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종종 책에 비유된다. 어떤 사랑은 얇고 가벼워 금세 읽히는 단편 소설 같고, 또 어떤 사랑은 깊고 무거워 천천히 곱씹어야 하는 장편 소설 같다. 당신의 표현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랑이라는 책들을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러나 그 모든 책들이 들어가는 책장을 만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첫사랑이다.
첫사랑은 단순한 한 권의 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담아둘 수 있는 책장을 만들어준 틀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장의 나무판은 닳고, 못은 녹슬며, 새로운 책들로 채워지겠지만, 그 틀만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앞으로 겪을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 만들어준 구조 안에서 해석되고 경험된다.
첫사랑의 강렬함은 단순히 그 사람의 특별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식하고 구조화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 경험 덕분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사랑의 기쁨과 고통은 무엇인지, 이별의 쓸쓸함은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첫사랑은 서랍 속 책들 중 하나로 남는 것이 아닌 그 모든 책을 담아두는 공간으로 남는다.
결국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자기 인식의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게 해주는 것 첫사랑이라는 경험의 틀이다. 덕분에 우리는 그 모든 감정의 무게를 자기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첫사랑이 만들어준 책장은 변하지 않지만 우리는 책장 안의 책들을 바꾸며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책장마저도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경험이 우리의 삶에 튼튼한 틀이 되어 사랑이라는 책을 수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