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미팅으로 만날 때 같이 나왔던 동규라는 대학과 친구가 있었다. 강원도 비무장지대 쪽까지 산삼을 캐러 다녔던 심마니였다. 산골동네에서 대학을 잘 가서 축하받고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남편과 학교생활을 하던 친구였다.
집이 시골이라 남편이 명절 때마다 시댁에 데리와 자고 먹고 해서 시댁에 동규씨 의 큰 그릇과 수저도 있었다. 손윗동서한테 얼마나 미움을 받았는지 손윗동서는 동규씨는 평생 도련님한테 도움이 안 될 사람이라고 했다. 또 시어머니는 남편에게 "동규를 명절마다 왜 매번 데려와서 너도 없는데 집에 있게 하냐? "라고 뭐라 하시면 남편은 "엄마는 권사이시면서 그러면 안 되시는 거 아니냐!"라고 해서 어머니가 어이없었다고 말씀하셨다. 신혼집에 자주 데리고 와서 불란이 있을 때 시아버지께서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그러니까 방 하나짜리 신혼집을 얻어주라고 했지 않냐"라고 시어머니한테 한 소리하셨다.
연애할때 남편이 자주 데리고 나와서 처음에 그냥 나뒀는데 신혼집을 남편의 자취방이라고 생각했는지 선을 넘어서 몹시 힘들었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산사나이라고 꽤 인기가 있었고 미팅에서 처음 보았을 때도 등산화를 신고 왔던 순진하다랄까? 그런 친구였다. 전편 글에서 언급한 누구를 믿는 건지 남편의 잘못된 행동으로 나와 신혼 때 우리 신혼집 각방에서 남편 없이 밤을 지새웠던 사람, 남편이 회사까지 데리고 다닌 그 친구가 동규 씨다. 동규 씨의 잘못된 처신도 있었지만 친구와 와이프사이에서의 남편행동이 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연애 때 남편과 동규 씨 동네에 놀러 갔을 때 동규 씨는 남편에게 "너는 산이 좋냐? 바다가 좋냐?"질문했고 남편은 "산이 좋지"라고 말했다. 대답을 들은 동규 씨는 그러니까 남편이 여자친구인 나를 좋아하는 거다라며 서운했다. 나는 동규 씨에게 그건 잘못된 비유 같다 친구와 연인은 다른 영역이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위로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도 그 친구로 인해 다툼이 너무 생겨 결국 나는 동규 씨를 안 보기로 했다.
몇 년을 멀리하다가 '그래도 동규 씨가 남편의 절친인데 내가 더 이해해 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아이를 낳고 첫 휴가 때 남편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 친구가 살고 있는 강원도 고성으로 휴가를 가자고 제안했다. 그땐 그게 실수인지 알지못 했다. 남편은 고성에 도착하자마자 그 친구 손에 이끌려 나와 어린 딸을 처음 보는 동규 씨 지인집에 맡겨놓고 우리 차로 동규 씨 사업아이템인 꿀과 산삼을 싣고 동규 씨 일하는데 같이 다녔다. 아버님이 암판명을 받았을 때 그 친구에게 산삼을 많이 사셨다고 들었다. 휴가가 아닌 차 없는 동규 씨의 이동수단만 되어준 거에 그치지 않고 우리 차에 동규 씨 꿀등을 싣고 같이 서울로 예고 없이 돌아오게 되었다.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나와 어린 딸이 있는데 둘이 앞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오는 무례함에 너무 화가 났다. 서울에 와서 동규 씨에게 우리 차를 빌려준다는 남편한테 친정아버지 병원에 모셔다 드린다는 핑계를 대고 빌려주지 않았다. 그 이후 나는 동규 씨를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몇 년 후 남편이 결혼직전에 파혼당한 동규 씨에게 본인 직장 아래직원을 소개해줬는데 그 여직원 지인이 나와 아는 사람이었다. 지인이 하는 말이 그 여직원이 너무 착한 사람이고 아이를 낳고 나서 동규 씨에게 빚이 있다는 걸 처음 듣고 너무 힘들어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여직원은 내 남편을 믿고 소개를 받았을 텐데 괜히 내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동규 씨 부부는 한국에서 힘들게 살다가 와이프능력으로 가족이 미국으로 가서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친구로 인한 다툼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