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도로

왜 나는 신호를 지킬까?

by 은하수 물류센터

"신호를 지킨다는 것: 내적 윤리와 사회적 압력"

어느 새벽, 당신은 텅 빈 길가에서 신호를 지킨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한 상황이지만 당신은 그저 마음속에서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내가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신호를 지키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지나쳐가며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넌다. 당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말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사회적 규범을 넘어선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내적 윤리와 자율성: 칸트의 의무론

당신이 아무도 없는 새벽에 신호를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외부의 감시나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윤리 의식에서 비롯된다. 칸트의 의무론에 따르면, 도덕적 판단은 외부적 요소가 아닌 내적 의무감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칸트는 인간이 이성적 존재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진정한 도덕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당신이 '내가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신호를 지키는 것은 당신의 자율적 선택이자 윤리적 책임이다.


새벽의 텅 빈 도로는 아무도 당신을 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신호를 지키는 이유는 칸트의 말대로 "도덕성은 보상이나 처벌과 무관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고수하는 행위는 고귀하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그 상황에서 느끼는 내적 자율성의 발현이다.


타인의 시선 회피: 인지 부조화 이론

하지만, 반대로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당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은 심리학적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지 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행하는 행동이 자신의 도덕적 신념과 일치하지 않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 이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을 때 그 상황을 인식하지 않으려 한다. 당신이 신호를 지키고 서 있을 때 그들은 당신을 보며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잠시나마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무시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자신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내적 불편감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려는 것이다.


사회적 계약과 규범: 루소의 관점

사람들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은 사회적 규범과 관계가 깊다. 루소는 사회적 계약론에서 사람들은 사회에서 생존하고 규범을 따르기 위해 암묵적으로 계약을 맺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계약이 무너지면 사람들은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거나 왜곡한다. 사람들은 많은 경우 누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지 않을 때 규칙을 무시하고 자신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규칙을 어길 때는 규칙을 어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든다. 이런 맥락에서 사람들은 신호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며 그 행동을 쉽게 정당화한다.


내적 자율성과 사회적 압력의 갈등

당신이 신호를 지키는 것은 내적 윤리 의식에서 비롯된 고귀한 행위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신호를 무시하는 이유는 인지 부조화와 사회적 압력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 이 상황은 인간의 윤리적 딜레마를 반영한다. 즉 우리는 자신이 보지 않는 상황에서도 윤리적 선택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적 규범에 따라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결국 당신은 내면의 자율성과 윤리를 선택했고 그것이 칸트의 의무론에서 말하는 진정한 도덕적 판단이다.


우리는 신호를 지키는 작은 행동에서도 인간의 도덕성과 사회적 압력이 어떻게 충돌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볼 수 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조차 자신의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이성적 존재로서 고유한 자율성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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