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사로잡은 그대' 리뷰
장르: 로맨스, 스릴러, 미스터리
국가: 인도
감독/각본: 비닐 매슈, 카니카 딜런
주연: 탑시 판누, 하스버르한 레이
줄거리
어느 한 가정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단순 폭발사고가 아닌 치정으로 인한 살인사건이라고 직감한 경찰은 아내를 취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인도는 영화 산업이 굉장히 발달했다. 봄베이+할리우드에서 유래하여 볼리우드라고 불리는 인도영화산업은 그중 힌디 지역에서 제작되는 영화를 우리가 흔히 아는 발리우드라고 부른 것이다.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6위를 차지할 정도로 꽤나 규모가 크다. 그러나 관객들에겐 발리우드에 대해 말해보자고 한다면 상상도 못 할 스케일과 기괴한 액션 그리고 줄거리와 상관없는 인도 특유의 음악과 함께 뜬금없이 엑스트라들이 군무를 추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예상할 것이다. (나를 사로잡은 그대에선 이런 장면이 없다)
이것은 발리우드의 주류인 마살라라고 불리는 뮤지컬 영화이다. 문맹률이 높고 문화를 늦게 접한 인도인들에게 쉽게 다가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방식이었기에 이런 영화들을 만들어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인도영화를 좋아한다. 2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 동안 청춘남녀의 연애담과 얽히고설키는 가족사로 인도만의 따스함과 냄새가 가득 담긴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일상생활을 살다 보면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흘려듣는 남의 연애담이나 엿듣게 되는 가족사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하는 인도영화를 보고 있으면 인도 특유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영화도 대략적으로 비슷한 줄거리를 따라간다.
폭발 사고가 나게 되고 이를 아내 리나의 관점을 통해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가정사 그리고 연애담을 들려준다. 리나는 자신과 리슈와의 다사다난했던 관계와 불륜관계 등등 나열하며 이야기를 회상한다.
영화는 아내가 진정한 범인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영화를 진행시킨다. 와중에 아내의 회상을 통한 관계의 불신과 회복은 흥미롭기만 하다.
진행되는 사건들과 이해될만한 주인공의 감정들을 대변해주는 노래들이 흘러나오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많은 인도영화에서 그렇듯 말이다.
그들의 연애사를 들어보며 아내의 입장에서 이런 감정이 왜 들었는지 남편의 마음은 어땠는지 공감되면서 몰입감을 더해가는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다. 거창한 스케일을 위해 CG를 입히면서 비밀조직과 핵 같은 되지도 않는 영화들을 찍어내는 우리나라나 중국의 자본 상업 영화들보다도 좋다.
마지막 결말 부분은 조금은 충격이었다. 마지막까지 아내의 진위여부를 보여주지 않던 영화는 후반 10분에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이 영화는 소설을 기반으로 풀어내어 사실 광기에 절여진 사랑이야기였음을 보여준다.
할리우드에선 주로 사랑에 절여진 광기를 보여주었다면 발리우드에서 광기에 절여진 사랑을 보여주었다. 두 개는 확연히 다르다. 할리우드는 미저리 같은 일방적 사랑으로 남의 손목을 자르는 것이고 발리우드는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자신의 손목을 자른다.
영원한 사랑은 피로 얼룩지는 법이랬어요.
인도 특유의 냄새를 풍기며 광기에 절여진 사랑이야기로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들어주는 이 영화 '나를 사로잡은 그대'의 평점은 5점 만점에 3.9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