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세종까지 가는 버스 창밖으로
봄이 스쳐간다.
아직은 겨울의 잔해가 남아 있지만
곳곳에 연둣빛 새순이 보인다.
계절이 바뀌는 건 늘 눈에 띄지 않게 이루어진다.
하루아침에 나무가 푸르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초록이 스며드는 식으로.
문득 나의 마음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손에는 조심스럽게 포장된 액자가 들려 있다.
친구의 결혼 선물.
몇 달 동안 공들여 찾아낸
그가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제라드의 사인 액자다.
해외 경매까지 뒤져 어렵게 구한 물건이라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이걸 전달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얼마나 좋아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서 함께 동봉한다.
예전에는 선물을 주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
아니, 조금 귀찮기도 했다고 해야 하나.
받는 게 더 좋았고 주는 일에는 늘 부담이 따랐다.
무엇을 고를지, 상대가 정말 좋아할지,
혹시 어색한 반응을 보이면 어떡할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는 것이 즐겁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기쁜 마음으로 무언가를 준비하고
상대의 반응을 기대하는 일이 생각보다
꽤 설레는 감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주는 행위는 단순히 물건을 건네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는 것을 알게 됐다.
주기 시작하니 마음이 달라졌다.
한 곳에 고여 있던 감정이 흐르기 시작했다.
받기만 하는 마음은 물이 고여 있듯이
마음도 정체되는 것 같다.
때때로 탁해지기도 한다.
늘 같은 감정이 반복되면서 무뎌지고,
당연해지고, 어느 순간 기대치가 높아진다.
그러나 주는 마음은 다르다.
무언가를 건네고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행복해진다.
선물을 건넨 후 돌아오는 미소,
메시지 한 줄, 고맙다는 말.
그것들이 새로운 감정이 되어
내 안으로 흘러들어 온다.
그렇게 내 마음은 더 맑아지고 더 푸르게 변한다.
어쩌면 주는 마음은 푸르름과 닮았다.
겨울이 지나고 나무들이 다시 푸르게 변하듯
주는 행위를 반복할수록
마음이 더 깨끗해지고 생기를 얻는다.
처음부터 거창한 나눔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작은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주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나브로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버스가 목적지에 가까워진다.
창밖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지금
계절도, 내 마음도, 그렇게 푸르게 변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