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혹은 우연한 계기로.
어떤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고
어떤 사람들은 조금 더 오래 머물다 간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 한 사람
내가 인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저 많은 만남 중 하나로 치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누군가 내 곁으로 온다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은 단독자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가 살아온 시간과 환경,
가치관과 습관을 모두 가지고 온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음식,
그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그가 겪어온 크고 작은 상처들까지.
그 사람의 세계가 통째로 내게로 온다.
그리고 나도 그 사람에게 하나의 세계가 된다.
내가 살아온 방식과 신념이,
내가 웃고 우는 이유들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두려워하는 것들이
그 사람에게 조금씩 스며든다.
두 개의 세계가 만나
하나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일.
이것이 함께한다는 것의 본질이 아닐까.
연애는 서로의 세계를 엿보는 시간이다.
낯선 문화에 여행을 가듯,
새로운 언어를 배우듯,
상대의 말투, 취향,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던 것들이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서
조금씩 이해 가능해지고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세계가
내게도 익숙한 것이 된다.
그러나 결혼은 다르다.
연애가 여행이라면 결혼은 정착이다.
이제는 서로의 세계를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여행지에서 감탄하던 풍경도
그곳에 살아보면 불편한 것들이 보이듯이.
설렘만으로는 지속되지 않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타협하고, 맞추고,
이해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서로 닮아갈 것이다.
어느새 그의 말투를 따라 하고,
그가 듣던 노래를 나도 흥얼거리고,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내 삶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그도 나를 닮아갈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일부가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끝내 서로 다른 존재로 남을 것이다.
아무리 닮아가도
완벽한 합일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이해하고
결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가장 성숙한 사랑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은
그의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세계를 하나의 우주처럼
경이롭게 바라보는 일이다.
완전히 알 수 없기에
그만큼 더 사랑할 수 있는 것.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가 온다.
그의 세계가 내게로 온다.
그리고 나도 그의 세계가 된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세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