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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 많다 Sep 04. 2021

레옹: 소년으로 남은 남자와 어른이 되고팠던 소녀

영화 '레옹'리뷰

레옹

개봉 날짜: 1995.02.18

장르: 범죄, 액션, 드라마

국가: 프랑스, 미국

감독:  뤽 배송

출연: 장 르노, 나탈리 포트만

​​


줄거리

살인청부업자인 레옹은 어느 날 부패경찰로부터 가족을 포함해 모든 걸 빼앗긴 마틸다를 집에 들이게 된다. 복수를 결심한 마틸다와 글조차 모르는 문외한 레옹은 함께 살며 부패경찰을 죽이기까지의 일기를 비추는 영화이다.​


#아름다운 영화

 마지막 명장면과 함께 Ost 'Shape of my heart'가 흘러나오며 영화가 마무리되고 난 뒤 내 느낌은 가슴이 시큰해지면서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강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들 중 하나라고 손꼽는다. ​


누군가는 말한다. 화초는 레옹의 상징이고 뿌리내리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외로운 레옹이라고 말이다. 또 누군가는 화초는 마틸다라고 말한다. 레옹이 마틸다를 만나기 전까지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은 화초였고,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레옹에게 다가온 것은 마틸다였고 그와 함께 다니며 언제나 화초를 들고 다닌 것은 마틸다였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화초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저 화초이지만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 영화의 비밀은 무엇일까? ​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녀와 소년으로  남고자 했던 남자


영화의 이야기는 아프지만 아름답고 아름답기에 슬프다. 영화 속 마틸다는 전형적인 신데렐라이다.

가정폭력과 문란한 환경에 노출되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마틸다는 속의 상처들로 인해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고, 마틸다 역시 그런 자신을 깨닫는다. 그리고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그와 반대로 화초에 물을 주고 술을 하지 못해 우유를 마시는 것이 다인 레옹은 사실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청부업자이다.


사람을 죽일 땐 누구보다도 차갑고 냉정한 그가 영화를 보며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땐 마치 그가 어른의 탈을 쓴 소년의 모습과 같다. ​

그렇다고 레옹의 그런 모습들을 통해 그가 마냥 순수하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이미 그의 손은 그가 죽인 사람들의 피가 시꺼멓게 눌어붙어 더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더러워진 손으로 마틸다를 받아들이기 두려워했고 나아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레옹은 깨끗한 손이었던 19살의 레옹을 그리워하며 그의 정신은 그대로 멈춰있는 것은 아닐까.​


#화초와 레옹

레옹은 마틸다와 만나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연인처럼 때론 보호자와 자식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둘은 서로의 삶에 치유제가 되어준다.


남자와 소녀 또는 소년과 여자가 교차되어 보이는 영화는 둘의 결핍을 강조하면서도 둘의 결합은 아무 말없이 행복해하는 레옹의 화초처럼 온전하고 평온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이들의 입에 수도 없이 오르내린 레옹의 상징 화초를 둘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


#구멍과 레옹

어둠 속에서 레옹이 마틸다를 바라보았던 방법은 바로 문구멍이었고 레옹과 경찰의 총격전에서도 수많은 총구멍들이 생기고 이후 레옹은 마틸다를 구멍을 통해 탈출시킨다. 이렇듯 영화 속에서 구멍을 이용해 그들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레옹의 어두운 집에 유일하게 빛이 새어 들어오는 건 복도를 볼 수 있는 문구멍이었다. 레옹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언제나 같은 삶을 살아가는 공허함은 아마 자신의 마음 파여있는 구멍 때문일 테다.

그런 그는 문구멍으로 마틸다를 보게 되고 그들은 서로가 친구 또는 연인이 되어주며 서로의 마음속에 숭숭 뚫려버린 구멍을 메워준다.

둘은 온전한 그들을 느끼기도 전에 그들에게 위기가 닥치게 되고 레옹은 집에 스스로 구멍을 만들어 마틸다를 탈출시킨다. 그리고 영화는 마틸다를 통해 인생을 깨달은 레옹을 아름답게 퇴장시키며 마무리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마무리와 함께 'Shape of my heart'가 나오는 장면은 내게 강한 여운을 주었다.​

#사랑 아님 순수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상영되고 난 후 마틸다 역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에게 성희롱과 스토킹을 하는 변태들이 생길 정도로 다소 선정적인 영화라고 말한다

 어느 정도의 수위 높은 대사들이나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장면들이 많기에 나 또한 완전히 선정적이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지금까지 아름답다고 회자가 되고 이런 유형의 영화가 레옹 이후 수도 없이 생겨나게 되었다. 예로는 '아저씨', '킥 애스', '나의 아저씨' 등등 말이다.

이런 모방적인 스토리가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스토리는 그저 선정적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금기일 수도 있는 사랑이지만 마냥 한 가지 개념만으로는 정립할 수 없다.

서로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주고 보호자가 되어주기도 하고 연인이 되어주며 서로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그들처럼 순수했다고 생각한다. 순수하지만 아름답고 아름답지만 슬픈 영화 '레옹'이다.



마틸다, 너는 내 인생의 빛이었어
너로 인해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된 거야. 사랑한다. 어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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