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O2' 리뷰
'O2'라는 영화를 보았다. 넷플릭스에 최신영화가 떠서 바로 재생해 감상했다. 그저 단순하지만 당연한 이유였다. 영화 예고편도 미리 보고 찜도 해놓고 알림도 설정해놓았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 건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장르: SF, 스릴러, 생존
국가: 미국, 프랑스
감독: 알렉상드르 아자
주연: 멜라니 로랑
배급: 넷플릭스
러닝타임: 101분
줄거리
동면 캡슐에서 눈을 뜬 여자는 사라진 기억과 폐쇄된 공간 속에서 산소는 고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산소가 고갈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 남겨진 사람의 생존기이다.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을 땐 꽤나 흥미진진했다. 밀폐된 공간에 홀로 남겨진 여자와 고갈되는 산소, 두 가지 설정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벌써부터 숨이 막힐 듯하다.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베리드'와 비슷한 설정과 카메라 구도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예상된다. 하지만 재미는 예고편 거기까지였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유기 고치에 싸인 주인공을 보여준다. 작은 유기 고치에서 숨을 쉬기 위해 들락날락하는 유기 고치의 모습은 내 가슴마저 답답하게 만든다. 유기 고치를 막 찢고 불이 딱 켜졌을 때, 미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최신 첨단장비로 둘러싸인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오 살만한데?
청결해 보이고 관리가 잘 된 캡슐 속 모습은 신기하고도 의아했다. 영화는 우선 주인공에게 불편한 환경은 제공하지 않고 산소만으로 공포를 유발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아니..! 이런 신선한 설정에 나는 더욱 부푼 기대감을 안고 본다.
산소는 30%가량 남았다. 산소 30%로 살아남아야 하는 여주인공에게 주어진 것은 다름 아닌 AI였다. 눈앞에 큼지막한 화면에 함께 이야기하는 AI가 여주인공에게 관객들은 이해 안 되는 의학적 용어들과 법률들을 이야기해가며 여자가 뭘 하든 가로막는 엄마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AI는 여자를 오미크론 267이라고 부르며 그녀의 인공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AI가 나온다는 사실에 또다시 놀랐다.
생존영화의 핵심이라면 아무래도 생존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으려 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도 주인공을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외로움이라는 존재가 있다.
홀로 살아남는 생존 영화는 이야기하는 대상은 무생물이나 카메라 속 자신과 대화하는 모습들이 일반적이나 영화는 그런 외로움이라는 장치를 철저히 배지해버렸다. 그래서 이런 장치 없이 해나가겠다고 선언하는 영화가 신선하면서도 의아했다.
내심 AI가 나중에는 알고 보니 여자를 일부러 깨웠고 캡슐 안의 사람을 죽이기 위해 산소를 고갈시키고 AI와 격돌한다는 내용으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AI '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기대감을 품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AI는 끝까지 여자의 인공비서 역할을 철저히 수행한다.
영화는 장르 부문에 떡하니 걸어놓은 '생존'이라는 글을 무시한 듯 여주인공은 경찰과 전화를 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의혹에 빠지고 그 의심을 풀려고만 노력한다.
사실은 이 부분을 조금 더 늘려서 산소가 고갈되는 상황에서 헛갈리는 망상과 현실을 교차하는 모습들을 중점적으로 보여줬다면 좋았을 테지만 영화는 생각의 상자를 열어보려는 여주인공으로 영화 장르는 어느새 추리 영화가 돼버린다.
오렌지 주스 주르륵
영화는 이렇다! 하면서 반전을 공개해도 우리들의 반응은 무슨 아침 막장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제작진들은 관객들의 반응을 '상상치도 못한 정체'라며 깜짝 놀라길 기대했겠지만 우리는 "이 뭔 개소리야?"라는 반응뿐이다.
반전이랍시고 넣은 반전도 헛웃음만 나오는 건 왜일까? 생존하려고 노력하는 장면도 주사기로 몇 번 캡슐에 흠집을 낸 것이 끝이고 이유모를 주인공의 행동들과 이전했던 행동들에 개연성 부족 등등을 이유로 빌어 어딘가 많이 모자란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우주 속에서 생존을 하고 갈등을 하고 관객들을 생각하게 하려는 영화 그래비티를 오마주 하려 한 듯 하지만 어설프게 패러디한 느낌이다. 이런 어설픈 패러디와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듯한 영화의 서사에 황당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극장을 찾을 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던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넷플릭스'같은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였다.
공간의 제약 없이 옷을 갖춰 입지 않고도 혼자 또는 가족들, 친구들과 볼 수 있어 외출을 나가기 꺼려지는 현재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넷플릭스 사도 영화 제작사업에 뛰어들면서 넷플릭스 영화에 사람들은 기대감이 점점 커져갔고, 실제로 좋은 영화들도 많이 나왔다. 쏟아져 나오는 상업영화들 속 좋은 영화들은 사막 속의 바늘 찾기와도 같았다.
이외에 영화들은 흥미로운 설정들과 콘텐츠를 가져와 예고편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여 막상 그 속은 알맹이 없는 영화인 그저 그런 영화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곧 관객들에게 있어 배신감과 낚였다는 분함에 사로잡히게 한다. 이제 그만 관객들을 낚는 알맹이 없는 영화를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산소가 고갈될수록 고조되어야 할 긴장감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점점 산소와 함께 사라지는 흥미로 얼룩진 그저 그런 영화 'O2'의 평점은 2.3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