, 마치 목소리를 들려주면 어디선가 대답해 줄 것처럼. 하지만 돌아오는 건 텅 빈 적막뿐이었다.


고모가 천천히 다가와 할머니의 손을 감쌌다. 떨리는 손가락 사이로 따뜻한 체온이 스며들었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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