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종종 기대에 부푼다. 두 사람이 함께라면 외로움도, 불안도, 삶의 무게도 덜어질 거라고 믿는다. 배우자가 내 곁에서 항상 나를 위로하고, 힘들 때 언제든 기대게 해 주고, 부족한 모든 부분을 채워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천양희, 밥
결국, 삶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현실은 스스로 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밥은 타인이 대신 씹어줄 수 없듯이, 삶의 무게도 결국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결핍을 채우려 한다고 보았다. 어린 시절 채워지지 않은 정서적 허기를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보충하려 한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통해, 어떤 사람은 성공을 통해, 그리고 어떤 사람은 결혼을 통해 그것을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배우자가 나를 완전히 채워줄 수는 없다. 상대방이 나의 완벽한 구원자가 되어줄 수는 없듯이.
결혼은 서로를 구원하는 관계가 아니다. 각자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다. 때로는 서로에게 기대고 힘이 될 수 있지만, 결국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은 나 자신이다. 배우자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내 감정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내 고민을 대신 해결해 줄 수도 없다.
“내 삶의 구원자는 나다.”
이 말이 차갑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가장 따뜻한 진실이다. 스스로 삶의 무게를 감당할 때, 비로소 함께 나누는 밥 한 그릇이 더욱 든든해진다. 상대에게 기대기보다 함께 버티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결혼이라는 길 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