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키싱 부스 3' 리뷰
나는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로맨스 2 대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이고 다른 하나는 '키싱 부스'이다.
두 로맨스 영화 모두 1편의 대성공으로 인해 속편이 제작되어 3부작이 되었고 그중 내게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로맨스 영화는 '키싱 부스'였다. 키싱 부스라는 축제 부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의 오빠를 만나기까지의 몽글몽글한 핑크빛 기류는 유치한 자막 스티커와 빠른 템포의 편집이 오히려 잘 어울릴 정도로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1편의 대성공으로 속편까지 제작되게 되었고, 1편의 장점은 모두 버린 채 이야기의 개연성과 함께 허술한 시나리오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렸다. 그렇게 1편에서 파생된 기대감과 끔찍했던 2편의 우려 속에서 영화를 재생하게 되었다.
개봉 날짜: 2021
장르: 로맨틱, 코미디
국가: 미국, 영국
감독: 빈스 마르셀로
출연: 조이 킹, 제이콥 홉킨스, 몰리 링월드, 조엘 코트니
줄거리
하버드와 버클리에 동시에 합격한 엘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빠진 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맨스 영화의 또 다른 1 대장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같은 경우는 작년 3부작을 마무리하며 좋은 영화로 내 머릿속에 기억되었다.
내용을 엿가락처럼 늘리려 이상한 삼각관계를 만들었던 2편의 혹평으로 마지막 3편에선 라라 진과 피터의 현실적인 문제와 갈등 속에서 영화 밖의 10대 20대들에게 대입해 공감 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라라 진과 피터의 성숙해진 사고와 갈등 해결 방식을 영화는 담백하게 풀어내었다.
1편의 하이틴스러운 분위기에서 현실적인 고충을 기반으로 성숙해진 분위기로 마무리되는 영화는 우리에게 아름답게 잊히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키싱 부스는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몇몇 장면들로 인해 로맨스 영화의 마지막 페이지를 어지럽혔다.
키싱 부스 제작진들도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서 영향을 받았던지 영화 시작부터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려는 분위기가 진하게 풍겼다. 모든 관계와 추억들을 정리하고 아름답게 차곡차곡 쌓아 넣는 마지막 편을 만들고 싶어 한 것 같다.
이런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화는 1편과 2편의 설정은 그대로 가져오되 그 이야기는 두고 와야 한다. 하지만 키싱 부스 3편은 2편의 마르코라는 캐릭터와의 삼각관계를 연장전까지 끌고 와버렸다. 2편에서의 마르코의 캐릭터는 필요한 존재였고, 매력적인 남자 역할은 맞지만, 마르코는 카메오로 나오고 3편에선 주인공들의 농담을 주고받는 대사 속에서나 나와야 할 영역이었다.
그가 나옴으로써 영화는 한층 더 난잡해지고 담백하게 끝낼 수 있었던 이야기에 분량을 조금 더 채우고자 했던 소모형 캐릭터에 불과한 것이다. 노아와 마르코의 싸움 이후 한 컷도 나오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2편의 이야기가 지속된다면 3편을 볼 이유가 없다.
영화 속 엘의 행동과 대사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로맨스 코미디 영화로써 시나리오의 허점이 없는 영화는 드물지만 약간의 개연성은 포기하되 관객들이 이해는 할 수 있을 정도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었어야 한다.
하지만 누가 봐도 작업 걸러 오는 마르코를 마다하지 않는 엘 그런 엘을 보며 오락가락하는 노아를 보며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연장된 삼각관계를 이상하게 풀어내었다.
연애상담은 꼭 마르코에게 받아야 하는 엘과 여자 친구와 있는 시간보다 여사친과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노아는 도저히 내 사고방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치 억지로 갈등과 고민을 만들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노아와 여사친의 대화 장면 역시 뒤의 이별 장면을 정당화시키려 급조된 장면처럼만 비친다. 와중에 노아의 동생들은 왜 헤어지는지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아와 엘의 이별을 이유로 헤어지는 리와 레이철을 볼 때면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소원해지는 관계를 보여주지도 않았고 잘 만나고 있다가 다음 장면에서 이런 이유로 헤어지는 걸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키싱 부스의 고질적인 문제인 갈등 해소의 흐름은 여전히 남아있다. 자신의 새엄마와 싸우고 다음 장면에서는 사과를 하고 화해를 한다.
2편에서도 마르코와 키스까지 하고 난 후 다음 장면에선 키싱 부스에서 노아와 기억 잠시 보여주고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은 네가 아니야 하고 노아에게 달려간다. 인과관계와 설명도 없이 급진적으로 변해버리는 스토리는 달달하던 핑크빛 영화가 변색되어버리기 딱 좋다.
영화는 아마 그들의 마지막에 모든 걸 정리하면서 이제 그만 서로를 놓아주고 그들에게 주어진 길을 떠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쓴 듯하지만 영화는 어느 것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미국판 꽃보다 남자
개연성과 스토리는 밥 말아먹은 지 오래고 그들의 가슴 아픈 이별 또한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정도로 영화에서 둘을 갈라놓으려 억지를 부렸으면 그만 헤어져라는 소리가 속으로 나올 정도였다.
공부 일도 안 하는데 명문대 합격하고 마르코랑 연애 상담하다 노아랑 춤추다 리랑 싸우고 하는 걸 보면 정말 유치한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2009년 로맨스와 막장 스토리로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꽃보다 남자가 생각이 난다.
키싱 부스의 억지로 제조된 갈등과 소모성 캐릭터 그리고 한 프레임만에 뒤집히는 갈등 해소 방식으로 인한 스토리의 허술함은 여전히 나아지지 못했고 1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3편을 마무리한 것이 아닌 1편의 대성공으로 두터운 팬덤을 기반 삼아 2편과 3편으로 상업적인 이득을 취하려 한 영화라고만 생각이 되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꿨으나 막장 스토리로 고꾸라져버린 키싱 부스 마지막 3편의 평점은 5점 만점에 2.0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