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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 많다 Jul 25. 2021

'완벽한 타인' 리뷰: 영화 속 소품과 비밀들

영화 '완벽한 타인' 리뷰


외로이 시간이 남을 때면 한 번씩은 꼭 보는 영화가 있다. 7명의 남녀가 모여 밥을 먹으며 이야기만 하는데도 재미있다. 바로 '완벽한 타인'이다.

영화를 수도 없이 돌려보면서 처음 영화를 감상했을 때의 느낌과 이후 장면들의 인과관계를 생각한 주인공들의 예사롭지 않은 표정이나 시선을 따라가는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완벽한 타인

개봉 날짜: 2018.10.31

장르: 드라마 코미디

국가: 한국

감독: 이재규

출연: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평점: 9.08점(네이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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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오랜만에 만난 40년 지기 동네 친구들은 석호의 와이프 예진의 제안으로 폰으로 오는 모든 알람 통화 메시지를 공개하는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화기애애하게 시작했던 게임은 전혀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흘러가게 되며 그들의 눈빛과 이야기를 비추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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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적인 영화

영화는 하나의 연극 같다. 아니 사실 연극으로 만들었으면 정말 재밌는 연극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한정적인 공간 속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극한으로 치닫는 연극적 요소를 감안한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한정적인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없는 영화의 장점을 버리고 오직 집안 식탁과 7명의 배우들만이 프레 임안에서 떠들고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연극의 비고란에 더 잘 어울린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만의 장점을 과감히 버리고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배우들의 티키타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스마트폰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해서 연극을 하는 7명의 인물들이 전염병 재난영화처럼 한 명 두 명 서서히 변색되어가기 시작한다. 사실 변색이라는 말보다는 그들이 쓰고 있던 가면이 한 올 한 올 벗겨진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 말이다.


포스터 속 세경을 주목해보면 그녀의 표정만 조금 다르다

포스터에서 모두가 환히 웃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듯 영화의 초반부 모두가 완벽해 보이던 7명의 주인공들은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다. 완벽해 보이던 모습은 서로의 시선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착각이었고, 그들의 결함과 속물적인 부분은 이미 관객들에게 낱낱이 알려준다.


갈라진 가면의 틈새를 파운데이션으로만 계속해서 메우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습지만은 않다.

영화관의 큰 화면을 보는 관객들도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말 못 할 비밀들이 존재할 것이고, 타인들을 위한 많은 가면들을 마음속 서랍장에 보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달조차도 지구에 가려지는 월식이 존재하듯 말이다.

이런 월식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영화는 모든 인물들에게 비밀과 숨은 이야기들을 부여해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이러한 영화의 이야기는 이탈리아 영화 'Perfect Strangers'라는 영화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원작을 기반으로 이 정도의 연출을 해내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원작에 한국적인 정서를 입혀 우리들의 공감을 사면서 모든 것이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탄탄하게 구성된 이야기는 이 사람이 왜 그랬는지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를 납득할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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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소재

또한 이재규 감독의 간접적인 소재를 이용한 스토리 텔링도 꽤나 인상 깊었다.

영화 속 수현과 예진이 준모의 아내 세경을 흉보며 '우리가 어떤 사인데'라며 으스대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다음 장면에서 수현이 알고 보니 예진을 헐뜯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수현의 핸드폰에 물을 쏟는다. 예진이 수현의 얼굴에 물을 뿌리는 것처럼 말이다.


 태수와 영배의 키티 사진 시퀀스에선 영배가 태수가 말한 사진을 보고 책상에 핸드폰을 내려치고 액정은 박살 난다. 영배가 태수를 향한 믿음과 자신이 타인에게 비칠 변색 되었지만 깔끔했던 렌즈가 박살이 난 것처럼 보인다.

외에도 영화의 후반부에 준모와 세경의 갈등 장면에서 세경은 마치 핸드폰을 인질처럼 꼭 붙잡고 있는 모습과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함으로써 그들의 식사자리에 합석하고 있는 듯한 장면들을 통해 우리는 영화가 얼마나 스마트폰이라는 소재를 잘 활용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수현과 예진의 씬 단위로 신뢰가 깨지는 장면은 살얼음처럼 위태위태한 그들의 관계와 모순적인 전개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 정도로 인상 깊었다.


감독은 스마트폰만 소재로 활용한 것이 아닌 상징적인 소재들을 많이 이용했는데 대표적으로 와인이 있다.

술을 좋아하는 수현은 태수와의 관계가 과거 자신의 음주사고로 인한 죄책감으로 태수를 잡고 있던 손은 태수의 충격적인 비밀을 듣고 와인잔의 파편에 의해 상처가 난다. 마치 수현의 마음속 수많은 상처들 중 하나처럼 말이다.

석호의 심리상담 전력을 알게 된 예진은 그가 정신과 의사인 아내가 아닌 타인에게 받았다는 사실에 그와 이야기를 한다. 이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 에진과 석호의 대화 장면 이후엔 세면대에 와인에 적셔진 석호의 와이셔츠가 피처럼 흘러나온다. 이 장면으로 석호의 아픔과 이별을 암시하듯 영화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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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이처럼 감독은 영화 속에 많은 소재들을 넣음으로써 원작의 탄탄했던 스토리에 재미를 가미했다. 단순히 일반 가정집에서 7명이 식사하는 장면만 편집했을 뿐인데 한 장면도 빠짐없이 흥미진진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을 보면 얼마나 연출과 스토리의 짜임새에 신경을 썼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연출과 스토리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탄탄한 스토리가 왜 한국에서 나오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뿐이었다. ​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타인이 바라볼 때 그들은 모두가 완벽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치부를 드러낸 이들은 결국 추악하고 속물적인 존재였음을 고발해주는 모순과 풍자가 가득 담겨있다.


순수하게 7명의 주인공들의 작은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인간관계와 타인의 시선의 틈을 날카롭게 베어내어 꼬집는 영화 '완벽한 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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