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 게임' 리뷰
내가 요 근래 가장 오래 기다린 드라마 하나가 드디어 개봉했다. 파스텔 톤의 색이 가득한 배경에 이정재라는 명배우가 열연을 펼치는 모습은 지금껏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선 찾을 수 없었기에 새로운 기대감을 가득 안고 재생하게 되었다.
개봉 날짜: 2021
장르: 드라마, 스릴러, 모험
국가: 한국
감독: 황동혁
출연: 이정재
줄거리
빚에 눌려 늙은 홀어머니에게 손을 벌려가며 비참하게 살고 있던 기훈은 이혼 후 멀어져 버린 자신의 딸을 되찾기 위해 일확천금을 탈 수 있다는 게임을 발견하고 어떤 것도 모른 채 그 게임으로 빠져들게 된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분위기이다. 참신하지도 않고 다른 걸 베끼기만 급급한 개연성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대 자본과 동화적인 배경 속 모순되는 실체에 신선함을 느끼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공존했다.
신이 말하는 대로와 원작 데스 게임을 모티브로 한 이 드라마는 나는 개인적으로 호이다. 그 자리에 앉아 9화를 모두 정주행 했을 만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렇다면 내가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본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드라마 속 기훈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모든 것이 실패하고 자신의 아내와는 이혼한 채 딸 기영이는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나 이와 중에도 홀어머니의 등골이 빠지도록 일한 돈을 경마나 도박에 걸어버리고 일확천금만을 기다린다.
그런 그이기에 운도 따라줄 리 만무하다. 모든 것이 털린 기훈이는 딸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본분을 잊은 채 다시 인형 뽑기라는 도박에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기훈이 딸에게 선물한 상자 속에는 소녀 아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권총 모양의 라이터가 들어있었고, 당황한 기훈의 얼굴 뒤로 아빠의 기분을 헤아려주는 딸이 보인다.
1화의 전개과정은 드라마의 모든 줄거리를 설명해준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앞으로 기훈은 계속해서 비참해질 것이고 비참해질수록 그의 사행 성적인 생각은 점점 커져 결국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될 것이고 소녀와 권총처럼 전혀 상반된 이미지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암시한다.
드라마 속 오징어 게임은 현실 속 세상보다 더 냉정하고 끔찍하다. 게임에서 이기지 못하면 죽어야만 하는 세상은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아프리카 야생보다 더 끔찍하다.
본능에 따라서 움직이는 야생과는 다르게 총이라는 도구로 누군가가 사살되는 모습은 사람들의 이성을 건드리고 색은 점처 바래지다 어느새 지워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게임에서 탈락이란 곧 죽음이었고 어떠한 핑계와 편견도 살아남지 못할 말도 안 되는 살인극이 벌어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게임을 진행한다. 바깥의 현실은 이곳보다도 더 지옥이라며 말이다.
모든 것은 이미 갖춰져 있고 게임만 잘한다면 또는 행운의 여신이 자신에게만 와준다면 456억이라는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 드라마 초반의 이야기처럼 일확천금만을 바라본 사람들이기에 게임에 참가하고 생사를 건 싸움이 시작된다.
참가자가 사라질수록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져감을 안 이들은 매일 밤 야생의 시간을 보낸다. 서로를 죽고 죽이는 시간인 것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지날수록 이성을 유지할 사람은 극소수에 달할 것이다. 게임에 참가하였지만 이성의 끈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기훈과 상우를 통해 이런 극소수를 보여준다.
기훈과 어릴 적부터 친구이지만 서울대에 합격해 성공한 삶을 사는 줄 알았던 상우는 너무나도 이성적이어서 모든 게임을 이성에 맡겨버린다. 이성에 몸을 지배당한 채 살인의 동기를 정신승리라는 개념으로 통일해버린 상우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와 반대로 기훈은 자신과 게임 처음부터 연을 쌓고 지낸 영감을 챙기고 서로를 죽고 죽이는 상황에 절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극 중 가장 인간다운 사람을 연출하는데 이는 드라마의 초반 고양이를 구해라라는 이론을 충실히 따라가는 모습이다.
극 초반 고등어를 사고 집으로 가던 기훈이는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를 보며 안쓰러워하며 고등어 반 조각을 건넨다. 이런 그를 보며 관객들은 암묵적으로 그가 선한 인간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될 것이다. 사람은 죽일 수 있지만 동물을 죽인다면 어떠한 조건이든 해를 받고 악역이 된다는 영화이론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를 구해라'라는 이론을 통해 기훈의 앞으로의 선한 모습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 그이기에 드라마의 캐릭터성은 탄탄했고 우리는 기훈이라는 캐릭터에 정감이 갔던 것이다. 그렇게 주인공 기훈을 통해 사람답다는 모습을 상우를 통해 마치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로봇으로 변한 그의 모습을 대조시키며 사람과 이성 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걸어놓는다.
끔찍한 게임 세계 속에서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사라지는 참가자들과 점점 지워져 가는 이성 속 자신의 모습들을 발견하는 그들 가운데 드라마는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나는 드라마의 이런 모습들이 좋았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다른 사연을 가지지만 같은 목적으로 이곳에 들어왔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행동하는 모습은 하나같이 달랐다.
이런 그들을 지켜보며 만약 우리라면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만약 당신이라면 이 세상에서 어떻게 행동했겠는가?
밖의 현실을 지옥에 빗대어 미쳐버린 세상에 남기를 원할 것인가? 어떤 생각보다도 돈이 우선시 되는 이 사회에서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과연 사람들의 목숨은 값으로 매겨질 수 있는 것일까?
같은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낳게 해 주었다. 동화적인 배경 속에서 끔찍한 게임을 진행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실과 게임 사이 모순이 가득한 그들만의 세상에서 변주하는 끔찍한 오케스트라 '오징어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