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통의 삶이란 건 뭘까

by Aroana

“알바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어”

“그냥 일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어”


20대에 내가 자주 했던 말들이다. 남들에 비해 분명 좋아하는 것도 있었고 하고 싶은 일도 명확했다. 때때로 실패로 끝난 적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살지는 않았다. 늘 그렇듯 무언가를 갈망하며 열정적인 삶을 보냈었다. 늦은 나이에 워홀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고 그럴 수 있는 나이라고 자신을 격려해 주었다. 적어도 그때는 그런 마음가짐만으로도 충분히 위안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32살이 다가오는 시점에서는 내가 사는 모습이 (소위 말한)사회인의 틀에서 어느덧 멀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캐주얼 바에서의 수입이 들쭉날쭉 했을 때, 이 삶을 단지 글만 쓴다고 정당화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배고팠다. 아니러니 한 것은, 국가는 이 시기에 엄청난 돈을 풀어 주가와 자산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으며 너도나도 여기저기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경제에 관심이 없었다면 당시의 상황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2008년에 삼성전자가 3개월 만에 40만 원에서 120만 원을 간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가 4만원의 주가에서 갑자기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을 보면서 허탈감이 밀려왔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 종목이 하루 만에 15% 상승한 것을 나는 이때 처음 봤다) 빚을 갚느라 투자할 돈은 없고 왠지 또 한 번 그때처럼 역사가 되풀이 될 것 같았다.


꽤 복합적인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한 끗이라도 더 앞서보려 치열하게 사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대결은 나도 누구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들과 나는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돈’과 ‘신분’으로 증명하려 했고 나는 그것을 물질로 애써 바꾸려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비교하며 더 잘살아 보려고 노력하고 아등바등하게 산다는 것. 내가 그동안 경멸하던 삶이었지만 반대로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되고 싶은 삶이 되었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삶이 나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것이라 기대해서였다.


“적어도 그냥 회사원이라면 남들과 같은 목표를 바란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의 내 삶으로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삶일 테니 말이야”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이걸 꼭 드러내면서까지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전업 작가를 목표로 삼아본 적이 없기에 글쓰기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사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애초에 그럴 깜냥도 없었고 솔직히 말해서는 그 단어가 나를 포장하는 것이 두려웠다. 책을 냈다지만 작가라는 이름의 중압감이 크게 밀려왔고 단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일반인’으로 남고 싶었다. 이제야 비로소 좋아하는 일을 찾았음에도 나는 그 업이 포장하는 설명란에 부담을 느꼈다.


캐주얼 바에 일하면서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신분이란 것은 이런 내게 엄청난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다. 나는 처해있는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토록 꿈꾸던 작가가 되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본업을 감추고 싶었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국민연금, 퇴직금 등을 나도 받고 싶었고 대출을 통해 신분이 드러나는 직무를 나도 갖고 싶었다.


평범하게 사는 것으로 사회적 욕망을 충족하고 싶었다. 남들에게 무난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고 가지고 있는 자산과 능력을 활용해 당장이라도 부를 늘리고 싶었다.

이런 게 과연 보통의 삶이라고 불리는 것일까?

keyword
이전 19화야간 알바를 그만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