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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 많다 Oct 24. 2021

듄: 영화가 지루했던 이유?

영화 '듄' 리뷰

드뇌 빌뇌브 감독의 '듄'을 보게 되었다. 장엄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기 좋아하는 드뇌 빌뇌브 감독의 특유의 연출은 상업적인 영화에 중독되어버린 우리들의 눈에는 지루해 보이고 마치 CCTV를 보는 것처럼 컷의 전환을 마다하면서까지 이어지는 장면들에 지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연출이 더욱 좋았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픽션과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흥미롭고 장엄한 화면으로 가장 잘 표현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컨택트는 말할 것도 없고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 역시도 1편만큼의 감동을 뛰어넘지는 못하였지만 영화의 주체성을 잃지 않고 긴 호흡으로 드뇌 빌뇌브만의 연출력으로 내게 큰 인상을 남겨주었다. 그런 감독의 초대형 SF 신작이라니 나에게 큰 기대를 품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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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날짜: 2021.10.20

장르: SF, 모험, 드라마

국가: 미국, 헝가리, 캐나다

감독: 드뇌 빌뇌브

출연: 티모시 살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조시 브롤린, 제이슨 모모아, 하비에르 바르뎀


줄거리

서기 10191년 예지를 할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폴은 우주를 구원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게 되었다.


그의 가문 아트 레이 데스 가문은 황제의 명을 받들어 아라 키스 행성으로 가게 되고 행성에서 쫓겨나게 되는 원래 주인 하코넨 가문은 이런 상황에 갈등이 발생한다.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 스파이스를 생산하는 아라 키스 행성과 행성의 진주인 프레멘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소용돌이 같은 상황을 그린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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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심호흡을 하는 영화

영화의 상영을 마치고 나오며 느낀 감정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긴 심호흡을 하는 듯한 영화였다.

원작을 보지 않아서 이런 리뷰를 쓰기에 조심스럽지만 나는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은 영화였다. 영화의 초반은 크다 못해 거대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약간의 내레이션과 빌뇌브의 장엄한 화면으로 영화의 스토리를 위한 설정을 다진다.

 그렇게 초반은 숨을 내뱉기 위해 천천히 정말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마치 영웅이 되기 위한 초석을 다지듯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영화는 나아간다. 영화 속 거대한 스케일의 화면들은 익스트림 하이샷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사실적인 연출들을 보여주었고, 액션 장면들에서는 컷을 편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다른 상업 영화와는 다르게 정갈한 연출들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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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뇌브의 방식

이런 연출들은 드뇌 빌뇌브만의 색깔이기도 하면서 터지고 빠르게 전개되는 다른 영화와는 비교해서 조금은 지루하고 지칠 수도 있다. 그래서 약간은 얄밉지만 오히려 더 깔끔하고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포함된 것만 같아서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고, 내가 마치 외계행성에 있는 듯한 느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영화의 중반부 하코넨 가문이 아스트레이 데스 가문을 침략하면서 아라 키스 행성이 폐허가 되는 부분은 숨을 참는 부분이다. 폭풍 전야 같은 상황에서 순식간에 급변하는 상황들을 한스 짐머의 음악과 빌뇌브의 연출이 어우러져 시각적, 청각적으로 긴장감과 엄청난 몰입도를 선사해준다.


로우 앵글을 활용해 밑에서 바라본 우주선들의 위압감은 나를 압도하는 기분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이렇듯 폴이 어머니와 함께 사막에 고립되기 전까지 영화는 고요하던 영화에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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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정수​

이후 영화의 중후반부는 아주 얇게 숨을 내뱉으며 점점 변화하는 폴의 모습을 중심으로 원래 설명해주었던 세계관을 더욱 깊고 자세히 보여준다. 폴의 예지몽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그의 모습들을 우리는 유심히 관찰하며 드넓은 사막 언덕에 남겨진 그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영화를 보던 나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단순한 SF적인 이야기가 아닌 메시아 즉 구원자의 이야기로 변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제시카의 부름을 벗어나 폴이 단호히 자신의 길을 잡고 걸어 나가는 흐름은 예지몽을 꾸는 단순한 초인이 아닌 메시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점에서 소름이 돋았다. 프레멘을 만나고 시작을 암시하는 결말은 내게 2편을 기대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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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드뇌 빌뇌브 감독만의 색깔이 초대형 SF작품과 만나 인상 깊은 작품이 탄생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의 이야기를 2편의 분량으로 쪼개자고 제작사를 설득한 빌뇌브 감독의 기나긴 호흡은 방대한 스케일의 세계관을 구석구석 맛볼 수 있었지만 영화의 원작을 보지 않았던 관객들에게 세세한 설명을 2편으로 넘겨버린 점들은 조금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의 고집된 연출 방식으로 일관된 장면들은 내겐 조금 얄밉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아쉬운 점들은 뒤로하고 영화 역사상 최악의 흐름을 타고 있는 현 코로나 시대에 드뇌 빌뇌브의 특색 있는 연출과 한스 짐머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배경음으로 초대형 SF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내겐 크나큰 행운이었다.

​​


#정리

어떤 이에겐 지루하고 시끄럽기만 할 수도 있고, 이해가 안 가는 설정놀이일 수도 있다.

내가 소름이 돋았다는 구원적인 줄거리도 다른 영화의 플롯에서도 꽤나 많이 활용되어 흥미가 떨어지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테넷, 데자뷔, 메이즈 러너 심지어 디즈니사의 마블까지도 말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온 나는 조금은 주관적인 리뷰를 쓰고 싶었다.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메시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원작 듄의 이야기는 새롭게 탄생되어 굉장한 스케일의 영화로 변신했다. 내게 위압감을 선사해주는 장엄한 화면과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긴 심호흡으로 풀어낸 영화 '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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