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하여

다 필요없고 결혼은 그냥 본능이다.

by 강유선

유튜브에 알간지라는 채널이 있다. 나랑은 좀 맞지 않아서 구독취소를 한 지 꽤 되었는데, 엊그제 갑자기 알고리즘에서 추천하는 영상이 있길래 봤다.


'결혼을 하는 진짜 이유'


약간 페미니즘적인 채널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결혼에 대해 말하길래 좀 흥미가 생겨서 클릭을 했다.


뭐 결혼에 대해 어쩌구 저쩌구, 역사적인 이론이 어쩌구, 누가 결혼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고, 누구는 저렇게 말했고, 블라블라블라......


거의 50분에 달하는 영상인데, 꽤나 야심찬 기획처럼 시작한 인트로와는 달리, 그다지 명쾌한 것이 없었다.


알간지는 단지 '사랑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자', '상대방을 이해해보자', 이런 식의 약간 뻔한 결말을 내고 있었다.


뭐, 맞는 말이긴 한데, 솔직히 말해서 결혼에 대해 여러 이론가들의 이론을 들먹였지만, 결국은 결혼의 본질보다는 결혼의 겉껍데기만 핥는 느낌이었다.


사랑이 결혼의 본질인 것도 맞고, 상대방을 이해해야 하는 것도 본질이 맞는데, 그것만으로는 너무 유치하고 수준낮은 결론이다.


유치원생도 그 정도 결론은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쩌면 그 만큼 현 세대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페미니즘은 남성에 대한 이해를 철저히 배제하는 기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페미니즘에 심취한 여성일수록 '상대방(남자)을 이해해보자'라는 결론이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결혼이란, 그냥 본능이다. 일부일처제는 천부적인 도덕률에 기인한다. 이게 내 생각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1. 결혼의 본질은 사랑이고, 사랑의 본질은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데에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과 함께 하고 싶은 것. 그게 사랑이고, 그 사랑의 결론은 결혼이 될 수밖에 없다.


2. 인간에게는 선천적인 도덕률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정한 도덕적 원리를 따르는 것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신이 부여한 감각이다. 예를 들어 공정함에 대한 감각같은 것을 보자. 이건 누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감각이다. 침팬지 조차도 이런 공정함에 대한 감각이 있다고 한다. 일부일처제라는 것은 이러한 천부적인 도덕적 감각에 의한 것이지, 무슨 성병에 걸릴까 봐, 처벌이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순서 자체가, 도덕적 감각에 의해 일부일처제에 합의하게 되고 그 이후 그것을 거스르는 것에 대해 처벌이나 도덕적 비난이 생긴 것이지, 처벌과 도덕적 비난 때문에 죄책감이 생겨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일부일처제에 대해서는 좀 더 설명이 필요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일부일처제보다는 결혼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만 좀 더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현 세대는 도대체 왜 결혼이라는 본능을 거스르게 되었는가.


나는 혼인률과 출산률의 감소는 철저하게 페미니즘의 탓을 하는 주의이다.


페미니즘의 시대착오가 여성들로 하여금 현재가 아닌 과거를 살게 하고, 독재적 가부장제에 대한 트라우마를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켜서 과거의 악령에 씌이게 만든 결과라고 본다.


너무 과격한가? 나는 과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팩트일 뿐이다.


독재적 가부장제는 이미 과거의 유산이 되었다. 80년대생들은 물론이고, 6,70년대생 남성들 마저도 그런 식의 가부장제는 가당치 않다는 것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즉, 가사분담과 출산, 명절노동 같은 것들도 모두 합리적으로 합의 할 수 있는 의식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속삭인다. 결혼은 지옥이고, 시월드는 악마들의 세계라고. 남자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멍청이들이고, 여자들 조차도 아들을 낳게 되면 똑같이 멍청해진다고 가르친다.


결혼은 커녕 남자친구 집에도 가보지 않은 젊은 여성들은 드라마, 티비 예능, 카더라 통신 등등, 과거의 간접적 트라우마와 페미니즘의 속삭임에 가스라이팅 되었고, 마치 결혼에 대해, 시댁 식구들에 대해, 선험적으로 알고 있다는 듯이 예단하고 거부한다. 단 한 번도 논의해보지도, 논의를 시도하지조차 않은 채, 여성들은 '남성과 남성의 식구들은 악'이라고 결론부터 내고 시작한다.


그리고 그 정신은 결혼 그 자체를 악이라고 정의하기에 이르른다. 결혼은 어린 치기에, 철부지처럼 어리석은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현명하고, 똑똑한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반면, 남성들은 어떠한가.


원래 독재적 가부장제라는 것은 남성들이 모든 경제적 책임을 지는 대신에 왕 같은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 기본 논리이다. 즉, 경제적 책임을 100% 남성이 진다는 것이 가부장제의 전제가 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경제적 책임을 여성들이 나눠서 지게 되었지만, 남성들이 여전히 독재적 위세를 떨치던 것이 아마도 5,60년대생들의 시대였을 것이다. 5,60년대생 여성들이 IMF를 겪으면서 이 구조가 가장 모순을 이루던 시기였으리라.


하지만 7,80년대생부터는 얘기가 다르다. 70년대생들은 소위 오렌지족이라고 불리우던 새로운 세대, '신세대'라고 불리우던 세대였고, 80년대생들은 남아선호사상이 굉장히 흐릿해진 시대에 태어났다. 내가 84년생인데, 나는 여자애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을 적어도 학교에서는 본 적이 없다. 여자애들이 회장이 되거나, 마음껏 공부를 하거나, 체육시간에 뛰어놀거나 하는 데에 아무런 차별점이 없었다. 오히려 선생님들은 여자애들을 더 예뻐했고, 여자애들을 더 많이 보호했으며, 여자애들이 잘못했어도 남자애들에게 먼저 사과 할 것을 종용했다. 즉, 내가 보기에 80년대생 여자애들은 '과보호' 받으며 자랐다. 차별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이 말이다.


또한, 우리 또래 남자들은 엄마들한테 항상 듣는 얘기가 있었을 것이다.


'너희들 세대는 크면 남자가 집안일 하는 세대가 될 거야. 이제 여자들의 시대가 올 거야. 너희들 결혼 할 때 쯤 되면 며느리 무서운 세상이 올 거다.'


엄마들은 아들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런 말을 했다.


아니, 그런 걸 떠나서, 애시당초, 남자든 여자든 '평등'에 강조점이 있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다, 우리 세대는. 애시당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없는 세대다.


오히려 '여자라는 이유로 나를 차별하나?' 라는 아이디어는 여자들만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여자라는 이유'라는 그 개념 자체가 우리 세대 남성들에게는 아예 없다 이 말이다.


우리가 20대가 되고, 30대가 되면서 시대는 완전히 변하게 되었다. 더 이상 신혼부부들은 여자가 집안일을 하고 남자가 바깥일을 하는 그런 게 가당치도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가부장 시대와 똑같은 경제적 책임을 요구하고, 똑같은 권위를 요구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부장제를 반대하게 되었다.


즉, 우리가 뷔페니즘이라고 부르는 실체, 도래한 신시대의 혜택은 물론이요 가부장제의 혜택마저 취하고, 가부장제의 책임은 원래 남성의 것들에 더하여 기존의 여성이 감당하던 책임까지 남성에게 미루는 세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원래 가부장제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독재가 아닌 가부장제 그 자체는 권리 의무가 적절히 분배 된 공정한 질서였다. 그 질서를 깨자면 새로운 공정함을 내세워야 했지만 페미니즘은 그러지 않았다. 공정한 질서가 아니라 남성에 대한 복수를 원했던 것이다.


남성들은 구시대의 책임과 신시대의 책임이 중첩되어버리면서 이 불공정한 계약에 분노를 표했지만, 페미니즘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권은 남성들의 정당한 주장은 완전히 묵살해버리고, 여성들의 뷔페니즘적 요구에는 응답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이대남들의 보수화와 혼인률 하락이 가속화 된 것이다.


'연애 쉬었음 청년'이라는 말도 문재인 정권 하에서의 페미니즘 기조 정책 이후부터 등장한 용어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남성들은 불공정하게 중첩 된 책임, 여성들은 과거에 사로잡힌 구시대의 악령에 씌어서 결혼이라는 본능을 거스르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경제적 불안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 같은 걸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미래에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가 절대 나아질 리가 없는 조선시대에도 고려시대에도 삼국시대에도 농민이고, 노예고, 다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살았다.


그 때랑 지금의 다른 점은 딱 하나. 페미니즘 뿐이다.


정리하자.


결혼은 본능이고, 그 본능을 거스르도록 속삭이는 것은 페미니즘이다. 신과 사회가 허용한 본능을 거스르는 것은 주체적인 것이 아니라 어딘가 병든 자기방어이다. 비혼주의라는 것은 주체적인 자기결정이 아니라 사회병폐적 현상이다. 페미니즘이 없었던 시대에는 노예들 조차 결혼하고 애 낳고 살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끝.

작가의 이전글돌아보면 우린 많은 것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