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혐오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알면 사랑한다

by 은하수 물류센터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

우리는 종종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이는 인간의 심리적 편향 중 하나로, 타인을 단순한 틀에 가두고 자신을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존재로 인식하려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외집단 동질성 편향(outgroup homogeneity bias)이라는 심리적 개념은 이 현상을 잘 설명한다. 우리는 ‘나’와 ‘우리’를 속하는 집단을 다양하고 복잡한 개체로 인식하는 반면, ‘타인’을 단일한 특성으로 규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형철 작가의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이야기하듯, 결국 우리는 깨닫게 된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 아니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다.”


위 이론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환기시킨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타인의 지옥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타인의 평가 속에서 자신을 복잡하게 만들어가지만, 동시에 타인을 하나의 단순한 이미지로 고정하려는 모순적인 행동을 한다. 타인은 나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감정, 상처,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버린다.


신형철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모두 복잡하게 ‘나쁜’ 존재라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부정적이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선과 악, 옳음과 그름이 뒤섞인 존재다. 니체는 인간의 본성을 두고 “우리는 선과 악을 모두 내포한 존재”라고 이야기하며, 그러한 이중성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우리 내면의 복잡성은 오히려 인간다움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복잡하게 보듯이, 타인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층위를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모두는 복잡하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우리가 이러한 심리적 편향을 극복할 수 있는가에 있다. 우리는 타인을 하나의 단순한 틀에 가두기보다는 그들도 복잡한 존재임을 인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자기 인식과 타인인식의 균형에서 시작된다. 장자의 철학에서 보듯, 그는 자연과 인간, 나와 타인의 경계가 희미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타인의 복잡성을 인정하는 것은 동시에 나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타인도 나도 복잡하게 나쁜 존재라는 사실은 우리가 더 이상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를 멈추게 한다. 나는 타인보다 더 나은 존재가 아니며, 타인은 나보다 덜 나쁜 존재가 아니다. 서로를 복잡하게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통찰은 단순히 타인에 대한 평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재정립하고,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인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혐오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현대는 혐오가 만연한 시대다. 소셜 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은 타인을 더 쉽게 판단하고 공격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혐오와 차별은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타인을 단순하게 나쁜 사람으로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이러한 혐오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철학자 루소는 인간이 본래는 선하지만 사회 속에서 타락한다고 보았다. 이는 우리가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 타인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타인의 복잡함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를 두려워하거나 혐오할 이유가 없어진다. 알게 되면, 사랑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혐오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은 단순하다. 타인을 단순하게 나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을 멈추고, 그들 역시 복잡한 이야기를 가진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알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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