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마주하며

by Aroana

집을 산 것은 내가 처한 환경에서 가장 베스트한 것을 추려내 이를 실행한 결과물이다. 반면 에세이 책, ‘호주 반 평 집에서 행복을 느끼는 법’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운’에 해당했다. 그야말로 기적. 그리고 난 이 기적 같은 제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또 한 번 인생을 건 베팅을 하였다.


영상 작업으로만 끝냈던 에세이 원고를 그냥 묻히기 아까워 혼자서라도 책으로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직접 기획한, 가장 날 것 형태의 에세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왠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최종 결과물로 나온 것은 기자가 되고 몇 달이 지난 후였다. 서점의 진열대에 걸리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쉽긴 했다. 네이버에 책 이름이 걸리는 것으로 대신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두 권의 책을 내봤잖아”


스스로에게는 그 자체로 대단한 성취감과 만족감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당시의 내 감정은 꽤 외로운 상태였다. 도서관에서 숨죽이며 내 책의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읽는데 왠지 모르게 슬픔이 밀려왔다. 뭔가 혼자 작위적인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인정욕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그래도 이날만큼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었다.

"고생했다고...“

“멋지다고...”

“대단하다고...”


그러나 나 또한 이때는 상처가 아물어진 상태가 아니어서 내 소식을 여기저기 공유하지 못했다. 그냥 블로그에만 조용히 기록을 남겼다. 감정은 애써 삼키며 겨우 억지로 소화했다.


책을 내고 곧이어 집을 알아보는 등 숨 가쁘게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내 글을 써볼까라는 생각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 해봤다. 마감을 끝내면 노트북은 쳐다도 보기 싫었고 여유가 있는 날에도 늘 다음날의 취재 압박 때문에 쉽사리 개인시간을 누리지 못했다. 내 삶의 기록을 이대로 멈추기엔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조금은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되레 이제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반납하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필사적으로 기자직을 유지하며 버텨내던 어느 날 이었다. 꿈에 그리던 내 집으로 이사를 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메일함을 열어 보던 중 의문의 메일을 보게 되었다. 내용을 열어본 나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뜻밖의 출간 제안 메일이었다.


“이럴 수가...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더군다나 대표님이 ‘영어독서가 취미입니다’를 읽고 소장 목적으로 출간한 (내 비밀 에세이인) ‘생각대로 산다’까지 주문했다고 하니 나로서는 이게 꿈인가 싶었다. 정작 주변 사람들은 내 책에 일절 관심도 없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그것도 알려지지도 않은 내 책을 주문한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런 분이 나에게 작업을 하고 싶다고 제안을 요청하는 게 나로서는 오히려 영광이었다. 흥분의 기쁨을 잠시 가라앉히며 당장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미팅을 가졌고 대화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었다. 완벽한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흠은 존재했다. 그것도 치명적인 흠. 그게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내 자신의 욕심이었다.


“과연 나는 준비가 되었는가?”

“나는 이것에 대해 얼마나 최선을 다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 이번 제안에 응하는 열정의 온도를 내가 선택해야 했다. 그렇게 또 한 번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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