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밤을 가르며 달린다.
창밖의 불빛은 잠시 스쳤다가 사라지고
객실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간다.
그중에는 어쩌면 같은 곳을 향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기차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어쩌면 내게 꼭 맞는 사람도
그중 하나일지 모른다.
하지만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상태로 만나기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오쇼 라즈니쉬의 이야기처럼
한 남자는 평생 완벽한 여자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처럼
단 하나뿐인 완벽한 여자를 만났다.
하지만 그녀 역시 완벽한 남성을 찾고 있었기에
그들의 인연은 시작되지도 못한 채 사라졌다.
사람들은 흔히 운명을 기다린다.
마치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와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질 것처럼.
그러나 운명은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
토마스와 테레사가
여러 번의 우연 끝에 다시 만났듯
운명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단순한 스침을 인연으로 바꾸는 것은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가기로 결심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는
삶이란 수많은 변수와 우연의 조합이라는 걸 보여준다.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불러오며
결국 어떤 만남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만남을 이어가는 것은
오롯이 사람의 몫이다.
수많은 우연 속에서 누군가를
‘운명의 상대’로 만드는 것은
기적을 받아들이고
선택하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기차는 계속 달린다.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것 같아도
결국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길을 간다.
하지만 때로는
기차가 같은 역에 멈추는 순간이 온다.
그때 문을 열고 내리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운명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다.
우연을 붙잡아 인연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