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지는 일

by 은하수 물류센터


빛이 물 위에 머물다 사라져도

물은 빛의 자리를 기억한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다 가도

나뭇잎은 바람이 지나간 방향으로 기울어 있다.


우리는 서로의 틈 사이로 스며들고

흔적을 남기고

보이지 않는 무게로 기울어진다.


먼저 다가간 사람이 지는 게 아니라,

더 오래 머문 사람이 남는 것이다.


결국엔 언젠가 사라질 빛과 바람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에게로 기울어지는 일.



박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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