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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 많다 Jun 28. 2021

더 이퀄라이저 리뷰: 심판자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 '더 이퀄라이저' 리뷰

우연히 더 이퀄라이저라는 영화를 추천받게 되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영화 이름에 눈에 익은 흑인 배우 한 명이 포스터에 등장했다.


백악관 최후의 날에 나오는 눈빛 하나만으로 간지를 흩뿌리고 다니는 덴젤 워싱턴이 아니던가. 그렇게 나는 영화를 재생하게 되었다.


더 이퀄라이저

개봉: 2015.01.28

장르: 액션, 스릴러, 범죄

국가: 미국

감독: 안톤 후쿠아

주연: 덴젤 워싱턴, 클로이 모레츠, 마튼 초가스

평점: 7.98 (네이버 기준)


줄거리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며 과거의 고통 속에 사는 로버트는 어느 날 소녀 알리나를 만나게 된다. 그 소녀는 어느 날 그녀가 속해있는 성매매업소 사장에게 얻어맞는 일이 발생하고 로버트는 그 조직을 박살 내는 심판자 역할을 하기로 결심한다.

​​


#직접 심판자가 된다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든다는 뜻의 영화 제목은 어딘가 의미심장하게 시작한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의 날이 있는데
첫 번째는 당신이 태어난 날
두 번째는 당신이 왜 태어났는지 이유를 찾게 되는 날이다
- Mark Twain -

희한하게 시작되는 이 영화는 강박증이 있는 듯한 로버트 맥콜이 순간순간 사건을 나열하면서 영화는 전개된다. 영화의 스토리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비밀을 가득 품고 있는 사람 좋은 아저씨가 사람 구해주다 잘못 휘말려서 우연히 조직을 박살 낸다. 끝이다.

이런 류의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줄거리가 한 줄로 간단히 정리되었을 때 관객들의 몰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만약 두 줄이 넘어간다거나 마지막이 물음표로 끝난다면 열에 아홉은 좋은 영화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테이큰을 보자. 자기 딸이 납치된 특수부대 아저씨가 조직을 박살 내는 영화. 끝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존 윅도 마찬가지. 전문 킬러 아저씨가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강아지를 죽인 조직을 박살 내는 영화.


더 이퀄라이저 역시 이런 류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다. 사실 영화는 이 이하를 또는 이상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멋짐이 가득 묻어있는 덴젤 워싱턴의 액션만 보면 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무슨 상관인가. 지금은 워싱턴의 간지 나는 액션과 화면만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리는데 말이다. ​


#간지 폭발 워싱턴 형님

 영화 속에서의 액션은 대단했다. 초반 알리나의 복수를 위해 성매매업소를 쓸어버리는 장면에선 로버트는 문을 잠그면서 액션의 도입부를 알린다.


아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킹스맨의 유명한 카페 씬이 여기서 따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박증에 걸린 로버트의 초세기와 동반한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 절도 있는 액션을 선보였다.

 이후 검은색 화면에서 실루엣만으로 액션의 긴박감을 유발한 것은 덴젤 워싱턴 본인 주연의 '일라이의 책'과 유사해 보였다. 당연히 구도와 액션 루트는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마트들의 물건을 이용한 액션이나 전자레인지 폭발 등은 현재로서는 많은 액션물들의 클리셰가 되었다 해도 신박하고 잘 풀어내 주었다.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한 액션과 시종일관 표정이 변하지 않아도 멋진 덴젤 워싱턴의 연기를 보며  나의 최애 액션 영화 리스트가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했다.

​​



# 2% 부족한 설정

하지만 영화의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영화 속에서 의미심장한 로버트의 뒷 과거들과 그리고 로버트의 행동들 모두 어딘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로버트가 단지 조직을 박살 낼 명분을 찾으려 알리나에게 다가간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테디가 어째서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지를 자세히 보여주지 않다 보니 테디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면 말이 안 되게 된다.

이렇듯 조금은 설득력 떨어지는 설정과 이해할 수 없는 로버트의 행동은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로버트의 과거를 설명해준다거나 또는 아저씨처럼 알리나와 시간을 조금 더 늘려서 설득력이 더해질 수 있는 설정을 가미한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방금 스토리의 단순화에 대한 설명과 개연성 부족한 설정에 대한 설명은 어딘가 모순되어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사실 두 이야기 모두 잡아야 한다.


 스토리는 단순하되 주인공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데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단순히 자신과 말 몇 마디 나눈 소녀 한 명을 살리려 목숨을 걸고 조직을 없애는 심판자 역할을 한다는 것에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소녀가 알고 보니 자신의 손녀인 것도 아니고 조직이 알고 보니 아내를 죽인 장본인이었다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목숨을 걸어가며 나쁜 조직을 없애려 할까?


어마어마한 정의감에 휩싸인 주인공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테이큰, 존 윅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고 관객들도 이런 주인공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몰입하여 볼 수 있었다. ​


#정리

물론 영화는 수작이다.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배우임에도 우리가 통쾌함과 멋짐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뛰어난 액션과 정성스러운 화면 구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직접 법의 심판자가 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없었지만 덴젤 워싱턴의 간지 작살 액션만 본다면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는 영화 '더 이퀄라이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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