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말 많다 Nov 05. 2021

아네트: 영화가 이해가 안 된다면?

아네트 영화 해석 및 리뷰

마리옹 꼬드아르와 아담 드라이버의 매혹적인 포스터에 사로잡혀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갔다. 거장이라고 불리는 레오 카락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는 영화 아네트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 호이기도 했고 불호이기도 한 영화였다. 그만큼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렸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아네트 영화에 대한 해석과 리뷰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아네트

개봉 날짜: 2021.10.27

장르: 드라마, 뮤지컬

국가: 프랑스, 미국

감독: 레오 카락스

출연: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드아르

​​


줄거리

LA의 떠오르는 두 스타 유명 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는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그들의 결혼에 이은 출산은 헨리에게 마냥 행복한 일이 아니었다. 피폐해져 가는 헨리와 안의 폭풍 전야와 같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곱씹고 또 곱씹고 싶은 영화

 영화를 처음 본 느낌은 이게 무슨 영화지?라는 물음표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뮤지컬 영화인 줄로만 알고 보았던 영화는 로맨스, 공포, 범죄 같은 온갖 장르들이 떠올라 모두 헤집어놓았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영화인 줄만 알았던 나는 집으로 돌아오며 많은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곱씹어보며 색깔들의 의미와 숨겨진 사물과 표정에는 많은 감정과 해석들이 숨어있어 더욱 놀라움을 주었다.

 영화는 귀에 꽂히는 독특한 리듬과 함께 시작해도 되겠냐는 가사로 뮤지컬은 시작한다. 레오 카락스가 뒤에 딸을 등지고 담배를 피우며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은 마치 그의 일기를 읽어주는 구연동화와 같은 구성을 띄고 있다. 카메라는 배우들을 비추며 레오 카락스의 시선으로 관객들을 유도한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진행하겠다는 일종의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후 입을 쉬지 않고 노래를 하며 전개된다.

​​


#녹색과 적색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색깔 두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헨리를 뜻하는 녹색과 안을 대표하는 적색일 것이다. 헨리는 영화 처음부터 녹색 가운을 입고 코미디 연설장에서 관객들을 웃긴다.


환희에 가득 찬 관객들과 헨리는 초록색 조명으로 감싸져 어딘가 몽환적이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이는 헨리의 영혼을 뜻하는 듯한 초록색은 아네트라는 영화를 레오 카락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헨리(아담 드라이버)는 레오 카락스 본인의 회상이라고 생각된다. ​

그 이유에는 히치콕의 현기증에서 초록색의 역할을 본다면 알 수 있는데 초록색은 기억과 회상의 이미지였고, 유령 즉 영혼의 이미지를 초록색으로 영화의 언어를 표현했다.

반대로 안을 의미하는 적색은 영화의 전반에 계속해서 나오게 된다. 안의 드레스도 빨간색, 그녀가 먹고 있는 사과 색깔도 빨간색이다. 정갈하면서도 우아함을 대표하는 빨간색은 아이러니하게도 곧 그녀는 고난과 죽음의 늪에 빠질 것을 암시한다.

그녀가 먹는 새빨간 사과는 백설공주가 먹는 독사과로써 안을 죽이려는 헨리의 마음이 묘사된 것 같고, 헨리의 실체를 밝히려는 여섯 여자 들은 안을 포함해 일곱 난쟁이를 보는 듯하다. 다른 많은 영화(대표적으로 현기증)에서도 빨간색을 죽음을 대표하는 색깔이듯 영화 속에서는 적색과 녹색을 이용해 헨리와 안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


​​

#헨리와 꼭두각시

 영화는 서로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평화롭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지만 아네트의 탄생과 함께 육아에 점점 피폐해져 가는 헨리의 모습을 영화는 계속해서 비춰준다. ​


아네트의 탄생은 행복과 환희를 안겨주었으나 헨리의 자유로운 영혼은 계속해서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피폐해진 영혼의 개그는 더 이상 사람들은 원하지 않았고 점점 자신만의 외로운 방으로 자신과 아네트를 몰아넣고 있었다. 영화 중반 침팬지가 아네트를 돌보는 기괴한 장면도 이런 혼란스러운 헨리를 설명할 수 있다. 혼이 나간 사람을 침팬지로 형상화하여 마치 침팬지(지성이 사라진 사람)가 아네트를 돌보는 장면이 탄생한 것이다.


#아네트도 사람이었어

점점 신선한 초록색이 적색으로 변하는 헨리는 결국 안을 죽이고 싶다는 욕망을 표출하게 되고 헨리와 아네트만이 집에 남게 되었다. 자신의 욕망은 어느덧 자유로운 영혼이 아닌 속물이 되어있었고 딸은 그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쓰는 꼭두각시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욕망을 담아 아네트를 꼭두각시 인형으로 보기 시작했다.

빛을 받으면 노래를 하는 신비한 아네트를 이용해 헨리는 안의 전 연인 지휘자와 함께 세계 투어를 다닌다. 반면 죽임을 당한 안은 헨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네트를 이용해 아버지의 추악함을 드러낸다. 안과 헨리의 꼭두각시가 된 아네트는 헨리가 사회의 형벌을 받고 나서야 꼭두각시가 아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네트라는 안과 마리오네트를 합성한 딸의 이름은 안과 헨리 사이의 마리오네트가 된 그녀를 그대로 설명하고 있는 듯한 이름이다. 서로의 시기와 오해로 인해 딸의 인생은 비극적으로 녹색과 적색을 합한 어두운 색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밝게 빛날 수 있었던 아네트는 부모를 증오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아쉬운 점

영화는 처음에는 머릿속 물음표들로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곱씹고 곱씹을수록 꽤 괜찮은 영화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 그대로 모든 대사를 노래로 하는 송스루 뮤지컬 영화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노래들로 인해 많이 지칠 수도 있다. 단순한 서사 속에서 노래만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것은 영화의 큰 단점이자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정리

그러나 아쉬운 점은 뒤로 하고 이런 아름다운 예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며 현재 이런 영화가 각광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아쉽기도 했다. 이상 레오 카락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아름다운 연출로 그려낸 예술 영화 '아네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듄: 영화가 지루했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