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한 순간보다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더 큰 의미를 찾게 된다. 이 글은 단순한 축구 게임인 ‘피파’에서 시작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 나는 게임에 큰 흥미가 없었다. 또래 남자들이 스타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 메이플스토리에 빠져 있을 때도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피파만큼은 예외였다. 처음 피파를 접한 건 초등학교 때였다.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친구가 재밌는 걸 보여준다며 게임을 실행했다. 그 순간은 금세 지나갔고 게임에 대한 기억도 흐려졌다. 그게 바로 피파였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게임이었다. 나중에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시작된 피파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축구선수라면 2002년 월드컵 멤버밖에 몰랐던 내가 해외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고, 포메이션을 연구하고, 때마침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하고 챔피언스리그에 나갔을 때라 새벽경기를 밤새면서 보고, 심지어 축구 전문 잡지 포포투까지 구독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점점 더 피파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피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강한 선수를 영입해야 했다.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원하는 선수를 얻기 위해선 게임 재화가 필요했지만, 용돈을 모아 가며 조금씩 팀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 현실이었다. 결국, 강한 팀을 꾸리는 대신, 손가락으로 승부를 보는 길을 택했다. 컨트롤을 익히고, 전략을 연구하고, 손에 익을 때까지 반복 연습했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처음으로 원하는 선수를 얻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드로그바 5 카 강화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단순한 게임 이상의 감정이었다. 노력 끝에 원하는 것을 이뤘다는 성취감,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쌓아 온 실력과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었다. 이제는 과거보다 훨씬 쉽게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경제력이 생겼다. 어릴 때 그렇게 원했던 선수들도 쉽게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큰 감동은 없었다. 막상 손에 넣고 보니, 그 가치는 예전과 달랐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때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기쁜 것이 아니라 영입하기까지의 과정이 나를 즐겁게 했던 것이다. 원하는 선수를 얻기 위해 밤새 경기를 돌리고 부족한 포지션을 메우기 위해 전략을 연구하며 노력했던 시간이 더 의미 있었다. 목표를 이뤘을 때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더 큰 행복을 주었던 것이다.
이 경험은 결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易不幸)
즉 젊은 나이에 너무 쉽게 성공하면 오히려 불행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목표를 너무 빨리 이루면 성취감이 오래가지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목표를 세운다. 더 좋은 대학, 더 높은 연봉, 더 좋은 차와 집. 하지만 정작 그것을 이뤘을 때는 생각보다 큰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행복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온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자.
삶이라는 여행의 경치를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