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나 발끝이 기억하고 있는 온도는 어떤가?
내 몸의 가장 끝.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 손끝과 발끝.
심장의 열기가 도착하기 전에 식어버리는 곳,
머리의 한기가 닿기 전에 흐트러지는 곳.
늘 가슴의 온도와 반대의 온도로 존재해 왔다.
가장 먼저 세상과 닿는 곳,
가장 섬세하게 세상의 결을 느끼는 곳.
서서히 동상이 오는 듯한 아릿한 감각이
손끝과 발끝에서 일어나 중심부로 파고든다.
그 싸늘함이 언제나 정신을 흔들어 깨운다.
겨울밤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을 때처럼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든다.
어디 가지 마.
지금 이곳의 너를 느껴.
흩어지지 마. 흐려지지 마.
찬기가 그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우주 너머로 두둥실 떠오르려는 나를
지구 쪽으로,
땅 쪽으로 눌러 둔다.
동상이 올 듯,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온도.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이 세상의 온도다.
손끝과 발끝으로 파고드는 세상의 냉기에 맞서
가슴 깊은 곳에서 불씨가 끈질기게 되살아난다.
아직은 꺼지지 않아.
가슴속에서 차오른 열기가
손끝과 발끝으로 파고드는 한기를 밀어낸다.
그래서 한기는 언제나
손끝과 발끝에 머문다.
가끔 손가락을 타고,
발목과 종아리를 지나
스멀스멀 안쪽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기막히게,
따스히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다.
차가운 발을 말없이 품어주는 온기가 있다.
세상의 한기는 나를 이 땅에 붙들어 두고,
사람의 온기는 그 한기에서 나를 구해낸다.
그렇게 살아남은 나는
때때로 손끝에 닿아
식어가던 심장으로 번지는
세상의 변덕을 느낀다.
새침하고 도도하던 세상이
어색하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을.
그 손길 덕분에
나는 또 한 번 살아난다.
2025.11.13. 기록