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산다는 건 2편

by Aroana

내가 서울집의, 그것도 아파트를 구매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수익률이 중요했던 게 아니라, 초장기로 접근해도 아깝지 않을 자산에 베팅해 사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순간의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더라도 후방을 지켜줄 수 있는 무언가. 대기수요가 풍부하고 편의시설에 우위를 제공하는 곳에 자산을 선점하면 적어도 그 자산이 나를 배신할 리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해서였다.


부채 상환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지금껏 나는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아왔다. 내 수준을 만족시키는 현실적인 급여 조건은 얼마인지, 과연 나는 이자를 제외하고 얼마를 저축해야 만족스러워하는지, 내 조건에 맞는 현실적인 생활비는 어느 정도인지, 부동자산과 유동자산의 비율은 어느 정도로 해야 괜찮은지 등을 경험을 통해 맞춤 구간을 설정했다. 부동산에 관해선 여전히 부린이였지만, 저질렀을 때 짊어지려는 책임감에 대한 배짱은 누구와도 비견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가족과 언쟁이 있을 때 나는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가족에게 적극적으로 주장하지는 못했다. 적응도 못 해 그만두려는 내 처지가 우습기도 했고 결국 내가 말하는 것들은 실천이 아닌 허울 좋은 기획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지로 똘똘 뭉쳤다 말하고, 목표한 바는 이뤄냈다고 이야기한다 한들 겉모습의 나는 그저 퇴사를 앞둔 백수 나부랭이일 뿐이다. 준비한 원고는 출판사에서 까여 아무도 보지 않는 영상으로 만들어 놓고는, 자기소개 한번 떳떳하게 말해보지 못하는 그런 류의 사람으로만 비춰졌다.


기자로 취업이 되고 또 한 번 큰 아픔을 겪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증명해야 할 것이 많았고 나는 내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내야 했다. 퇴근 후 매일 부동산 시세를 확인하며 관련 재테크 책을 통해 점차 서울의 가격을 (피부로)받아들이고 있었다.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구매 가능한 지역을 추리고 나중에는 최종적으로 살고 있는 동네 근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쪽으로 엄마와 합의를 했다. 나에게 맞는 대출 조건을 살핀 후 향후 받게 될 금리 조건까지 계산, 최소 10년간의 저축과 대출이자의 범위를 산정했다.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매매 계약의 전 단계에 들어갔다. 바로 엄마집의 전세를 내놓은 것이다.


이미 엄마와 나는 집을 살 때 집의 전세금을 활용해 집 한 채를 더 장만하는 것으로 계획이 되어 있었다. 내가 엄마의 전세금을 활용함에도 떳떳했던 이유는 같이 살던 당시 나는 내가 가진 본연의 책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늘 갚아야 할 만큼의 금액을 엄마에게 보냈고 우리는 나중에 있을 기회를 대비해 현금을 미리 확보했다.


엄마에게 집을 전세 내놓는다고 말하고는 곧바로 시장 가격에 올려놨다. 전세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뜨거울 때라 우리는 괜찮은 조건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동시에 나는 현실적으로 구매 가능한 부동산 임장을 다녀왔다. 부동산에서는 곧 적당한 매물 3개를 추천해 주었다. 애초에 다양한 매물을 볼 생각이 없었던 나는 3개 중의 한 곳을 정한 후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엄마가 시골에서 올라왔다. 엄마는 내가 봤던 매물을 다시 둘러 본 다음, 그날 저녁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대익아. 너 여기 감당할 수 있지? 여기로 계약한다고 전화한다.”

“응. 이젠 내가 책임질게!”


그날 우리는 매매 계약의 10%를 보내며 거래를 확정했다.


대출 제도를 알아보고 집을 사기까지는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전세를 내놓으며 집을 매매한 기간으로 따지면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진행을 일사천리로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이 되었고 시장 자체가 그 해를 기점으로 큰 변수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이 골든타임의 막차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두르면서도 안전하게 가는 것을 지향했다. 전세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집을 매매한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나는 감히 이것을 ‘운’으로만 말하고 싶지는 않다. 부동산은 잘 몰랐어도 펜데믹 이후의 경제 상황은 누구보다 실시간으로 지켜봐왔다. 많은 재테크 영상을 보면서 이번에는 내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믿었다. 때가 되었을 때는 내 생애 가장 큰 베팅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가장 빠른 실행력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것을 전부 다 그저 ‘운’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이전 04화집을 산다는 건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