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G병원의 중환자실. 대여섯 명의 환자가 각자 저마다의 사정으로 침상에 누워있다. 적막 가운데 각각 환자의 모니터에서 들리는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신호음들이 서로 뒤엉키며 혼란스러운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초에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막 인턴생활을 시작한 의사가 스테이션에 앉아 멍하니 있다. 방금 전까지도 2번 침대에 누워있는 섬망이 심한 환자와 사투를 벌이고 왔다. 얇은 근육을 가진 70대 노인이라도 섬망이 오면 어디에서 온 지 모를 괴력이 들러붙어 설친다. 집에 가스불을 끄러 가야 한다는 이유로 침대를 계속해서 내려오려는 노인을 간신히 붙들고, 억제대를 사용해 묶어두고,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주치의의 할로페리돌 오더에 상황이 정리되었다. 이런 일련의 일들에 완전히 질린 인턴은 ‘레지던트 지원할 때 일반 외과에는 절대 지원 안 해야지’라고 생각 중이다. 그때 연구원 A에 연결된 모니터가 울린다. 반사적으로 그곳으로 달려간 인턴은 연구원 A의 눈을 바라보았다. 여기 중환자실에 온 뒤로 항상 감겨있던 그 눈이 번쩍 뜨여있었다. 그리고는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그의 기도에는 튜브가 꼽혀있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심박수는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모니터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소리도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중환자실의 모니터 협주는 절정으로 치달았고, 심박수가 200회를 넘었을 때 주치의가 달려왔으나 갑자기 심박수가 30 이하로 떨어지며 혈압도 측정이 되지 않았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의료진들. 하지만 결국 연구원 A는 숨지고 말았다.
상황이 정리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 인턴은 생각했다. 일반 외과는 진심으로 지원 안 해야지. 그런데 아까 그 환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았는데.
1-5.
미래를 태운 자동차가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녀는 연구원 B가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앉아 곧 있을 기자회견 때 할 발표 준비를 위해 서류 뭉치를 뒤적이고 있다. 미래는 잠시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하늘이 지나치게 맑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G병원에서 연구원 A의 모습을 본 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장내미생물
위상수학적으로 볼 때 사람의 내장 안쪽은 외부 환경과 직접 연결되어 외부 항체 및 병원체에 쉽게 노출된다. 사람의 장 내에는 1012~1014개에 이르는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등 다양한 미생물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이는 사람의 총 세포 수의 10배에 가까운데, 이러한 장내 미생물과 우리 몸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하고 유해한 세균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결국 연구원 A가 직접 자신을 송신한 것은 맞았다. 그런데 위상수학적으로 ‘자기 자신’만 이송해 버리고 장내 미생물은 남겨두고 말았다.(아마 송신 후 몸무게가 1kg쯤 줄었을 것이다.) 수문장이 사라진 성문은 쉽게 뚫렸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유해균들이 손쉽게 진입함으로 인해 패혈증으로 발전된 것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확인한 연구원 B는 획기적인 해결책을 내어 놓았다. 이송할 대상의 식도와 항문을 막아버리는 과격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사람을 도넛 모양이 아닌, 구체와 위상동형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실리콘과 같은 물질로 마개를 만들어 식도와 항문을 막는 것은(과학자는 참 비인간적이다) 전송 과정에서 마개를 외부의 물질로 인식해 버려 불가능했다. 결국 자신의 생체조직으로 막아야 했는데, 이는 외과적 수술로 봉합해 버리는 방법으로 해결했다.(실험을 하는 날 미래도 참관해도 좋다고 초대를 받았으나 가지 않았다. 현실은 기괴한 영화보다도 훨씬 더 비이성적인 일이 벌어진다니까..) 앞서 말했듯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고 했다. 하지만 몇 개 빼먹고 조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체를 수신할 때 재조합 과정에서 봉합해 놓은 것을 원래대로 다시 돌려놓은 채로 재조립하면 끝이었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의 3m 남짓 되는 거리를 전선을 따라 빛의 속도로 이동한 것이다. 첫 시연이 있은 뒤 수신기에서 나체로 뛰어나온 연구원 B는 성공을 축하하며 흥분했다.(그렇다, 연구원 B가 직접 실험 대상이 되었다. 식도와 항문이 꿰매진 것… 은 더 자세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송신기에서 벌거벗은 채로 뛰어나와 쾌재를 부르는 사람의 식도와 항문을 다른 연구원들이 살펴보는 풍경은 정말 가관이었을 것이다.
미래는 연구원 B로부터 이 설명을 들었을 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들은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말을 조금만 변형하면 사람을 잘게 채 썰어서 레고 조립하듯이 조립한다는 뜻이다. 마치 거대한 직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고 들떠서 자랑하는 아이 같은 연구원 B을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식도와 항문을 꿰매는 것은 할만한 일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미래는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감정을 담아 살지 않는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설명할 수는 없지는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차차 알아가기로 했다.
사망한 연구원 A의 유족은 아내와 아들뿐이었다. 회장은 두둑한 보상을 지시했고 유족들의 빠른 수긍으로 인해 미래의 CSO로서의 일도 빨리 마무리되었다. 매번 사고를 치던 막내아들이 철이 들어 풍파가 없어진 집안처럼 회사는 조용해졌고 미래는 다시 소소한 불만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었다. 인생의 대부분은 작고 오돌토돌한 돌기가 나있는 길을 맨발로 걸어가는 것이라고. 한 번씩 유난히 뾰족한 돌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간만의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을 때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장실 안은 온갖 물건들이 넘쳐났다. 마피아의 대부가 쓸법한 어두운 갈색의 커다란 책상 위에는 검은 가죽 표지 메모지와 만년필이 놓여있고 그 옆에는 꽤 많은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벽에는 기하학적 모양의 패턴이 새겨진 벽지가 붙어있고 책장에는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패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회장은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미래가 회장실 안으로 들어오자 회장은 책을 덮고 책 뒤표지를 위로 가게 해서 내려놓는다.
“부르셨습니까”
미래는 회장실의 가운데에 서서 회장을 바라본다. 자연스레 가지런히 놓인 책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세로로 세워진 데다가 여러 권의 겹쳐져 있고 책등이 미래의 반대방향으로 놓여있어 무슨 책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책장의 상패들도 회장실에 오는 손님 방향이 아닌 회장 자신이 보기 좋은 방향으로 놓여있다. 방안의 모든 물건들은 회장을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회장은 허세는 없지만 자기애는 강한 사람인가?
“텔레포트 기계 말일세”
“네”
“그게 지금 문제가 있거든”
“또 연구원의 유족을 만나러 가야 하나요?”
“아니, 그 친구는 건강해. 너무 건강해서 문제지. 실험도 대 성공이고 이제 프로토 타입도 곧 나올 걸세”
“네, 이제 혁신적인 이동 수단이 나왔네요.” ‘그러니 혁신적인 가격을 책정하면 되겠네요?’ 미래는 뒷말을 삼켰다.
“그게 말일세.. 누가 이동 좀 빨리 하겠다고 항문을 꿰매겠냐는 말이야!”
“아.. 그렇긴 하네요”
미래는 출근길에 벌거벗은 채로 항문을 꿰매고 송신기로 들어가는 직장인을 떠올려본다. 회색 빛의 디스토피아적 도시가 자연스레 연상이 되었다. 확실한 건 미래 자신은 겪고 싶지 않은 일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계획이 있는데 자네, 부서를 옮겨야겠어. 이번에 사업을 넓히기로 했거든. 여기 분사에서 요직을 맡아줬으면 하네.”회장은 미래에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플라이 어웨이 뮤직.. 이요?” 아니, 뜬금없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린다는 건가?
“아, 잘못 줬네. 그건 아직 미정이라네” 회장은 미래에게서 서류를 회수하고 책상 위를 뒤적이며 다른 서류를 찾았다.
“플라이 어웨이 메디컬! 우리의 미래가 여기 있다네” 회장은 서류 뭉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플라이 어웨이 메디컬’이라.. 작명 센스가 정말 좋지 않다. 과학자들이란.. (아, 그러고 보니 회장은 과학자가 아닌데?)
“승진한 건가요?”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 뭉치를 건넨다.
1-6.
이번에 새로 지은 플라이 어웨이 본사의 건물의 외관은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한 뉴욕에 있는 ‘베슬’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건물 외벽의 빽빽한 트러스트 구조로 인해 마치 벌집을 연상시키는 건물은 그 높이와 층수를 가늠할 수 없었다. 지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만 같은, 마치 살아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미래가 탄 차량이 건물 앞에 정차하고 미래는 로비로 들어섰다. 그곳엔 수많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단상 주변에는 회사의 임원들이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십 수명의 기자들은 별다른 기대가 없는 듯한 표정이었고 임원진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회사 로비의 통창은 틴팅을 짙게 해 놓아 화창하던 날씨가 꾸물꾸물하게 보일 정도였다.
미래는 플라이 어웨이에 처음 입사하던 날을 떠올렸다. 일반 평사원으로 처음 들어왔던 그녀는 면접을 볼 때의 회장과 임원들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독립적인 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사람들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유기체 같은 느낌이랄까. 5명의 임원들은 모두 몸집, 키, 머리카락의 양이 달랐음에도 왠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다 똑같은 사람인 것 같았다.
*초유기체
꿀벌과 개미처럼 여러 개체가 모여서 하나의 큰 사회를 이루고 있는 곤충과 같은 군집을 말한다. 이들은 군집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인지된다. 꿀벌의 경우는 말벌이 쳐들어왔을 때 군집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는 마치 우리 몸의 백혈구들이 세균을 집어삼킨 채 사멸하는 것과 같다. 이 외에도 사람의 세포는 체세포 분열 과정에서 만약 과도한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면 세포자멸사를 통해 스스로를 분해한다. 이처럼 각각의 세포들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을 하지 않고 더 큰 군집인 하나의 인간의 유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초유기체는 군집 전체를 위해 기꺼이 개별적인 각각의 개체가 희생한다. 그리고 그 희생을 애도하지도 않으며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희생이라는 개념조차 사치일 수 있다.
임원들을 마주한 순간 미래는 회사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둥지처럼 느껴졌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임원의 자리까지 올라온 미래였지만 자신은 다른 임원들처럼 단지 둥지를 굴러가게 하기 위한 하나의 개체가 될 생각은 없었다. 다른 벌집에 몰래 숨어있는 청벌 같은 존재랄까.
만감이 교차하며 단상에 올라선 미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기자들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 될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 치고는 기자의 수가 너무 초라하잖아. 다들 생기 없는 눈을 하고 있는 가운데 유난히 생기 있는 눈을 가진 기자가 있었다. 아무렇게나 기른 반 곱슬머리에 굵은 뿔테를 끼고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은, 그리고 검은 크로스 백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뭔가 기자스럽지 않은 기자였다. 내가 이 사람을 어디서 봤던가?
“우선 저희 회사의 입장문을 발표하겠습니다. 그간 세간에 논란이 되었던 비윤리적 실험은 한 연구원의 독단적인 행동이 원인이었습니다. 그것에는 회사 차원에서의 어떠한 지시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우리 플라이 어웨이는 범국민적인 공익을 목표로서 집값의 비정상적 상승과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이동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준수했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는 회사 내부적인 문제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연구는 폐기되었으며 이에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전액 환수될 예정입니다.”
미래는 ‘회사 내부적인 문제’라는 말을 할 때 또다시 항문이 꿰매지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정말이지 적응이 안 된다. 미래는 말을 마치고 기자들을 바라봤다. 다들 말이 더 이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문을 너무 짧게 적었나?
잠시 침묵이 이어진 뒤 한 기자가 입을 뗐다.
“끝입니까?”
“네, 이상입니다.”
“더 할 이야기가 있지 않나요?”
“지금 이 사안에서는 더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죽은 눈을 한 기자 무리들 한가운데서 생기 있는 눈을 하고 있던 기자가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약간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정확하게는 거들먹거리는 듯이 말하려 했지만 그런 일에 서툴러서 조금은 어색한 몸짓과 표정이었다.
“제가.. 조사해 온 바에 따르면 말이죠, 그.. 성공했다던데요? 그.. ‘순간이동’ 말이죠! 직접 사람을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던데 맞나요?”
텔레포트 관련 부서는 회사 지하에서 철통 같은 보안을 지키며 연구해 왔고 그 성공 여부는 아직 대외비였다. 미래는 임원들을 둘러봤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것 같은 음흉한 얼굴을 하고 있다. 벌은 자신의 둥지를 배신하지 않으니까.
“네, 연구는 성공했습니다. 사람의 전송에 성공했습니다.”
죽은 눈의 기자들의 눈빛이 돌아왔다.
그리고 종전의 기자가 이번엔 거들먹거리는 듯 말하고 싶은 태도에 더해 날카로운 척을 추가로 하면서 질문을 했다.
“하! 그런데, 왜 연구를 폐기했죠?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거 아닙니까?”
미래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임원진 중 한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사실 구분이 잘 가지 않아 누구와 눈을 마주쳤는지 확실치는 않다. 그냥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고나 할까.) 연구의 성공 여부를 슬쩍 흘린 건 이 사람이다. 이야기가 계획대로 흘러간다. 이런 식의 대화 유도로 인해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대화가 슬쩍 지나가버렸다. 미래는 연구원 A에 관한 사고 처리가 이제야 완전한 끝을 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공은 했지만 봉합해야 하는 기술적 문제가 있어서 중단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사 기밀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대신 우리는 이 기술을 다른 곳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때를 맞춰 임원 한 명이 어느 노인을 데리고 온다. 치아가 가지런하고 건강 관리가 잘 되어 등이 굽지 않은 70대 남성이었다. 평범한 면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있는 그는 미래의 옆에서 서서 기자들을 바라봤다. 미래와 노인은 대화를 시작했다.
“여기 이분께서는 췌장암 말기였습니다. 아버님, 병을 진단받으신 건 언제죠?”
“5년 전이었습니다.”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5.9%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분은 건강해 보이죠? 아버님 어제 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어요?”
“완치 됐다고 판결이 나왔지요”
“치료는 어디서 받으셨나요?”
“플라이 어웨이 메디컬에서요”
“네, 저희 플라이 어웨이의 신규사업 부분인 저희 자회사 플라이 어웨이 메디컬은 획기적인 암 치료법을 개발했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암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때 노인은 셔츠 아래쪽 단추를 풀어 배를 까보인다. 군살 없는 배는 완전무결해 보였다. 그곳에 배꼽이 있다는 것이 뭔가 그 무결성에 흠이라도 내는 것 같을 정도였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수술 자국도 없습니다.”
기자들은 기묘한 5명의 임원과 야망에 찬 미래, 그리고 완벽한 복부를 가진(완벽해진 췌장도 가진) 노인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기묘한 장면이 발산하는 빛을 CCD에 담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기자들의 눈빛은 모두 들떠있다.
1-7.
텔레포트의 실험이 성공은 했지만 그놈의 ‘꿰매는 문제’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회장은 자신의 의자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연구원 A가 본인을 전송하고 난 뒤 촬영된 송신기 내부의 사진이 보였다. 송신기 내부 바닥에는 시커먼 점액질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의 설명을 확인했다.
-연구원 A의 장내미생물로 추정
-위상수학적 문제로 인해 인체를 송신한 뒤 남겨진 것으로 보임
-발견 당시에는 이미 부패가 많이 진행되어 있어 다시 연구원 A에게 이식하지 못함. 이것이 그의 사망 원인으로 추정됨
다음 장에는 수술대에 누워있는 연구원 B의 사진이 있었다.
-위상수학적 문제 해결을 위해 수술을 통해 식도와 항문을 봉합함
-수신 과정에서 이를 수술하기 전 상황으로 재조립함.
-식도와 항문은 정상적으로 기능했음
회장은 여기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텔레포트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사실상 신체의 재조립 아닌가? 그럼 재조립 과정에서 암세포를 배제하고 재조립해 버린다면? 그야말로 수술 없이 완벽한 암 치료가 되지 않을까?
확실히 회장은 사업 수완이 좋긴 했다. 그리고 초유기체 같은 회사는 여러 법적인 문제를 척척 해결해 냈다. 그 과정에서 몇몇 꿀벌들이 희생되었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플라이 어웨이 메디컬은 대성공이었다. 암치료에 관해 거의 완벽하고 혁명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물론 유료로)
미래가 주도한 기자회견이 있은지 10년쯤 지난 뒤엔 복부의 수술 자국은 가난의 상징이 되었다. 돈 있는 사람은 암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망 원인의 1순위를 차지하던 암은 어느덧 10위권 밖으로 떨어져 버렸다.
암 보험 해지의 물결이 일었고 보험사들은 결국 플라이 어웨이 메디컬 밑에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담뱃갑에 그려진 경고성 폐암 사진들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전국의 흡연율이 급격하게 치솟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수술실은 점차 사라져 갔고 덩달아 의사들의 수도 줄어만 갔다. 남은 의사들은 텔레포트를 의료기기로 분류해서 자신들만이 쓸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수차례의 법적 분쟁 끝에 플라이 어워사의 기술은 의료보험에서 분리되었고 국가의 규제에서 어느 정도의 자유를 획득했다. 몇몇 대형병원의 연합에서는 이 틈을 노려 플라이 어웨이사와 손을 잡고 대형 텔레포트 의료 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의사를 대량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줄어든 의사 수와 더불어 항암제의 판매 부진으로 줄도산한 제약회사들로 인한 제약산업의 불안정으로 오히려 경미한 질병의 치료가 어려워졌다. 이렇듯 치명적인 질병은 극적으로 감소했고 가벼운 질병은 소폭 증가함으로써 사람들은 전반적으로는 살짝 아픈 상태로 사회가 돌아갔다. 자연주의를 주창하던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그동안 우리가 너무 안전 속에서 지내왔다며 이제야 원래의 인간으로 회귀했다는 논리를 펴며 그 세를 불려 갔는데, 결국 그가 결핵에 걸려 죽음으로서 완벽히 신격화되었다.
이외에도 텔레포트 기술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늘 그렇지만 큰 기술에는 큰 부작용이 따르며, 뜻하는 데로 완벽하게 조절하기도 어렵다. 기술은 사람의 욕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계속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